‘투표용지 부족’ 총체적 부실...송파구 선관위의 무능한 11시간

6·3 지방선거 당시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대응과 매뉴얼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란 사실이 12일 확인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조현욱)는 이날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제3차 회의 직후 브리핑을 열고 지난 3일 본투표 당일 송파구 선관위의 대응 과정을 공개했다. 진상규명위 발표를 바탕으로 선거 당일 현장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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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인지 및 SOS 요청(오전 11시50분 ~ 오전 11시58분)
송파구 선관위 직원이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로 용지 부족을 인지하고, 서울시 선관위에 번호가 없는 투표용지에 기입할 일련번호 제공을 요청했다. 이후 송파구 선관위 서기가 선관위 간사 및 서기들이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에 “투표용지가 부족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배송 지연에 ‘투표 중단’ 후 ‘돌려막기’(오후 1시40분 ~ 오후 5시9분)
송파구 선관위가 무번호 투표용지에 일련번호를 기입하고 부족한 투표소로 운송을 시작했다. 지방선거 특성상 7종의 투표용지를 일일이 조합하느라 배송은 계속 지연됐다.
결국 잠실7동 제2투표소는 오후 4시46분쯤 투표용지가 동나 참관인에게 고지 후 투표를 일시 중단했다. 대기 중인 선거인들에게는 번호표를 발급했다. 이 무렵 동시다발적인 투표용지 요청이 빗발치자, 선관위는 일련번호 부여를 포기하고 ‘무번호 용지’를 그대로 배부했다. 오후 5시9분쯤 무번호 투표용지마저 거의 소진됐다. 송파구 선관위는 인근 투표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잔여 투표용지를 부족한 투표소로 보냈다.
발급기 사용 뒷북 문의…야간 연장 투표(오후 5시20분 ~ 오후 10시)
투표 종료 40분을 앞두고서야 송파구 선관위는 상급 위원회에 사전투표용 발급기를 이용해 용지를 인쇄해도 되는지 뒤늦게 문의했다. 원래 투표를 종료했어야 할 오후 6시엔 인근 투표소에서 빌려온 투표용지로 투표를 진행했고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선 밤 10시까지 투표 시간이 연장됐다.

진상규명위는 “총체적인 대응 부실”을 지적했다. 조현욱 위원장은 12일 브리핑에서 “송파구 선관위 직원들이 모두 동원돼서 무번호 투표용지 일련번호 넘버링을 하게 됐다”며 “이 투표용지를 직접 배송하느라 위기 상황에 대응을 전혀 하지 못했고 서울시 선관위나 중앙선관위에 체계적 보고도 하지 못했다. 즉 현장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표용지 부족 상황에 대한 업무 매뉴얼이 없었고, 관련 장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투표용지 이송 시 필요한 인계인수 절차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여야는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한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전남·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빠른 시일 안에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도 이뤄져야 한다”며 “당장 다음 주에라도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해 국회에서 조사특위를 즉시 가동시켜야 한다”고 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선관위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며 “선관위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조 대변인은 그러면서 “야당 주도 특검을 수용하라”며 정부와 민주당을 압박했다.
그런 가운데 선관위는 일각에서 제기된 ‘증거보전 대상 투표함 파괴’ 의혹과 관련해 “송파구 선관위가 폐기한 것은 기표된 투표지가 담긴 투표함이 아니라 투표용지 운반에 쓰인 ‘빈 종이상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수거된 빈 상자들을 당초 예정된 일정에 따라 9일 폐기업체에 넘긴 것일 뿐”이라며 “이는 법원의 증거보전 결정문을 받기 전에 이뤄진 정상적 절차로, 증거 인멸을 위해 서둘러 폐기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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