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엔비디아에 구글까지…TSMC 병목에 삼성 ‘대박’ 터지나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칩에 이어 구글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일부를 생산할 전망이다. AI 열풍으로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생산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구글이 삼성전자와 10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스피시’의 핵심 부품 생산을 논의 중이라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스피시는 구글이 대만 반도체기업 미디어텍과 설계 중인 최신 AI 칩으로 오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산을 담당하는 메인 프로세서는 TSMC의 1.4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으로 생산하고, 삼성전자는 T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연결하는 입출력 부품을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가 HBM을 공급하고 파운드리 사업부가 핵심 부품을 생산해 이를 조립하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일괄 생산(턴키)하게 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삼성을 비롯한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들은 TSMC의 생산 병목현상의 수혜를 입고 있다. TSMC의 첨단 시설인 3나노미터 공정은 구글·아마존·메타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AI 칩 수요가 폭증하며 추가 수주가 힘들 정도로 분주한 상태다. 최근 구글은 TSMC가 생산 시설의 한계로 TPU 전체 물량을 소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인텔 파운드리에 2028년까지 TPU 300만 개 생산을 의뢰했다.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칩 생산 기회를 잡았다. 지난 8일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은 방한 중이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칩과 그로크(Groq)의 AI 칩 생산을 위해 협력하고 있으며 다음 세대 생산을 위해서도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칩 생산 협력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로크는 엔비디아가 지난해 12월 인수한 반도체 설계(팹리스) 전문 기업으로 최근 삼성 파운드리에 추론용 칩 생산을 의뢰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테슬라의 자율주행 칩(AI5·AI6)도 생산할 예정이다. 하반기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공정을 활용해 생산하게 된다. 삼성은 지난해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5조원) 규모의 차세대 AI 칩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 디인포메이션은 “대형 기술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인 삼성전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가 이어지며 삼성 파운드리가 적자 탈출에 성공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4나노·8나노 공정 수율은 이미 안정권에 들어섰고, 첨단 시설인 2나노 공정 역시 최근 수율이 60%대로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수익성을 확보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2나노 수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라며 “TSMC 2나노 공정이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빅테크와 추가 계약에 성공한다면 이르면 하반기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흑자 전환 시점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12일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업부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내년에는 (사업적으로) 흑자가 되더라도, 특별경영성과급 지급 등을 반영하면 (회계상)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며 “2028년에는 확실한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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