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면전서 “당권은 짧다”…광주서 與 내분 또 터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광주를 찾았다. 6·3 지방선거 이후 책임론에 휩싸인 정 대표가 첫 공개 행보 장소로 여권의 텃밭인 호남을 택한 것이다.
정 대표는 이날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과 전남도당위원장 김원이 의원, 광주시당위원장 양부남 의원을 비롯한 전남·광주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동행했다. 정 대표는 방명록에 ‘내란 잔재 청산!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고 적었다. 참배를 마친 뒤엔 “5·18 광주 영령 덕분에 12·3 비상계엄을 물리쳤다”며 “5·18 광주 희생 영령을 기억하고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호남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치르는 당권 주자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표밭이다. 지난해 기준 민주당 권리당원은 180만명이고, 그 중 광주(11만)·전남(20만)·전북(19만) 등 호남에만 50만명이 집중돼 있다. 그런 만큼 이미 민주당 당권 주자들은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4월 전북에 거처를 마련했고, 송영길 의원은 당선 직후인 지난 7일 광주를 찾았다.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계의 대표직 사퇴와 전대 불출마 요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정 대표가 지난 9일 비공개 전북 일정 이후 사흘 만에 또 다시 호남을 방문하자 여권에선 “당권 도전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실제 정 대표는 12일 국립묘지 참배에 이어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주재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단결”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단결과 단합을 많이 말한 것처럼, 다른 것과 틀린 것은 다르다”며 “다름을 인정하는 민주당이 돼야 하고, 어려울수록 민주당이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6·3 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들고 더 낮은 자세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날마다 새로워지고 또 날마다 새로워진다) 하겠다”고 했다. 유럽 순방 중인 이 대통령에 대해선 “역대급 외교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추켜세우며 “당·정·청이 원팀, 원보이스로 똘똘 뭉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도 했다.

하지만 정 대표의 당부에도 이날 회의에선 최고위원 간 갈등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반정청래계 인사인 강득구 최고위원은 “국민과 당원은 영원하지만 ‘당권은 짧다’”며 “6·3 지방선거는 국민의 엄중한 경고이고, 불편한 목소리를 회피해선 안 된다”고 직격했다. 지방선거 책임을 정 대표에게 돌리며 정 대표가 이틀 전 최고위에서 발언해 논란에 휩싸인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역시 반청계인 황명선 최고위원은 “(지선 결과에 대해) 많은 의원이 ‘뻔뻔한 지도부’라고 한다”며 “저는 연임하지 않겠다. 지도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며 정 대표의 연임 포기를 압박했다.
그러자 친정청래계 문정복 최고위원은 “선거 결과를 이유로 당을 흔드는 말과 행동은 민주당 스럽지 않다”고 맞받았다. 문 최고위원은 또 다른 당권 주자인 김 총리를 겨냥하면서는 “대통령 순방 중 국가를 대리할 책임자가 연이틀 당선자 워크숍에서 사진을 찍는 게 급한 업무는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9~10일 김 총리는 경기도당 광역·기초의원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해 축사했다. 역시 친청계인 이성윤 최고위원은 정 대표가 추진한 ‘1인 1표제’를 비판하는 당내 인사들을 저격하며 “당원이 이뤄낸 1인 1표제를 흔들고 부정하는 일을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장외에서도 정 대표를 둘러싼 공방은 이어졌다. 정 대표가 페이스북에 ‘1인 1표제’를 비판한 의원처럼 겨냥한 김남희 의원은 X(옛 트위터)에 반박 글을 올리며 “공개 저격 전에 적어도 소통을 해야 하지 않았겠느냐. 너무나 충격적이고 마음이 아프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최민희 의원은 “언론이 정 대표를 반명(반이재명)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분이 커지고 있지만 정 대표는 당원 결집을 가속하며 연임 도전을 향해 직진 중이다. 정 대표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1인 1표제는 민주주의 그 자체”라고 썼다. 모두 민주당 당원들이 요구하는, 구애 성격이 짙은 메시지다. 이보다 하루 전인 지난 10일엔 자신의 지지층이 모인 ‘딴지일보 게시판’에 “가끔 문안인사 드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정 대표는 국회의원을 아우르기보다는 당원을 기반으로 전대를 치르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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