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양대기청 “엘니뇨 이미 현실화”…기후·식량·물가 ‘3중 충격’ 우려
미 해양대기청(NOAA)이 올해 엘니뇨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과 물가 상승, 식량 위기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각) NOAA는 “열대 태평양에서 엘니뇨가 시작됐으며 엘니뇨 주의보를 발령했다”고 발표했다. 세계기상기구(WMO) 등 각국 기상청은 올해 엘니뇨 발생 확률이 높다고 예측해왔는데, 6월 들어 현실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NOAA가 주목한 건 엘니뇨 감시구역(니뇨3.4) 주변 바다의 해수면 온도다. 통상 월별 해수면 온도가 평년(1991~2020년) 대비 평균 0.5도 이상 높은 현상이 수개월 연속 지속되면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인정한다.

그런데 6월 첫주 니뇨3.4의 평균 수온은 평년 대비 0.7도 높았다. 엘니뇨 발생 조건을 충족하기 시작한 초기 단계인 셈이다.
주변 해역 역시 마찬가지였다. 엘니뇨 감시구역의 가장 동쪽인 니뇨1+2구역의 수온은 평년 대비 무려 2.1도가 높았다. 가장 서쪽인 니뇨4 구역의 0.7도 높았다.
특히 페루·에콰도르 연안인 니뇨1+2 구역은 차가운 심해수가 솟아오르는 해역이다. 평균 수온이 큰 폭으로 높아지는 건 이런 작용이 막히고 있단 의미로 해석된다. 엘니뇨의 전형적인 현상 중 하나다.
내년 1월까지 지속…슈퍼 엘니뇨 확률 63%

아직 초기 단계인 데도 NOAA가 엘리뇨 발생을 공식적으로 알린 건 향후 고수온 현상이 연달아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서다. 5~7월 엘니뇨 발생 확률은 97%였다. ▶6~8월, 7~9월은 99% ▶8~10월, 9~11월, 11~1월(2027년) 100%였다.
엘니뇨 발생 기준은 ‘0.5도 상승’이지만 수온이 평년 대비 2도 이상 높아질 가능성도 컸다. NOAA에 따르면 이 확률은 ▶9~11월 48%▶10~12월 62% ▶11~1월 63%였다.
수온이 1.5~2도만 상승해도 강한 엘니뇨로 분류된다. 2도 이상 상승하면 ‘매우 강한(Very Strong)’ 엘니뇨 또는 슈퍼 엘니뇨라고 부른다.

아시아 식량 우려 시작…“기아 인구 4500만 늘 수도”
엘니뇨가 발생한 해는 전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잇따랐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가장 최근 일어난 엘니뇨(2023~2024년) 당시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역대 1위(2024년), 2위(2023년) 수준으로 치솟았다. 찜통더위와 게릴라성 폭우가 자주 나타났고, 2024년엔 열대야 일수(24.5일)가 평년(6.6일) 대비 4배 가까이 늘었다.
2023년 페루·에콰도르에선 이례적인 사이클론과 폭우로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했다. 동아프리카에선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 나타난 후 곧바로 폭우와 홍수가 덮쳐 인명 피해가 컸다. 호주·남아시아 등에선 가뭄과 산불이 심해졌다.

올해는 이미 글로벌 식량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 가뭄이 시작되고 있어서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3일 “건조한 날씨로 인해 아시아 전역의 농작물 파종이 난항을 겪고 있어, 인구가 많은 지역에 식량 공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향후 심각한 엘니뇨가 나타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여름철 쌀·콩·사탕수수·옥수수 등을 키우는 인도의 경우 우기가 늦게 시작하면 파종이 지연될 수 있다. 특히 인도는 전 세계 쌀 수출의 40%를 차지한다. 자국 식량 안보를 위해 수출을 막으면 글로벌 물가 상승도 피하기 어렵다.
올해는 이란 전쟁까지 겹친 상황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비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농업 생산과 식량 시장에 연쇄 충격을 줄 것”이라며 “전쟁이 2분기까지 지속되면 기아 인구가 기존보다 4500만명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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