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날 급반전…“美·이란, 이르면 14일 종전 MOU 서명”

확전 일로로 치닫는 듯했던 미국과 이란 전쟁이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일인 11일(현지시간) 급반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을 예고하면서다. 서명은 이르면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주요 7개국(G7)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다만 이란 정부가 MOU 합의안에 동의하면서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어 실제 서명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포고문 서명 행사에서 “우리는 방금 이란과의 전쟁에 관한 훌륭한 합의를 했다”며 “문서 최종 조율 단계만 남았다”고 밝혔다. 특히 서명식 일정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특정했다. 그는 “아마 유럽에서 서명식이 열릴 것”이라고 했고, 그 시점은 “아마도 이번 주말”이라고 했다.
트럼프 “주말, 유럽에서 서명식 열릴 것”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이 잡히면 자신 대신 JD 밴스 부통령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80세 생일인 오는 14일 백악관 앞에서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 중 하나로 열리는 ‘UFC(종합격투기) 프리덤 250’ 대회에 참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미 정치 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서명식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방안이 추진 중”이라며 “미 공군 C-17 수송기 4대가 이날 유럽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밴스 부통령이 서명식에 참석할 경우를 대비해 관련 장비를 수송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제네바가 에비앙레뱅과 멀지 않은 만큼 G7 회의 일정과 MOU 서명식 일정이 맞물린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도 불가능하지 않다.
이날 예고된 이란 공습도 전격 취소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중요하게도 우리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를 했다”며 “이는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우리가 겪어야 했던 것의 궁극적 목적이었다. 이는 매우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 최고 지도자가 이번 합의를 승인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내가 이해하기로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날 예정됐던 대(對)이란 공습 계획도 전격 취소했다. 그는 이날 포고문 서명식이 있기 1시간 30분쯤 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논의가 이란 최고 지도부 수준까지 올라가 승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저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오늘(11일) 저녁 예정돼 있던 이란에 대한 공습과 폭격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종전 협상을 둘러싼 세부 쟁점은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걸프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들의 승인까지 받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은 오늘 밤 이란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위협했었다. “머지않은 시일 내 우리는 카르그섬(이란 원유 수출 등 물류 핵심 거점)과 기타 석유 인프라 거점을 점령하고 이란의 석유·가스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 뒤 약 5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공습 취소와 함께 종전 합의를 위한 서명식이 곧 있을 거라고 예고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확전 우려가 고조되던 상황이었다. 최근 호르무즈해협 일대에서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잇따른 데 이어 미군 아파치 헬기 격추 사건 이후 양측이 공격과 반격을 주고받으면서 중동 정세는 다시 정면충돌 위기로 치달았다.
‘트럼프, 월드컵 개막 전 종전 희망’ 관측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갈수록 누적되면서 종전 출구 모색을 압박하는 여론 부담이 컸던 상황이기도 했다. 군사 충돌이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고, 이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민심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와 함께 개최국으로 참여하는 북중미 월드컵이 이날 개막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가급적 대회 개막 전에 전쟁을 매듭짓기를 희망해왔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란에서도 12일 합의에 이른 MOU 세부내용을 공개하며 타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란 메흐르 통신은 협상단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합의한 MOU 14개항에 ▶레바논 등 모든 전선에서 즉각적·영구적 전쟁 중단 ▶30일 내 미국의 해상봉쇄 완전 해제 및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재개 ▶이란 주변 지역 미군 철수 ▶핵문제 관련 60일간 협상 등이 포함돼 있다. 또 60일간의 협상이 시작되기 전 120억 달러(약 18조원)의 이란 동결자금을 해제하고 나머지 120억 달러는 이 협상 기간 이란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메흐르 통신은 전했다. 협상 의제엔 이란 미사일과 대리세력 지원은 제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란 IRNA 통신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이란이 보유하고, 레바논 등 모든 전선에서 종전하는 것이 MOU 초안의 핵심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승인 안 됐다”면서도 ‘타결 가능성’ 전망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요구사항을 내놨다가 이를 접고 2주 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던 MOU 초안으로 돌아갔다고 판단하고 합의에 전향적 자세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파르스 통신은 지난달 말 미국과 이란 협상팀이 마련한 MOU 잠정 합의안은 거의 마무리 단계로 들어가 양국 정부의 최종 승인만 남겨둔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이 결과적으로 이란이 제안했던 원안을 수용함에 따라 이란 최고 지도부 역시 해당 문안을 최종 승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이란은 최고 지도부의 최종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아무것도 마무리되지 않았으며 (합의문) 서명 시간과 장소에 관한 보도도 전부 추측성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이란 파르스 통신 역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의 초기 양해각서(MOU)와 관련해 어떠한 문안도 승인된 바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 역시 이란 측이 요구하는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징수권 보장과 해외 동결자금 해제 등에 불만을 가질 경우 급작스레 서명을 취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급작스런 합의 분위기에 당황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종전을 위한 MOU에 대해 논의했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이 전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사전에 이를 통보받지 못 했다는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 보도도 나왔다. 미 CNN 방송 역시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이란 안보 문제와 관련된 회의를 주재하다 트럼프 대통령 발표 내용을 듣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이승호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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