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은 최저 결석률인데 교실은 잠들어 있다
[이정열 기자]
한국교육개발원의 <KEDI Brief> 2026년 9호는 출석은 하되, 학습에는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에 초점을 두었다. 중요한 주제다. 한국의 장기결석률은 OECD 최저 수준인데, 정작 교실에서는 수업 중 자는 고교생이 27.3%에 이른다.
출석부는 가득 차 있으나 학습은 비어 있다. 보고서는 이 간극을 '출석'과 '학습 참여'의 괴리로 명명하고, 정책의 초점을 '학교에 있는 학생'에서 '학교에서 학습하는 학생'으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진단의 큰 줄기에는 동의한다. 출석이 학습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통찰을 보였으며, 자퇴는 '부적응' 뿐만 아니라 입시에 유리한 경로를 택하는 '전략적 우회' 비중도 크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했다.
평가와 입시의 유인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어떤 수업 혁신도 입시 앞에서 뒤로 밀린다는 분석도 타당하다. 문제는 진단이 아니라 처방이다. 보고서는 병의 뿌리를 교문 밖에서 찾아놓고, 약은 교문 안에서만 찾고 있다.
학교 밖에서 설명되지 않는 학교 안 현상
보고서는 학생이 교실에서 자는 이유를 학원에서 이미 배웠거나(대체) 학교 수업이 학습 결손을 메워주지 못해서(무의미)라고 본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 안에, 이 설명으로는 풀리지 않는 숫자가 있다. 학업능력과 학습동기가 충분히 담보된 외국어고(13.1%)와 과학고(14.3%) 학생조차 10% 넘게 잔다는 사실이다.
이들에게 학교 수업은 '학원의 반복'도 '결손을 못 메우는 시간'도 아니다. 이 학생들을 재우는 것은 수업의 질이 아니라 내신 경쟁에서의 탈락 가능성과 그로 인한 정서적 소진이다. 잠의 원인은 수업의 질 혹은 소화 가능성이 아니라 경쟁 구조에 있다.
이 진단은 보고서에서 스스로 도달한 결론인 '성장이 아니라 경쟁이 된 학습'과 정확히 일치한다. 다만 보고서는 이러한 진단을 충분히 확장하지 않고, 행동적 이탈을 여전히 수업의 문제로 연결해 설명하고 있다.
검정고시 우회 경로의 데이터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같은 수능에서 국어·수학 1등급 비율이 자퇴 후 검정고시를 택한 학생들에게서 고3 재학생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전략적으로' 학교를 떠난 학생들은 학습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 경쟁에 더 효율적인 형태의 학습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의 학습 기능 자체가 약화되었다기보다는, 학교 기능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이 입시경쟁을 위한 서비스에만 한정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내신 경쟁이 버거워 떠난 자퇴를 곧 학교 학습 자체의 쇠퇴로 등치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해석이다.
진단은 교문 밖을 가리키는데, 처방은 교문 안에서 멈춘다
보고서가 최종적으로 지목한 왜곡 원인은 '입시를 매개로 왜곡된 학교'다. 그런데 그 입시를 그토록 강력한 유인으로 만드는 배경 요인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학벌에 따른 처우의 격차, 서울 일극 집중 등은 본문에서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
그 결과 처방은 평가 개편, 대학 선발 다양화, 수업 방식 전환처럼 학교 담장 안에서 처리 가능한 변수들로 수렴한다. 유인의 근원은 밖에 두고 출구만 안에서 찾는 셈이다.
직업계고 기피가 그 단적인 예다. 중학교 졸업자의 70~90%가 일반고로 몰리는 기형적 인문계 편중은 정상적이지 않다. 특성화고가 '인생에서 한 번 접고 들어가는 길'로 인식되는 한, 그리고 그것이 상당 부분 사실로 작동하는 한 일반고 쏠림은 합리적 선택이다.
또한 교실에서 자는 학생의 상당수는 애초에 고교 교과를 소화하기 어려운 상태로 일반고에 진학한 이들이다. 이것은 교실 안 수업 방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직업계고를 거부하게 만드는 사회경제적 구조와 초등 단계에서 벌어져 회복되지 않는 기초학력 격차의 문제다.
이 기초학력 격차야말로 보고서가 두 번째 원인으로 든 '획일적 교육과정'의 실체다. 보고서에서 말하는 획일성은 선택과목이 다양하지 않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양극화된 학생들에게 수준에 맞는 수업이 충분히 제공되지 못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렇다고 잊을 만하면 다시 등장하는 수준별 분반 수업이 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어느 연구 결과를 보아도, 하위권만 모인 학습집단은 기대 저하와 학습 모델링의 부재로 학업 향상에 이르지 못했다.
수준별 수업이 의미를 가지려면 하위권에 더 많은 지원이, 더 우수하고 더 많은 교사가 배치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기초학력 진단평가만 반복할 뿐 교사 수는 그대로이며, 입시 중심의 중등 환경에서는 우수한 교사일수록 '실적'을 위해 상위권 학급에 배치되기 쉽다.
더 근본적으로 학력 양극화는 초등 단계에서 이미 벌어지고, 그 단계에서 하위권에게 걸맞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중등에 올라온다. 입시 공부를 하겠다고 일반고에 진학했다면 학업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 담보되어 있어야 마땅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태로 올라오게 만드는 것은 기초학력 지원의 미비다.
처방이 이 층위를 비켜가는 순간, 그것은 효과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 원인을 가리는 알리바이가 된다.
보고서는 '학생의 다양한 성장을 반영하도록 대학 선발 방식을 다각화'하자고 제안한다. 취지는 선하지만, 선발 경로가 늘어날수록 입시는 정보전이 된다.
어떤 전형이 유리한지, 무엇을 언제 준비해야 하는지를 가려내는 정보와 컨설팅은 자원을 가진 가정에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분배된다. 이미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대학 진학은 본질적으로 위치재이기 때문에, 경로를 다양화한다고 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 그 자리를 둘러싼 정보 비대칭과 계층 격차만 확대될 뿐이다. 보고서에는 이 역설에 대한 통찰이 빠져 있다.
사회적 합의라는 전제의 공백
보고서는 모든 처방의 전제로 '학교가 입시 준비 공간이 아니라 학습과 성장의 공간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못 박는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누가, 어떤 기제로 그 합의를 만들 것인지는 비어 있다.
노동시장과 학벌이라는 가장 단단한 변수를 '사회적 합의'라는 정의되지 않은 전제 속으로 밀어 넣은 채, 그 전제 위에 처방 전체를 올려놓은 구조다. 정작 다뤄야 할 문제를 충분한 분석 없이 전제로 처리한 점은 한계로 남는다.
학습 참여를 국가교육통계의 정례 지표로 삼자는 제안도 같은 결을 갖는다. 보고서는 결석률이 학교 평가에 연동되면서 형식적 출석 처리가 늘었던 과거를 들어, 새로운 지표는 줄세우기가 아닌 자체 진단용으로만 활용하겠다고 선제적으로 설명한다. 신중한 태도다.
그러나 행동적·정서적·인지적 참여를 측정 가능한 숫자로 환산하는 순간, 현장은 '실제 참여'가 아니라 '참여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생산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자체 진단용이라는 단서만으로는 이러한 왜곡을 막기 어렵다.
진단에는 동의한다. 출석이 곧 학습은 아니며, 현재 교실에 깊은 균열이 있다는 인식에 이견은 없다. 그러나 교실에서 자는 학생을 깨우는 해법이 더 정교한 수업 기법이나 더 촘촘한 참여 지표 설정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끝내 모두를 서열의 한 칸으로 환원하는 유인 구조, 양극화된 노동시장과 학벌 질서, 서울 일극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한 교실의 문제는 충분히 해소되기 어렵다. 보고서는 그 문제의 핵심 근처까지는 도달했지만, 그 지점에서 멈춰 서 있다는 점이 아쉽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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