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당 한 달 수수료 4500원... 헌법은 왜 우리에게만 적용되지 않는가
최저임금위원회가 '도급노동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을 부결했습니다.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도 최저임금 적용해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를 전해드립니다. <기자말>
[정난숙]
헌법의 약속, 우리에게만 없다
학습지노동자들은 지난 5월,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우리의 사용자들을 고발하는 집단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습니다. 이 진정은 저와 같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이 받는 수수료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그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의 권리에서 우리를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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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습지 노동자는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존엄한 노동자입니다 |
| ⓒ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
그런데 왜 그 약속은 우리에게만 적용되지 않는 것입니까. 저와 같은 학습지 노동자들은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회사가 지급한 교재를 가지고, 회사가 정한 방식대로, 회사가 배정한 회원을 관리하고 가르칩니다. 수업 시간도, 수업 방식도, 업무 기준도, 복장까지 회사의 지침에 따릅니다. 하지만 회사는 우리를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고 부릅니다. 신규 출시된 상품으로 회원 관리를 하기 위해서 밤 11시에도, 휴일에도 태블릿을 켜고 한두 시간 일을 합니다. 야간 노동, 휴일 노동 관계없이 과목당 한 달 수수료는 4500원입니다.
개인사업자라고 하지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회사가 정한 모든 규칙에 따라 일을 한 뿐입니다. 보상 역시 제대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교육시간과 교재 준비 시간, 회원 가정을 방문하기 위한 이동 시간과 대기 시간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합니다.
신규 회원을 유치하려면 홍보비도 사용해야 하고, 회원 유지를 위해 회원들에게 선물도 제공해야 하지만, 그 모든 비용도 다 개인의 부담입니다. 회원이 줄어들면 수입은 곧바로 줄어들고, 아파도 쉬기 어렵습니다. 재난이 발생해도, 폭염과 혹한에도, 가족의 장례식 앞에서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반복됩니다. 과연 이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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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습지 노동자도 최저임금이라는 최소한의 권리 역시 보장받아야 합니다 |
| ⓒ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
우리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대단히 특수한 노동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가정을 방문해 정수기를 점검하는 노동자, 땡볕에도 비바람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골목 누비는 배달 노동자, 늦은 밤에도 이른 새벽에도 시민의 안전한 귀가를 책임지는 대리운전 노동자, 아이들을 만나 교육하는 학습지 노동자. 우리는 모두 일상에서 평범한 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우리에게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헌법은 우리와 멀어집니다. 최저임금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서조차 배제되고 말아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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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습지교사도 노동자입니다. 계약서의 이름이 노동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
| ⓒ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
우리가 제출한 집단진정서가 수많은 민원 중 하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진정은 헌법의 적용을 받고 싶은, 법으로 보호받고자 하는 800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당당한 요구입니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되찾기 위한 정당한 요구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이 진정을 형식적으로 처리하지 말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수수료 실태와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합니다. 노동의 실질은 분명합니다. 헌법의 정신에 따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법을 당장 적용해야 합니다.
학습지 노동자를 비롯해 가전방문점검원,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은 서로 다른 이름으로 일하고 있지만 모두 자신의 노동으로 사회를 움직이는 노동자들입니다.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존엄한 노동자이며, 최저임금이라는 최소한의 권리 역시 보장받아야 합니다. 이 진정서는 그 수백만명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목소리를 부디 무겁게 받으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난숙은 민주노총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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