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서 안 되는 일은 없었다"던 한성숙의 '등산론'

이정환 2026. 6. 1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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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김만덕] 정용진 회장 동생 정유경 회장의 새벽 1시 루틴... 한 여성 소방관의 안타까운 죽음

거상 김만덕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이름이 오른 여성 리더입니다. 부모를 잃고 힘겹게 살았지만, 혼자 힘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부를 쌓았고, 이를 가난한 사람들과 나눈 삶의 가치가 실록에도 남게 된 거죠. 그가 처했던 상황, 문제의식 그리고 걸어왔던 길은 지금과도 통합니다. 유리천장은 아직도 튼튼하니까요. '오늘의 김만덕 이야기'를 매주 전합니다. <편집자말>

[이정환 기자]

[세계여성] 2002 한·일 월드컵 24년 후 일어난 놀라운 일

2026 FIFA(피파)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했습니다.

개막식에서 한국인이라면 더 주목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 나왔죠. 월드컵 공식 주제가 'DNA'를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제가를 부른 싱어송 라이터 이재가 함께 불렀습니다. 그리고 한국어 가사가 울려 퍼졌습니다.

"또 넘어져도 나, 또다시 일어나."

이재가 직접 쓴 가사라고 합니다. 그는 공연을 마치고 자신의 SNS에 "정말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면서 "방금 있었던 일이 믿기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이재는 "어린 시절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들이 서로 껴안고 축하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또렷하다. 그 감동은 절대 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로부터 24년 후, 한국계 여성이 세계 이목이 쏠리는 중심에서 우리나라 말로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그 열 두 글자가 전하는 울림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또 넘어져도 나, 또다시 일어나."

[여성정치] "여자라서 안 되는 일은 없었다"던 한성숙의 '등산론'
▲ 준비단 회의하는 한성숙 총리후보자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 집무실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20년 만에 여성 국무총리로 내정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입니다.

한 내정자는 2016년 10월 네이버 신임 대표로 발탁됐었는데요. 인터넷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는 상황이었습니다.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당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 내정자는 "네이버에서 내가 여자라서 안 되는 일은 없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정한 다음에는 될 때까지 견뎌내야 한다. 특정 지점에서 견디지 못하고 짧은 호흡으로 가는 경우가 있는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즐거움을 위해 등산을 하듯, 정상에 오르려면 결국 견뎌야 하고, 내가 하는 것만 힘들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2016년 10월 21일자 아시아경제)

한 내정자로서는 또 다른 '정상'을 목전에 두고 있는 셈입니다. 재계와 여성 경제계는 일단 환영의 뜻을 잇따라 밝혔는데요.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6단체는 8일 공동 성명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성숙 장관을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환영한다"며 "특히 기업 경영 최일선을 직접 이끌어 온 기업인 출신 총리 후보라는 점에서 이번 지명을 더욱 뜻깊게 받아들인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여성경영인협회 역시 입장문을 통해 "특히 이번 지명은 여성기업인에게도 뜻깊은 이정표"라며 "한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2006년 이후 약 20년만이자 역대 두 번째 여성 국무총리가 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습니다.

11일 한 내정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소모적인 정쟁보다는 송곳 검증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그와 함께, 여성 리더십의 의미를 제대로 조명하는 자리도 됐으면 좋겠습니다.

[여성경제] 정용진 회장 동생 정유경 회장의 새벽 1시 루틴

"한국 사회에서 '이부진과 정유경'은 하나의 현상이다. 막대한 부를 승계한 재벌 3세들. 그러나 대중은 그들에게서 치열하게 자녀를 키운 '대치맘'과 '아이돌맘', 혹은 오빠와 경쟁해 제 몫을 받아낸 'K-장녀'의 모습을 보고 선망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장자 중심의 한국 재벌가에서 흔치 않은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중앙일보>의 '더중앙플러스'에서 흥미로운 기획을 선보였습니다. 6월 10일자 보도에서 경영자로서 이부진 사장과 정유경 회장을 비교·분석했는데요. 특히 정 회장의 경우 대중에게 친숙한 오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달리 개인적인 면모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기사를 읽다보면 오빠와의 차이가 제법 크게 느껴졌습니다.

정 회장은 오빠와 달리 '경청형 리더십' 면모가 강한 것으로 읽혔는데요. 다음은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유경 회장을 두루 경험했던 신세계백화점 전직 고위 임원의 말입니다.

"보고가 아무리 길어도 중간에 끊는 법이 없어요. 새로운 기술과 유통 트렌드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들어보고, 한남동 자택에서 늘 새벽 1시까지 공부하는 게 루틴이죠."

또한 이 전직 고위 임원은 "30대 시절부터 정 회장을 지켜봐 왔지만 한결같다"며 "인사, 재무, 마케팅 같은 전문경영인의 고유 영역에 대해 전문성을 인정해준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오빠가 '앞'에서 메시지를 자주 던지는 유형의 리더십이라면, 동생의 경우는 "조용히 뒤에서 디테일을 챙기는 리더십"이라는 것이죠.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사태. 대국민사과를 통해 정용진 회장은 "엄격한 역사 의식과 윤리적 기준을 정립하기 위하여 저를 포함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 회장은 과거 여러 차례 강연을 통해 "생각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생각의 근육'에 필요한 것은 공부와 경청입니다.
 지난 5월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스크린에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등과 관련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사과 회견 TV 생중계 화면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여성인권]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여성 소방관의 카톡...

지난해 10월 한 20대 여성 소방관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가 최근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 광주지부와 유족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약혼자가 공개한 카카오톡에는 "죽을 것 같아", "빨리 와 달라", "취해도 집에 보내주지 않는다", "팀 회식에서 열 번 넘게 토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유족들은 이를 근거로 고인이 생전에 강압적인 회식 문화와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문제 제기에는 광주소방본부가 작성한 사망 면직 관련 공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공문에는 '남자친구와의 관계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가족들은 더 큰 괴로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커지자 최근 소방청은 민원을 접수해 감찰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이 소식을 접한 이 대통령은 "회식 음주 강요와 사망 경위는 물론 감찰 요구 묵살 의혹까지 철저히 조사하되, 조사 주체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소방청이 아닌 국무조정실로 하겠다"는 뜻을 X를 통해 밝혔습니다.

모쪼록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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