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참교육' 속 조폭 소굴이 된 학교... 34년차 교사의 시선
요즘 가장 뜨거운 화제작, 드라마 <참교육> 다들 어떻게 보셨나요? 누군가는 현실을 잘 고발했다고 박수를 치고, 누군가는 무리한 설정이라며 고개를 젓습니다.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 학부모, 학생은 물론이고 드라마를 본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오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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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 스틸 이미지 |
| ⓒ Netflix |
그래서 학교와 교육을 다루는 드라마는 늘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다. 이 드라마도 그렇다.
해외 출장길, 긴 비행시간 동안 드라마 전 회를 보았다. 15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숙소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시차 때문에 일찍 눈을 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 10화의 장면들이 아른거린다. 같은 목적으로 해외연수단에 포함된 타 지역 장학관 룸메이트의 온전한 쉼을 보장하기 위해 조용히 로비로 내려왔다. 핸드폰으로 기사를 쓴다.
참교육에 대한 정의부터, 교권국이라는 특단의 조직 없이 우리 교육을 어찌할 수 없다는 묘사, 다소 과한 학교의 모습들. 이 드라마에 대한 리뷰는 이미 많이 나올 것이다. 나는 직업계고를 다룬 2화에 대해 말하고 싶다. 내가 34년간 근무한 곳이니까.
'실패의 언어'에 갇힌 제작진의 쌍팔년도식 인식
현재의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는 유형별로 각각의 특화 분야를 갖춰 고도의 전문 교육을 수행하는 곳이다. 특성화고는 경영·IT·디자인·바이오 등 17개 계열에 걸친 직업교육을, 마이스터고는 산업 수요에 직결된 첨단·신산업 맞춤형 인재를 길러낸다.
그럼에도 드라마가 이들을 묘사하는 방식은 2008년 이미 법령상 폐기된 '실업계고' 시절의 낙인 그대로다. '실업계'는 2008년 '전문계고'로, 2012년에는 다시 '직업계고'로 단계적으로 전환됐다. 겉으로는 '하이텍'과 '특성화고'라는 현대의 옷을 입혀놓고, 속으로는 무려 17년 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실업계'라는 실패의 언어와 프레임을 아무렇지 않게 되살려 대중에게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표현의 차이가 아니다. 직업계고가 겪어온 변화와 혁신의 노력을 전혀 알지 못하는 제작진의 무지와 나태함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교폭력과 조직폭력배의 연계가 마치 직업계고만의 전유물인 것처럼 묘사되었다는 점이다. 드라마 속 '구운하이텍고등학교'는 "학생 대다수가 조폭화되어 있는 약육강식의 깡패 소굴"로 그려지며, 2화에서는 "이러다가 다 죽어라"는 절규가 터져 나오는 극단적 폭력의 공간으로 등장한다. 학교 이름에 '하이텍'을 내세우고 자동차과·전기과 등 직업계고 특유의 전공학과를 등장시키면서, 사실상 특성화고를 모델로 삼았음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학교 유리창은 낙서로 도배되고, 교사는 통제력을 완전히 잃은 존재로 처리된다.
학교폭력과 청소년 범죄는 비단 특정 학교군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아픔이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자극적인 연출을 위해 직업계고에 '조폭 연계 범죄 집단'이라는 무시무시한 프레임을 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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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 3학년 2학기 > 스틸 이미지 |
| ⓒ 작업장 봄 |
아쉬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직업계고 졸업생들이 세상의 편견과 부딪치며 쏟아낸 언어들이 이미 우리 곁에 있다. 은유 작가의 저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직업계고 학생들이 마주한 부조리한 세상을 처절하게 기록했다. 허동준의 책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다>는 마이스터고 졸업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증언한다. <공고선생 지한구>는 공업계고에서 오랫동안 국어를 가르쳐 온 지한구 교사가 교실 안팎의 차별과 싸우며 기록한 현장의 언어다. 천현우 작가의 <쇳밥일지>는 공장 바닥에서 살아남은 청년 노동자의 생존 보고서다.
이 네 권의 책이 공통으로 묻는 것은 하나다. 왜 직업계고 졸업생의 삶은 늘 증명을 강요받는가. 이 처절한 언어들이 이미 독자들의 손에 들려 있는데, 드라마 <참교육>은 그 언어 대신 조폭과 주먹을 택했다. 직업계고 졸업생들이 세상의 부조리한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스스로 참교육해온 이야기를 다루었더라면, 이 드라마는 얼마나 달랐을까. 현장을 전혀 모르는 이들이 손쉬운 클리셰를 택한 것이 못내 아쉽고, 또 아쉽다.
드라마가 가한 가장 깊은 상처는 교사들을 묘사한 방식이다. 극 중 교사들은 학생들의 일탈과 폭력을 방조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극도로 무기력한 집단으로 그려진다.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교사의 권위와 헌신을 이토록 철저히 짓밟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땀 흘리는 교육자들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다.
현장의 교사들은 아이들이 당당한 전문인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진로 지도와 인성 교육에 밤낮으로 헌신하고 있다. 그 자리가 드라마 속에서는 학생의 주먹질에 고개를 떨구는 무력한 방관자의 자리로 전락했다.
제작진에게, 그리고 넷플릭스에게 촉구한다
드라마 <참교육>의 기획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이번 2화는 직업계고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하고 학생과 교사들의 사기를 꺾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디어가 가진 파급력을 생각할 때, 현실을 왜곡한 자극적인 설정은 마땅히 성찰해야 할 지점이다.
제작진과 넷플릭스는 돌아봐야 한다. 2024년 기준 마이스터고 취업률은 72.6%, 특성화고는 52.3%에 달한다. 이 숫자들이 증명하듯, 직업계고는 이미 첨단 산업 현장을 떠받치는 전문 인력의 요람이다.
진짜 '참교육'이 필요한 곳은 현장의 학교가 아니라, 현대의 옷을 입혀둔 채 여전히 쌍팔년도식 편견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드라마 제작진의 시선이 아닐까. 조폭과 주먹 대신, 은유·허동준·천현우·지한구가 온몸으로 써내려간 차별의 언어 앞에 서야 했다. 그것이 진짜 참교육이었을 것이다.
문득 창밖을 본다. 멀리 지중해의 붉은 기운이 이국땅의 어둠을 빠르게 몰아내고 있다. 대한민국 직업계고를 향한 미디어의 해묵은 편견과 무지의 어둠 역시, 현장의 땀방울이 만들어내는 이 붉은 새벽빛 앞에 마침내 걷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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