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일하라”…삼성전자 이어 SK하이닉스도 챗GPT 도입 검토

반도체 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외부 생성 인공지능(AI)을 업무 현장에 전면 도입하며 ‘AX(AI 전환)’ 속도전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기술·정보 유출 우려로 외부 AI 활용을 제한해 왔지만, 글로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최신 AI 모델을 업무 전반에 과감히 접목해 일하는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픈AI의 ‘챗GPT’를 포함한 외부 생성형 AI 도입을 전격 추진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뉴 이천포럼’ CEO 타운홀 행사에서 구성원들과 ‘AI 시대 우리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소통하며 이 같은 방침을 공유했다. 뉴 이천포럼은 SK그룹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AI 시대 생존 전략과 그룹 차원의 AX 실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곽 사장은 이 자리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365와 코파일럿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챗GPT 엔터프라이즈(기업용 AI)의 사내 활용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핵심기술과 관련없는 영역부터 외부 AI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AI 시대에는 누가 더 많이 아는가보다 누가 더 빨리 배우고 변화하는지가 중요하다. 각자의 업무를 AI와 함께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전사적 혁신을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AI라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타고 글로벌 시장의 거친 파도를 거침없이 헤쳐 나가자”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AI 업무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이날부터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생성AI 3종을 사내 업무 시스템에 공식 도입했다. 임직원들은 업무 특성에 따라 필요한 AI 모델을 자유롭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으며,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가우스 AI’도 병행 운영된다.
반도체 사업을 관장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역시 글로벌 초격차 유지를 위해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DS부문은 이미 활용 중인 앤트로픽 클로드에 더해 이날부터 챗GPT 서비스를 사내에 추가 개방했다. 구글의 제미나이 역시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강력히 주문한 “조직 DNA를 송두리째 바꾸라”는 메시지가 실제 업무 현장의 파격적인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중앙일보가 지난달 한국여론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대·중견·중소기업 및 공기업 32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AI 활용과 일자리 영향’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 기업의 79.5%가 이미 업무에 AI를 공식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AI는 대량 실직이 아니라 인류에게 새로운 황금기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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