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는 왜 다시 한미 핵협의그룹에 등장했나
[배정현 기자]
지난해 12월 발표된 제5차 NCG 공동언론성명에는 '북한'이라는 단어조차 없었다. 그런데 6개월 뒤 서울에서 열린 제6차 NCG 공동언론성명에는 "한미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문구가 다시 등장했다. 사라졌던 단어가 돌아온 것이다. 문제는 그 단어가 돌아온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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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가 진행되고 있다. |
| ⓒ 국방부 제공 |
더구나 이번 변화는 북중 정상회담 직후에 나왔다. 최근 북중 정상회담 관련 공개 메시지에서 비핵화 문제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중국이 북한 핵 문제를 이전보다 낮은 우선순위로 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한미가 NCG 공동언론성명에 다시 '북한 비핵화'를 명시한 것은 단순한 표현 수정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여기서 물어야 할 것은 "비핵화를 말했느냐"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비핵화를 어디에서 말했느냐"이다.
비핵화가 놓인 자리, 억제의 언어
이번에 비핵화가 다시 명시된 자리는 남북대화나 평화협상 테이블이 아니었다. 한미 핵협의그룹(NCG)이었다. NCG는 이름 그대로 핵억제와 확장억제를 논의하는 협의체다.
이번 성명에서도 한미는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하는 동시에 미국이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역량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또한 보안 및 정보공유, 핵위기 시 협의 절차, 핵·재래식 통합(CNI), 연습 및 훈련, 전략적 메시지와 위험감소 과업 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즉, 이번 성명에서 '북한 비핵화'는 확장억제, 핵·재래식 통합, 정보공유, 훈련, 보안지침과 함께 언급됐다. 이 배치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물론 이를 단순히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계속 고도화되고 있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미가 확장억제 협의를 지속하고,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다시 확인하는 것은 한국 안보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비핵화 목표가 흐려지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일수록, 한국 정부가 그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비핵화가 오직 핵억제의 틀 안에서만 언급될 때, 그것은 평화의 목표라기보다 억제정책의 수식어로 남을 위험이 있다.
억제와 비핵화는 어떻게 공존하는가
이재명 정부는 그동안 한반도 평화공존을 대북정책의 핵심 기조로 제시해왔다. 북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적대행위 불추진을 밝혔고,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 접경지역 긴장 완화 조치도 추진했다.
대통령은 비핵화 역시 일괄타결보다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해왔다. 핵물질 추가 생산 중단, 핵물질의 해외 반출 금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중단 등 단기 목표를 거론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평화공존 기조는 적어도 대북정책의 출발점을 바꾸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북한을 압박과 응징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당장 통일을 전제로 하기보다 충돌을 막고 공존의 조건을 만들어가겠다는 접근이다. 지금의 남북관계에서 이는 필요한 전환이다. 그러나 평화공존을 말하려면, 비핵화를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지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제6차 NCG 공동언론성명은 바로 그 빈칸을 보여준다. 한미동맹 차원에서는 북한 비핵화가 다시 명시됐다. 그러나 그것은 대화와 평화관리의 구상 속에서가 아니라, 확장억제와 핵·재래식 통합을 다루는 협의체의 틀 안에서 확인된 것이었다. 정부가 평화공존을 말하면서도 비핵화를 주로 군사적 억제의 틀 안에서만 확인한다면, 평화공존은 선언에 머물 수 있다.
물론 비핵화와 확장억제는 서로 배척되는 개념은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지속되는 한 억제는 필요하고, 억제 없는 평화론은 현실을 외면하기 쉽다. 반대로 비핵화 목표가 빠진 억제론은 한반도 문제를 군사적 관리의 영역에만 가둘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이 둘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하느냐다.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평화공존은 단순히 긴장을 낮추는 기술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적대가 굳어진 한반도에서 충돌을 막고, 대화의 조건을 만들며, 장기적으로는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는 정치적 경로여야 한다. 그렇다면 비핵화는 NCG 공동언론성명 속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확장억제 협의체에서 확인되는 동시에 남북관계와 평화관리 구상 속에서도 다시 설명되어야 한다.
제6차 NCG는 한미가 북한 비핵화 목표를 버리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재명 정부의 평화공존 정책이 충분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비핵화가 확장억제 협의체 안에서만 확인되고, 남북관계와 평화관리 구상 속에서는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평화공존은 선언에 머물 수 있다.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북한 비핵화를 억제의 목표로만 말할 것인가, 아니면 대화와 위험관리의 목표로도 함께 설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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