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OCIO 1위…고심 깊은 NH투자증권
한때 수주 휩쓸더니 최근 잇단 고배
대어급 기관자금 다 놓쳤다…"잦은 인사 교체가 원인" 지적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사옥[NH투자증권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2/552842-MG6mj39/20260612163008303dlph.jpg)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증권업계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NH투자증권이 기관 영업을 접을 위기에 놓였다. 핵심 공적 사업을 경쟁사들에 속속 빼앗기면서다.
업계는 그 배경을 최고경영자(CEO)의 잦은 책임자 교체에서 찾는다. OCIO는 대규모 자금을 굴리더라도 수수료율 자체가 매우 낮아서 당장 눈앞에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다. 수년간 쌓아올리는 '트랙레코드'(운용경력)와 이해관계자들과의 스킨십(관계구축)이 중요한데, 이런 인내 구간을 기다려주지 않는 인사 조치가 경쟁력을 갉아먹었다는 분석이다.
◇이창목 부문대표 보직 해임…사실상 지휘 공백
1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OCIO 사업부를 이끌어 오던 이창목 부문대표(전무)는 지난 6일 주말 NH투자증권으로부터 보직 해임 통보를 받았다. 이 전무는 NH투자증권 차기 CEO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던 인물로, 후보자 사퇴를 하라는 윤병운 현 대표의 강요를 거부하자 보직 해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인포맥스가 29일 단독 송고한 'NH투자증권 차기 대표 선임 '진통'…현직 대표 부당 개입 의혹 '파장'' 제하의 기사 참고).
앞서 NH투자증권은 윤 대표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후임 각자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이사 선정 작업은 독립된 임추위를 통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현직 대표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후보를 강제 배제하려 했단 점에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2024년 12월부터 OCIO사업부 부문 대표로 사업을 지휘해 온 이 모 전무가 보직 해임되면서, 총괄이 공석인 채로 윤 사장이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NH투자증권 사옥 건물 로비[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2/552842-MG6mj39/20260612163009574djis.jpg)
◇4년 반 새 물러난 수장만 세 명
NH투자증권은 최근 수년 동안 OCIO 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자를 여러 차례 교체해 왔다.
NH투자증권은 2021년 증권업계로는 최초로 OCIO 사업에 발을 들였다. 그해 말 인사에서 OCIO 사업부 대표로 선임된 권순호 전 전무가 정영채 당시 사장의 지원으로 OCIO 사업 기반을 다지고 빠르게 입지를 넓혔다.
회사는 OCIO 시장 최대어 중 하나였던 주택도시기금을 시작으로 서민금융진흥원, 강원랜드 등의 전담운용기관 자격을 잇달아 따내며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하지만 권 전 전무는 2023년 12월 정 전 사장이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퇴임 조처됐다.
NH투자증권이 활발한 '독주'를 이어가던 시기 공석을 맞은 사업부 수장직은 이수석 당시 OCIO솔루션본부장이 대행했다. 그러다 이 본부장은 2024년 3월 윤병운 사장이 취임한 직후 있은 임원 인사에서 정식 사업부 대표로 올라섰다.
통상 새 CEO 취임 직후 단행되는 첫 임원 인사는 전임 경영진의 의중이 반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윤 사장은 그해 말 단행한 첫 '윤병운호(號)' 임원 인사에서 그를 퇴임시켰다. 사업부 대표로 선임된 지 8개월 만에 물러나게 된 것이다.
또다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운 사람이 이창목 전무다. 그 역시 부문대표 선임 1년 6개월 만에 보직 해임되면서, 리더십은 또 공백을 맞은 상태다.
◇"장기전 사업에서 잦은 인사교체는 자충수"
시장에서는 이런 인사 변수가 OCIO 사업 부진을 초래했다고 입을 모은다.
OCIO 사업은 투입 인력과 비용 대비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씨 뿌리는 기간이 긴' 사업으로 불린다. 주요 연기금·공제회와 기관의 OCIO 재선정 주기가 2~4년으로 비교적 길어서 한 번 놓치면 다음 입찰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
![여의도 증권가[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2/552842-MG6mj39/20260612163010934lxaw.jpg)
결국 운용(수주) 실적을 쌓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자금을 위탁할 기관들로서는 경험 많은 증권·운용사를 OCIO로 선정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몇 년간 고군분투하며 이력을 한 줄 한 줄 쌓아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처음부터 쌓아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OCIO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증권·운용사들은 기금·기관 담당자들뿐 아니라 OCIC 선정 위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 학회 소속 교수진과도 친분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약 4년 6개월 사이 책임자(부문대표)가 세 번이나 교체되면서 공들여 쌓은 '인적 네트워크'도 연속성을 잃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사람 비즈니스는 대물림이 어렵다"며 "대표적인 '장기전' 성격의 사업에서 인사 기조에 따라 수시로 책임자를 교체하니 사업이 순항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 준비와 이해관계자 관리 등에 관한 체계를 확립하기까지 최소 수년이 필요한데 사업 안정성에 대한 경영진의 이해가 부족했다고 본다"며 "3~4년 전까지만 해도 NH투자증권은 넘볼 수 없는 1위였지만 지금은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치고 나가는 KB증권…몇 년 새 뒤바뀐 입지
최근의 입찰 성적표가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주요 공적 자금 입찰에서 '약체'로 꼽히던 KB증권에 지위를 속속 내주며 여러 번 체면을 구겼다.
KB증권은 2024년 11월 1조원이 넘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의 '성과보상기금' OCIO에 선정돼, NH투자증권으로부터 자금을 넘겨받았다.
당시 NH투자증권은 기존 주간사였음에도 도전자였던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대비 크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증권업계 숙원이던 '연기금 투자풀'의 진입이 가능해지면서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 모두 고배를 마셨지만 KB증권은 참여 요건인 일반 사모집합투자업 라이선스를 획득해 응찰했고, NH투자증권은 응찰조차 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을 관리하는 주택기금과[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2/552842-MG6mj39/20260612163012207xtyc.jpg)
지난달에는 14조원에 달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기금의 OCIO 지위를 도전자였던 KB증권에 내줬다. 기존 주간사라는 이점에도 수성하지 못해 타격이 컸다. 아울러 NH투자증권은 최근 국내 첫 기금형 퇴직연금인 중퇴기금(푸른씨앗)에도 도전했으나 기존 주간사 미래에셋증권에 밀려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내년 고용보험기금 앞두고 갈림길 선 NH증권
반면 연이은 사업 수주 속 약체에서 강자로 올라선 KB증권의 비결은 무엇일까. 업계와 학계는 '리더십의 연속성'을 꼽는다.
KB증권은 OCIO 사업을 키우기 위해 2021년 5월 삼성자산운용 출신의 김성희 상무를 당시 부서장으로 영입했다. 회사는 이듬해 부서를 본부 단위로 확대 개편한 뒤 현재까지 김 상무에게 OCIO 사업을 맡기고 있다.
사업 특성을 고려한 그룹(지주)과 회사의 지원이 뒷받침됐단 분석이다. 연구기관 한 전문가는 "KB증권의 경우 NH투자증권과 달리 KB금융지주 차원에서 OCIO 사업의 장기전을 이해해 책임자가 시간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며 "초반 몇 년간은 공적 기금에서 성과가 거의 없었지만 갈수록 입지가 탄탄해진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덧붙여 "OCIO를 잘 이해하고 있는 적임자를 선별(영입)해 '톱다운'(경영진 주도)으로 힘을 실어준 전략이 효과를 본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한때 OCIO를 회사의 새 먹거리로 삼았던 NH투자증권으로서는 현재 고심이 깊다. 사기업과 대학 등 민간 부문 수주 건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주요 공적기금(기관) 사업을 모두 잃은 상황이어서다.
문제는 올해 NH투자증권이 방어해야 할 OCIO 물량이 남았다는 점이다. NH투자증권이 도맡아 굴렸던 1500억원 규모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자금과 1000억원 규모 강원랜드 자금의 만기가 연말 도래한다.
NH투자증권 내 주택도시기금운용본부 등 전담 부서 인력들은 사실상 다음 달부터 맡을 업무가 사라진다.
다만 내년 상반기 또 다른 OCIO 대어인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금'의 재선정이 돌아오는 만큼, 이를 노리기 위해 연말까지는 OCIO 사업부 안에서 인력 재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차기 CEO 선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변수가 많다. 향후 CEO(WM부문)의 의지에 따라 OCIO의 기관사업에 힘의 실릴지 빠질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는 NH투자증권이 기관자금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할 경우 시장에도 파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공적기금 OCIO 시장은 사실상 소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로 재편된 상태다.' 돈 안 되는' 장사를 이어갈 수 있는 일부 대형사들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좁혀지면 사실상 독점 구도가 우려된다.
OCIO를 도입해 운영 중인 국내 기관 한 관계자는 "이러다 수년 뒤에는 업권별로 사업자 두 곳만 남아 '나눠 먹기'식으로 안일하게 경쟁하지는 않을까 싶다"며 "우리 같이 국민의 노후 자금을 기초로 하는 기금들로선 경쟁 약화는 운용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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