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로 지정된 안중근 유묵 54년 만에 첫 경매에…시작가 16억원
케이옥션 6월 경매 총 120억 규모
안중근(1879~1910) 의사가 1910년 2월 중국 뤼순 감옥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쓴 유묵(遺墨) ‘백인당중유태화(百忍堂中有泰和)’가 국내 경매에 나온다.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 유묵이 경매에 부쳐지는 건 처음이다.
케이옥션은 오는 24일 열리는 6월 경매에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 ‘백인당중유태화’가 출품된다고 12일 밝혔다. 해당 작품은 1972년 안중근 유묵 26점이 일괄로 국가지정문화유산(보물)이 될 당시 포함됐던 것으로, 당시 지정 관리번호상 맨 앞자리인 보물 제569-1호를 받았다. ‘백 번 참는 집안에 태평과 화목이 깃든다’는 의미로 『구당서』 188권 ‘열전’에 전하는 장공예(張公藝)의 고사에서 유래한 글귀다.

케이옥션 측은 “충(忠)·의(義)·헌신을 강조한 다른 유묵과 달리 참음(忍)과 화합(和)을 말하는 작품”이라면서 “강건하면서도 균형감 있는 서체, 그리고 손바닥 도장인 장인(掌印)의 안정적인 구성 등 안중근 유묵 특유의 정신성과 조형적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해당 출품작에는 1910년 2월 14일자 ‘관동도독부법원 안중근 외 사형 판결문’ 유인본도 포함됐다. 안 의사에게 사형이 선고된 재판의 공식 기록이자, 등사원지에 철필로 새겨 인쇄하는 등사 방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료다.

케이옥션 측은 이번 출품작과 관련해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한국인이 입수한 뒤 100여 년 동안 한 가문에서 보존되어 온 작품으로 전래 경위가 명확하다”고 알렸다. 추정가는 별도 문의해야 하며, 경매는 16억원에 시작될 예정이다.
앞서 안 의사의 순국 직전 글씨 ‘용호지웅세 기작인묘지태(龍虎之雄勢 豈作蚓猫之態)’가 2023년 12월 서울옥션에서 19억5000만원에 낙찰돼 안중근 유묵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 경매엔 서애 류성룡이 임진왜란 도중인 1595년에 쓴 간찰(편지)도 추정가 400만~1000만 원에 나온다. 추사 김정희의 ‘묵란도·제발’ 2점(2억~3억5000만 원), 백범 김구가 광복 전후에 쓴 ‘항려·자손’(2300만~5000만 원) 등도 선보인다. 올해 탄생 110주년을 맞은 유영국 ‘산’(1967년)과 이우환의 150호 ‘점으로부터’(16억~30억 원), 김환기의 뉴욕 시기 작품 ‘17-VIII-69 #104’(2억~5억 원)도 새 주인을 찾는다. 알렉스 카츠, 쿠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타카시 등 국내 경매 인기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총 107점, 약 120억 원 규모로 예상되는 이번 경매의 출품작 프리뷰(무료)는 13일부터 경매 당일까지 서울 강남구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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