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옷 입고 등교하세요”…2002 월드컵 이후 24년만의 ‘학교 응원전’

“11시부터 체코전을 반 친구들과 함께 관람합니다. ‘빨간색 옷’이 있다면 입고 오기를 추천합니다.”
11일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학부모들에게 보낸 알림장이다. 알림장에는 함께 먹을 응원 간식부터 희망 학생이 체험할 응원 페이스페인팅까지, 교실을 응원석으로 바꿀 준비 안내가 빼곡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개막과 함께 전국 초·중·고 곳곳에서 ‘교실 응원전’이 시작됐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전 11시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체코와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치른다. 이어지는 멕시코전(19일)과 남아프리카공화국전(25일)도 각각 오전 10시에 열린다.
교실에서 ‘태극전사’를 응원하는 건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4년 만이다. 조별리그 세 경기가 모두 평일 오전, 학교 수업시간과 겹친다.
2006년 독일 대회부터 2022년 카타르 대회까지 한국 경기는 시차 탓에 모두 밤이나 새벽, 이른 아침에 열렸다.
다시 돌아온 교실 응원전에 ‘월드컵 세대’ 학부모들의 반응은 유독 뜨겁다. 서울 성동구의 초등학생 학부모 김자연(40)씨는 “2002년 고1 때 야간자율학습을 하다 교실 TV로 한일 월드컵을 봤는데, 골이 들어갈 때 친구들과 다 같이 책상을 두드리며 복도로 뛰쳐나가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때 친구들과 부둥켜안고 환호하던 기분을 아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붉은 악마 티셔츠는 없어서 옷장에서 제일 빨간 옷을 미리 꺼내놨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모씨는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초등학교 교실에 다 같이 모여 경기를 봤던 게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며 “수학여행도 현장학습도 자꾸 없어지는 마당에, 아이가 ‘학교에서 제일 신났던 날’로 기억할 하루가 생긴 것 같아 고맙다”고 했다.

SNS에서도 학교마다 준비한 응원 행사 인증이 쏟아지고 있다. 한 초등학교는 6학년 전체가 3~4교시에 교실에서 체코전을 관람하기로 했다며 “반티 또는 빨간색 티셔츠, 간단한 간식”을 준비물로 안내했다. 한 고등학교는 고3 수험생을 위해 점심시간에 체육관을 개방해 경기를 틀어주기로 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이 아이들이 어른이 돼 2026년을 떠올릴 때,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질렀던 함성이 가장 먼저 생각나면 좋겠다”며 “한 골에 반 전체가 함께 소리 지르고 아쉬워해 본 경험은 교과서로는 가르칠 수 없는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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