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부천 시민들이 과거 기록하는 이유
[박정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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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천문화원이 11일 송내어울마당 솔안아트홀에서 개최한 제5기 문화탐사대·향토역사안내택시 통합교육에서 참가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
| ⓒ 박정길 |
"여러분이 알고 있는 부천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는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소사초등학교나 북초등학교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지만 답은 달랐다. 지금의 인천 문학초등학교 자리에는 한때 '부천공립소학교'가 있었고, 그곳이 부천군청의 출발점이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권 원장은 부천군 시절부터 현재의 부천시청에 이르기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청사가 이전한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부천은 급격한 성장과 변화 속에서 도시의 흔적들이 빠르게 사라진 곳"이라며 "과거 부천군청이 있었던 장소들을 기억하고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인천 답동성당 인근의 옛 부천군청 터에 역사 표지석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역사를 기억하지 않으면 도시의 뿌리도 함께 잊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강연에서는 부천의 옛 행정구역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현재는 각각 다른 지역으로 나뉜 서울 강서구·양천구·구로구·금천구와 광명·시흥·안양·의왕·군포·안산 일부 지역, 그리고 인천 남부 지역까지 한때 부천군에 포함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행정구역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과거에는 하나의 생활권이자 역사문화권이었다는 이야기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권 원장의 강연에 이어 시지은 부천학연구소 연구위원의 '부천의 문화유산과 마을제의', 권만용 부천학연구소 연구위원의 '부천의 교육과 근대인물'을 주제로 한 교육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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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기 문화탐사대 및 향토역사 안내택시 통합 교육에서 신재훈 부천문화원 역사기획팀장이 “아카이브는 단순히 기록물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수집하고 활용하며 시민과 공유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 ⓒ 박정길 |
부천은 빠르게 변해온 도시다. 재개발과 도시 확장 속에서 오래된 골목과 논밭, 마을 이름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문화원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지는 역사'를 시민과 함께 남기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
신재훈 부천문화원 역사기획팀장은 "아카이브는 단순히 기록물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수집하고 활용하며 시민과 공유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천은 급속한 도시개발로 예전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며 "연초시험장이나 농촌진흥원 관련 자료처럼 중요한 기록이 뒤늦게 발견되기도 하지만, 오래된 동네 사진이나 가족사진 역시 지역사를 복원하는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탐사대 활동을 통해 일제강점기 연초시험장과 농촌진흥원 관련 사진과 문서 등이 새롭게 발굴되기도 했다. 사라질 뻔한 기록들이 시민들의 손을 거쳐 다시 역사 자료로 복원된 것이다.
신 팀장은 "대장초등학교 운동회 사진 한 장, 동네 다리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한 장도 모두 역사"라며 "개발로 사라진 공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가자들에게 "집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사진첩부터 열어보라"고 당부했다. 이미 잊힌 줄 알았던 일상의 기록이 도시의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송내동에서 온 한 여성 참석자는 교육을 통해 자신이 보관해 온 사진의 가치를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천에서 오래 생활했지만 지역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는 많지 않았다"며 "오늘 강의를 들으며 부천의 과거를 알게 돼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년 넘게 지역 활동을 하면서 찍어둔 사진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부천역 주변 행사나 당시 거리 풍경 등이 담긴 사진도 있는데, 그런 자료들이 부천의 역사를 기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에 돌아가 사진첩을 다시 살펴보고 의미 있는 자료가 있으면 문화탐사대에 공유하고 싶다"며 "평범한 일상의 기록도 지역의 소중한 역사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문화탐사대의 역할은 지역 사진과 자료를 수집하고, 원로들의 구술을 기록하며, 이를 글과 아카이브 자료로 남기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기록은 전시관과 홈페이지, 자료집, 영상 콘텐츠 등을 통해 다시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신 팀장은 "처음에는 '나는 아는 게 없다'고 말하는 어르신들도 이야기를 시작하면 기억을 하나둘 꺼내놓는다"며 "시민들이 지역 원로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것 또한 중요한 역사 보존 활동"이라고 말했다.
이날 교육의 또 다른 축은 '향토역사 안내택시'였다. 택시기사들이 승객들에게 부천의 역사와 변화를 설명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도당동에서 온 한 택시기사는 5년 전부터 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승객들이 부천에 대해 자주 물어봅니다. 그냥 지나치듯 말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택시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도시를 가장 가까이에서 소개하는 현장"이라며 "과거 이야기뿐 아니라 현재 산업 변화와 도시 구조까지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천문화원은 문화탐사대와 향토역사 안내택시를 '부천 아카이브 활성화 사업'의 중심축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문화탐사대원 약 400명, 향토역사 안내택시 해설사 300여 명이 참여했으며 자료집과 결과보고서도 꾸준히 발간되고 있다.
권 원장은 "부천의 37개 동에는 각각의 역사와 이야기가 살아 있다"며 "그것을 기록하는 시민들의 활동이야말로 도시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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