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설마…” 믿고 투자한 노후 자금 4200억 묶였다

홈플러스 전자단기사채(ABSTB)에 4200억원 가까운 돈이 묶인 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판매 증권사의 불완전 판매 여부 조사는 사실상 공백 상태다. 담당 기관인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 절차가 끝나야 전단채 투자자의 피해 규모를 확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단채 투자자의 최종 손실률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매 당시의 설명 의무와 내부 통제 점검까지 미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홈플러스전단채피해자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판매 후 아직 상환되지 않은 전단채는 총 4190억원 규모다. 2024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신영증권을 통해 발행됐고, 신영증권과 하나증권 등에서 팔렸다. 마지막 판매분은 지난해 2월 25일 820억원어치다. 당시 만기는 3개월이었다. 홈플러스는 일부 전단채의 만기가 돌아오기 하루 전인 지난해 3월 4일 기습적으로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 그러면서 전단채 상환도 중단됐다. 추후 법원이 인가하는 회생 계획에 따라 원금과 이자가 깎이거나 주식으로 전환되는 등 권리가 강제로 조정될 수 있다.
문제가 된 전단채는 홈플러스가 매장에서 팔 상품을 떼오는 과정에서 발생한 카드 대금 채권을 기초로 발행됐다. 연 5~6%대 금리에 만기 3개월짜리 단기 상품으로 주로 팔렸다. 구조가 복잡했지만 증권사 창구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대형마트의 단기 투자 상품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대책위는 판매 당시 “설마 홈플러스가 망하겠느냐” “3개월 뒤면 원금이 들어온다” “금리가 예·적금보다 아주 높지도 않다. 안전한 상품”이라는 식의 투자 권유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 대부분은 노후 자금이나 여윳돈을 안전한 단기 상품으로 운용하려던 개인 투자자라는 게 대책위 설명이다.
금감원이 홈플러스 전단채 사태에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 신청 직후 전단채 발행 주관사인 신영증권과 홈플러스의 신용도를 조정한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 결정에 책임이 있는 MBK 등을 검사해 지난해 4월과 12월에 검찰에 넘겼다. 지금은 MBK가 자본시장법상 불건전 영업 행위를 하지 않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다만 무게 중심은 전단채 발행 과정과 MBK 책임론에 쏠려 있다. 판매 증권사의 불완전 판매 본검사에는 아직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홈플러스 전단채 피해자 구제가 늦어지고 있는 만큼 금감원이 불완전 판매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어떻게 설명했는지,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고지했는지는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이 끝나기 전에도 확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 당국 사정에 밝은 금융권 관계자는 “홈플러스와 MBK가 정말 위험한 정보를 고의로 숨겼는지 등은 검찰이 가리더라도 증권사가 전단채를 똑바로 팔았는지는 금감원이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이라면서 “판매의 책임 규명을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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