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반도체 공장 유치설…전문가들 ‘왜 하필 거긴가’ 묻는 이유
광주·전남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 유치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감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최적의 선택인지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11일 재계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자 후보지로 현재 국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광주 첨단3지구가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선 전공정 팹(Fab)보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등 후공정 시설이 현실적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첨단 패키징 기술은 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웨이퍼 위에 트랜지스터 등 핵심 소자를 만들고 회로를 형성하는 전공정 시설보다 설립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하지만 광주가 후공정 공장에 최적의 입지인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교육원장은 “광주는 전력·용수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지만, 패키징 공장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사용량은 전공정 대비 10~15%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후공정은 입지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어 어떤 지역이 특별히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업 입장에선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경제성은 충분한지, 공급망과 원활하게 연계되는 지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또 반도체는 항공 수출 비중이 높은데, 대형 화물기 운항과 글로벌 물류망이 인천공항에 집중돼 있어 광주에서 생산할 경우 물류비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제품을 인천공항까지 육로로 운송해야 하는 거리가 길어지면서 운송 과정의 사고 위험과 공급망 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광주 북구와 전남 장성군 일원에 조성 중인 첨단3지구는 362만㎡(약 110만평) 규모 산업단지로 AI 연구개발 시설과 창업 인프라가 모여 있어 데이터센터나 AI산업과 시너지가 기대된다. 이에 비해 반도체 후공정 시설은 일반 제조업 공장에 가까워 연계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광주 첨단3지구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반도체와 AI 인프라를 결합하려는 정부의 산업 전략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1일 소셜미디어(SNS) X를 통해 반도체·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연결하는 ‘프로젝트 트리니티’ 구상을 제시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 국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현재 호남권 투자와 관련해 확정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선 이달 말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 간담회에서 AI·반도체 투자와 지역 균형발전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실제 투자 계획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박영우·이영근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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