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앙숙' 된 UAE·이란 첫 대면 회담"
이란 전쟁 내내 미사일을 주고받으며 적대 관계로 치달았던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란이 비밀 대면 회담을 가졌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UAE와 이란의 국가안보 고위 당국자들이 이번 주 비밀리에 회담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지난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양국의 첫 고위급 대면 접촉이다. 소식통들은 “양측 모두 안정적인 관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이번 회담은 양국의 입장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전쟁 전까지만 해도 UAE는 이란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자 이란산 원유가 국제 제재를 우회해 수출되는 핵심 통로였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면서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이란은 UAE 내 미군 기지가 미국의 대이란 작전에 활용된다는 이유로 UAE를 집중 공격했고, 두바이 국제공항과 에너지 시설 등이 피해를 입었다. UAE 역시 이란 공습에 직간접적으로 협력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양국 관계는 사실상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UAE가 대화에 나선 이유는 경제 때문이다. UAE가 원유 생산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등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불과 페르시아만 건너편에 있는 이란을 계속 안보 위협으로 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란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이란 역시 UAE와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UAE는 전쟁 전까지 이란의 최대 교역 상대국 중 하나였고, 제재를 받는 이란 경제가 외부와 연결되는 핵심 창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UAE가 최근 이란과 관계 개선에 나선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는 지난 4월 외교장관급 접촉을 재개했고, 카타르는 지난달 말 이란 대표단을 초청해 미국·이란 간 중재 역할을 확대해왔다. 결국 “걸프 국가들은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9000만 인구와 상당한 군사력을 가진 이란과 공존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회담의 배경으로는 셰이크 칼리드 빈 무함마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자의 중국 방문도 꼽힌다. 그는 최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으며, 이를 계기로 UAE와 이란 사이에 새로운 소통 채널이 열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양국 간 물밑 접촉은 최근 이란의 공격 대상에서도 일부 반영된 모습이다. 이번 주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다시 격화되는 과정에서도 이란은 바레인·쿠웨이트·요르단을 공격했지만 UAE는 공격 대상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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