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수의 뉴스터치] 망고스와 문조털래유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1933년 취임하자마자 대공황 극복을 위해 연방예금보험공사(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테네시강유역개발공사(Tennessee Valley Authority), 사회보장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 등 수많은 공공기관을 신설했다. 긴 이름을 FDC·TVA·SSA 같은 약칭으로 불렀다. 당시 야당인 공화당은 “온 세상을 알파벳 수프(영문자 모양 파스타로 끓인 수프)로 만든다”고 조롱했다.
알파벳 수프 현상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전 세계로 퍼졌다. 약칭이 일반 단어로도 굳어졌다. 대표적인 게 레이더(radar)다. 원래 전파 탐지 및 거리 측정(RAdio Detection And Ranging)의 약칭이다. 약칭은 그 역사가 길다. 로마제국 시절 박해받던 초기 기독교인은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 구원자’의 그리스어 앞글자를 따 익투스(ΙΧΘΥΣ, 물고기)라는 약칭을 만들어 썼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할 때 불필요한 반복이나 자원 낭비를 줄이려고 애쓴다. 언어의 경제성이다. 언어학자들은 약칭을 읽는 방식에 따라 두문자어(acronym)와 성두어(initialism)로 나눈다. 나사(NASA, 미항공우주국)처럼 이어붙여 한 단어처럼 읽는 게 전자, 유엔(UN, 국제연합)처럼 철자 하나씩 읽는 게 후자다.
얼마 전까지 잘 나간 세계적 기업을 모아 부른 FAANG(팡)이라는 두문자어가 있었다.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다. 최근에는 MANGOS(망고스)가 뜬다. 메타(페이스북)·앤트로픽·엔비디아·구글·오픈AI·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의 12일 상장과 오픈AI 및 앤트로픽의 하반기 기업공개를 앞두고 전 세계가 들썩인다.
같은 시각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는 건 뭐가 있을까. 당장 떠오르는 게 이른바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털보·정청래·유시민)다. 6·3지방선거를 거치며 노골화한 여권 내 권력싸움의 한축을 가리키는 성두어다. 언어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자 가치관을 담는 틀이다. 언어라는 거울에 비친 대한민국에서 국민은 무엇을 볼까.
장혜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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