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경의 마켓 나우] 자원 풍부한데 신뢰 흔들리는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약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루피아 가치는 달러 대비 약 9% 하락하며 사상 최저 수준까지 밀려났다. 중앙은행은 5월에 이미 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지만 환율이 잡히지 않자, 지난 9일 임시회의를 열어 0.25%포인트를 추가로 올렸다. 정례회의를 통하지 않은 긴급 금리 인상은 8년 만이다.
한국도 원화 약세가 부담이지만,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강한 펀더멘털 덕분에 시장의 시선은 다르다.
중동 전쟁발 에너지 위기가 아시아 경제를 짓누르지만, 이것만으로 인도네시아 경제의 휘청거림이 전부 설명되진 않는다. 결정적 타격은 5월 20일 프라보워 대통령의 연설이었다. 국가가 천연자원을 더 강력하게 통제하겠다는 선언이 시장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켰다. 팜유, 석탄, 니켈 가공품(페로니켈 등 합금철)은 정부가 지정한 국영기업(DSI)을 단독 창구로 삼고, 주요 자원 가격도 정부가 직접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제값을 받지 못할 바에는 자원을 땅속에 그대로 묻어두겠다고까지 했다. 여기에 더해 자원 수출로 번 외화 전액을 국영은행에 1년간 예치하도록 하고, 루피아로 바꿀 수 있는 한도를 절반으로 묶었다.

이런 조치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겁에 질리게 했다. 안 그래도 부진하던 주식시장은 올해 들어 34% 넘게 폭락했다. 한때 40%에 달하던 외국인의 인도네시아 국채 보유 비중도 13% 안팎까지 무너졌다. 니켈 광산과 제련 분야에 가장 많은 투자를 집행한 중국 기업들을 대표해 중국상공회의소가 공개서한으로 불만을 표명하기도 했다.
프라보워의 이런 행보는 그의 오랜 철학에서 비롯된다. 자원·경제 민족주의다. 지난 22년 동안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경제가 성장했지만, 중산층은 줄어들고 빈곤층이 오히려 늘어난 원인이 잘못된 경제시스템과 국부 유출에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특히 수출 가격 축소 신고, 계열사간 가격 조작, 밀수, 외환 유출을 그 원인으로 짚었다.
금리인상과 수출제한 조치가 급한 불을 끄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이는 초단기 처방일 뿐이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와 피치는 인도네시아 투자등급을 각각 Baa2, BBB로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낮췄다. 심지어 MSCI는 인도네시아를 신흥국 시장(EM)에서 프런티어 시장으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나 외환보유액만 놓고 보면 인도네시아가 위기국가는 아니다. 성장 잠재력도 여전히 크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신뢰다. 시장은 프라보워에 대한 신뢰를 빠르게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영경 연세대학교 디지털통상연구센터 연구교수 아시아비즈랩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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