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반대매매, 더 커지는 빚투
주가가 연일 크게 출렁이면서 ‘빚투’(빚내서 투자)가 증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빚투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운데, 주가 하락이 반대매매라는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반대매매는 빚을 내 산 주식이 크게 떨어졌을 때 증권사가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위해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것을 뜻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개장 직후 7400선이 무너지며 한때 7394.46까지 밀렸다. 지난 2일 장중 9000선에 육박했던 고점 대비 17%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오후에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전날보다 0.43% 오른 7763.95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24거래일 연속으로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우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는 오히려 매수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실적 기대가 여전한 상황에서 최근 하락을 ‘싸게 살 기회’로 보는 인식이 굳어진 영향이다.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4655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2조831억원을 순매수했다.
빚을 내 투자하려는 수요도 꺾이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이날 집계한 지난 1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6조7736억원으로, 지난달 29일 기록한 역대 최대치(38조226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빚투가 반대매매로 이어질 경우 투자자가 예상하지 못한 낮은 가격에 강제로 팔릴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는 보통 주가 하락으로 담보 부족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지면 그다음 날 주식을 하한가(-30%)로 처분한다. 지금처럼 빚투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면 주가가 더 밀리고, 이것이 또 다른 반대매매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최근 반대매매 규모는 급격히 커졌다. 지난 9일 기준 반대매매 금액은 1697억원으로, 2023년 10월 18일(2767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신 집계치인 지난 10일에는 396억원으로 줄었지만, 지난 5~9일 3거래일 연속 1000억원대를 기록하며 이달 들어 누적 반대매매 금액은 6891억원에 달한다.

증시 빚투와 맞물려 가계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집계한 올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81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9000억원 증가했다. 보험사와 카드사, 캐피털사 등 비은행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 기준 가계대출은 9조3000억원 늘었다. 전월 증가폭(3조5000억원)의 약 2.7배에 달하는 규모다. 2024년 8월(9조7000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신용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은 4조원 늘어 전월(5조5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줄었지만, 기타대출은 5조3000억원 불어나며 전체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신용대출은 4월 9000억원 감소에서 5월 3조4000억원 증가로 급반전했다. 은행권 마이너스통장 등 한도대출도 같은 기간 6000억원 감소에서 2조6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한은은 “개인의 대규모 주식 투자와 가정의 달 자금 수요가 맞물리며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스피가 처음 8000선을 돌파한 5월 말 이후 신용대출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금융위는 이날 관계기관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비상관리체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진정될 때까지 관리목표를 초과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매주 점검회의를 열어 대출 관리계획 이행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 최근 증시 상승 과정에서 전문직·고소득 직장인을 중심으로 신용대출을 활용한 투자 수요가 확대된 것으로 보고, 은행권도 고액 연봉자의 신규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통해 조기 상환을 유도하는 등 자율 관리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장서윤·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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