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의 위선… 2030, 민주당에 등 돌렸다”
검찰·사법개혁 기득권 강화로 인식
효능감 없는 청년 정책에 실망하고
일부 ‘보수 프레임’ 규정 분노 키워

더불어민주당은 6·3 지방선거 핵심 격전지 서울의 핵심 패인 중 하나를 2030세대의 이탈로 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젊은 의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국민일보와 인터뷰한 현역 국회의원 및 청년 기초의원 12명은 기득권 세력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우는 아이 떡 하나 주는 식’의 청년 정책에 대한 실망감, 극우 프레임화에 대한 모멸감 등이 청년세대의 분노 기저에 담겨 있다고 11일 분석했다. 이들은 투표용지 사태에 분노하며 참정권 시위에 나선 2030세대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원들은 청년세대 상당수가 민주당을 ‘위선 가득한 기득권 정당’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초선 의원은 “불안정성과 양극화가 극도로 높아진 현대 사회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층의 반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우리가 검찰·사법·언론 개혁 등을 통해 기득권을 해체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젊은 세대는 그런 개혁이 오히려 민주당의 기득권을 강화하려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 격차가 극대화된 사회에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마저 붕괴한 주체로 정치권을 인식하고 있으며, 여당이 된 민주당을 그 주류로 본다는 의미다.
2030세대의 반발 원인을 묻는 말에 의원들은 “좋은 일자리에 진입하기 어려워진 2030이 기득권에 느끼는 절망의 표현”(재선 A의원), “민주당 안의 2030도 기득권이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당내 청년은 없는 것”(재선 B의원), “기득권이 된 민주당이 효능감을 주기는커녕 내부 권력 싸움을 하는 데 대한 분노와 실망”(노연수 서울시의원) 등의 답을 내놨다.
민주당이 기득권 정당이 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자성의 시작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최연소 30대 재선 의원인 전용기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우리가 기득권이 아니라고 정신무장한 것 같다”며 “기득권이 된 기성 정치인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흐린 눈’을 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소구력 있는 청년 정책의 부재도 원인으로 꼽았다. 당이 ‘여성 정책=출산·출생’ ‘남성 정책=군장병 월급 인상’ 등 선심성 정책만 공식처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여성 지역위원장은 “말로만 여성을 외치면서 변변한 여성 정책을 못 만든 게 누적됐다”고 자성했다.

초선 남성 C의원은 "2030 남성 정책이 너무 부족했다.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는 수준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이강(38) 서울시의원은 "민주주의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한 대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주거비용이 가장 높은 도시에서 버텨야 하는 서울의 2030에게 정부·여당은 결혼, 출산, 일·가족 양립 등 생존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등 돌린 2030세대를 싸잡아 '보수화' 프레임으로 규정한 사례는 최악의 자충수였다. 초선 여성 D의원은 "보수화됐다 분석하고 타이르려 드는 기성세대에 2030은 더욱 분노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 같은 대격변의 시대엔 2030이 느낄 수밖에 없는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재선의 E서울시의원도 "2030은 보수화된 게 아니다. 민주당이 선택받지 못한 것"이라며 "저조차 선거운동 기간 청년층이 민주당에 어떤 매력을 느낄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노연수 서울시의원은 "선관위 문제를 지적하는 청년들도 부정 투표를 주장하는 극우 세력들과는 선을 긋고 있다"며 "청년들의 마음을 뭉뚱그려 보지 말고 세밀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시의원은 지선 때 구체적인 청년 정책 비전을 제시했던 대구 김부겸 후보의 선전 사례를 강조했다. 김 후보는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30대의 50.7% 지지를 받아 추경호 후보 지지율(47.0%)을 앞섰는데, 이는 김 후보가 대기업 유치, 미래인재양성센터, 청년단디채움공제 등 청년 밀착 정책을 집중 홍보했던 효과라는 것이다.
박 시의원은 "출구조사상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도 30대 여성으로부터 62.2%의 지지율을 받았다"며 "해수부 이전과 같이 미래세대가 부산에서 살아가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노 시의원도 "AI 구독 바우처 지급 같은 정책은 청년층의 반응이 굉장히 빨리 온다"며 "지방자치에선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중앙은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굵직한 사업들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민주당 최고위원을 사퇴한 이언주 의원은 "국민의 삶으로 들어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며 "특히 중도층과 2030세대의 이탈에서 확인된 민심의 변화는 정부 정책 측면에서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라고 자성했다. 임규이(27) 경기도 부평구의원은 "당이 2030이 있는 필드로 직접 나가야 한다"며 "토론에서 패널을 정해두고 진행하는 식의 폐쇄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정부가 지난 9일 발표한 '결혼 친화형 제도 개편안'에 신혼부부 버팀목 대출 소득 기준 상향이 빠진 점을 지적하며 "대출 소득 기준을 일반 가구 기준 2배 수준까지 올려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청년 정책만큼은 더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웅희 오주환 윤예솔 천양우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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