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 지키되, 정부·의회·헌재가 견제…韓과 다른 선진국 선관위

이재명 대통령이 “대개혁”을 주문하고, 국회가 국정조사를 예고한 만큼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개편은 예정된 수순이다. 다만 선관위가 세계에서 드문 ‘헌법상 독립기관’이란 점에서 수술이 쉽지 않고, 하려면 정교해야 한다. 대안을 찾기 위해 주요 외신과 연구기관 보고서 등을 통해 미국·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일본·호주 등 선진국의 선관위 운영 현황을 분석했다.
의회가 키를 잡고 선관위를 견제하는 방식은 영국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선거위원회(Electoral Commission)가 선거 규칙을 만들고 정치자금, 선거비를 감시하되 투·개표 업무는 지방자치단체가 맡는다. 의회 산하 특별위원회가 선거위원회를 상시 감독한다. 국회에 대한 설명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도 연방 차원의 선거관리청(Elections Canada)을 두되, 의회 견제를 받도록 했다. 의회가 예산과 조직 운영을 검증하고, 선거가 끝날 때마다 보고를 받는다. 호주도 비슷한 구조다. 의회 통제는 헌법에 따라 국회 감시를 받지 않는 한국과 가장 차이 나는 유형이다.
선관위를 행정부 산하에 둔 유형도 있다. 독일은 연방마다 통계청장이 선거 책임자다. 연방·주 선거위원회가 선거를 집행한다. 선거 과정이나 결과에 문제가 있을 경우 연방의회 심사를 받고,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가 판단한다. 행정부와 같거나, 더 엄격한 수준의 통제를 받는다. 프랑스는 선거 실무를 내무부가 맡되, 헌법위원회 견제를 받는 구조다.
땅이 넓은 국가는 중앙 선관위 한 곳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지는 투표 현장을 통제하는 게 쉽지 않다. 지방으로 선거 관리 권한을 나누되, 여러 경로에서 견제하는 방식을 도입한 이유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형식상 연방선거위원회가 있지만, 실제 선거인 명부 관리, 투표소 운영, 투·개표 등은 주에서 관장한다. 선거 최고 책임자도 대부분 주 정부 장관(Secretary of State)이다.
중앙 선관위로 권한 집중을 막을 수 있지만, 지역별 세부 투표 규정이 달라 혼선이 생길 때도 있다. 연방 선관위 대신 주 정부와 법원, 의회가 나서 개별 검증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도 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연방 선관위 대신 문제가 된 주 정부와 의회가 대응했다. 일본도 한국의 행정안전부에 해당하는 총무성 산하 선관위가 선거를 총괄하지만, 실무는 지자체가 맡는 ‘지방분권형’이다.

분석을 요약하면 한국 선관위의 ‘독립성’은 선진국 제도와 비교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설 소속 직원이 3000여명에 달할 정도라 전문성이 떨어진다고도 보기 어렵다. 하지만 독립기관이란 방패 덕분에 행정부는 물론 의회나 지자체 견제를 받지 않아 ‘책임성’을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
“무엇이 정답이다”라고 할 수 없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대 변화를 반영해 선관위를 없애고 선진국처럼 선거도 의회 견제를 받거나, 선관위를 그대로 두되 해체 수준의 개혁을 하는 방법 등 개혁안을 백지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대법관이 겸직하는 중앙선관위원장을 포함해 선관위원 9명 중 8명이 비(非)상근 위원이라거나 최소한 견제도 받지 않는 등 명확히 드러난 문제는 이번 기회에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권한에 걸맞은 최소한의 견제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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