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소아 환자는 작은 어른 아니다"…인력난·의약품 수급난에 흔들리는 소아의료
소아과 지원율 급감·NICU 인력 감소 현실화 지적
“국가 책임 강화·법적 보호장치 마련해야”

“소아 환자는 ‘작은 어른’이 아닙니다. 진단 난이도 자체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송한섭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11일 서울대어린이병원 CJ홀에서 열린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정책심포지엄에서 소아의료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법적·제도적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소아 의료에 대한 제도와 법적인 위기,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개최한 이번 심포지엄은 의료분쟁 증가와 인력난, 필수 의료기자재·의약품 수급 문제 등 소아의료가 직면한 위기를 진단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송 변호사는 ‘소아 의료의 법적·제도적 과제’ 주제 발표에서 “소아 환자는 증상 표현에 한계가 있고 질환 진행 속도가 빠르며 안전 영역도 좁아 진단이 쉽지 않다”며 “발열, 구토, 보챔과 같은 흔한 증상이 중증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고, 드문 질환이 흔한 증상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변호사는 2013년과 2017년에 발생한 소아 의료분쟁 사례를 제시하며 의료사고 형사재판의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그는 “해당 사건은 모두 소아 환자 사망이라는 결과를 낳았지만, 최종 판단은 집행유예 또는 전원 무죄라는 정반대 결론으로 엇갈렸다”며 “결국 쟁점은 과실의 존재 여부보다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였지만, 이에 대한 사법적 판단 기준은 일관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법적 리스크로 소아의료 인력이 줄어들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송 변호사에 따르면 전국 93개 수련병원 가운데 24시간 소아 응급진료가 가능한 곳은 46.2%에 불과하며, 수도권 역시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없는 기초지자체도 58곳에 달해 지역 소아의료 기반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자리에서는 소아 필수 의료기자재와 의약품 수급 위기도 주요 현안으로 다뤄졌다. 전문가들은 법적 리스크에 따른 인력난에 더해 필수 의료기자재와 의약품 수급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소아의료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상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 필수 의료기자재 수급의 위기’ 발표에서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 물류 지연이 공급망을 압박하고 있다”며 “스텐트 그라프트와 신경외과 소모품 등 치료 재료는 공급 업체가 많지 않아 수급 차질이 곧 진료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호선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신생아과 교수도 “소아 필수 의약품 수급 위기는 단일 원인이 아닌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며 생산·유통 체계 개선과 정책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소아 필수 의약품은 체중 기반 소량 투여가 많아 전체 사용량이 적고, 장기간 사용된 약품 비중이 높고 소량단위로 생산돼 단위 생산단가가 높다”며 “최근의 약가 인하 정책과 수가 인상에 소극적인 정부 정책은 소아 필수 의약품의 생산 중단 또는 포기로 이어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아 필수 의약품 수급 위기는 앞으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단순한 공급 문제가 아니라 신생아와 소아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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