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韓, AI 공급망 거점 될 기회"…'프로젝트 트리니티' 구상 제안

임철영 2026. 6. 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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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데이터센터·피지컬AI 묶어야"
"3개 산업 연결돼야 국가 단위 플라이휠 작동"
"피지컬 AI는 제2의 반도체…공급망 굳기 전 핵심 플레이어 돼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11일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하나의 산업 전략으로 묶는 '프로젝트 트리니티'를 제안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경쟁이 개별 기업이나 단일 기술 경쟁을 넘어 컴퓨팅 인프라, 첨단 반도체 공급망, 제조 현장에서 AI를 구현하는 역량이 결합된 국가 단위 총력전으로 바뀌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13일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6.5.13 연합뉴스

김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프로젝트 트리니티(삼위일체): AI 시대의 산업 삼각축'이라는 글에서 "반도체,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는 언뜻 각기 따로 떨어진 산업처럼 보이지만 AI가 현실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면 이 셋을 모두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AI 모델을 학습·추론할 연산 인프라, 이를 감당할 반도체, 결과물을 현실에서 움직이게 할 하드웨어가 함께 갖춰져야 가치사슬이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글로벌 AI 공급망이 재편되는 지금이 한국에 중요한 기회라고 진단했다. 기존에는 미국이 소프트웨어와 모델을 설계하고, 대만이 첨단 반도체를 만들며, 중국이 대규모 제조를 맡는 방식으로 공급망이 작동했지만 지정학 리스크와 기술 디커플링, 전력 부족 문제가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한국은 반도체, 전력 인프라, 첨단 제조를 한꺼번에 갖춘 흔치 않은 나라"라며 "이 셋이 맞물리면 한국은 단순히 부품을 대주는 나라가 아니라 AI 공급망 전체를 떠받치는 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특히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가 이미 긴밀하게 결합돼 있다고 봤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GPU와 메모리 사이 대역폭이 성능을 좌우하고, 이 병목을 푸는 핵심 기술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AI 가속기에서 HBM은 거의 필수가 됐고, 그 공급의 큰 축을 한국 기업들이 쥐고 있다"며 "AI 인프라가 국내에 많이 들어설수록 한국 반도체 기업은 차세대 메모리와 패키징, 추론용 칩을 실제 환경에서 시험하고 같이 개발할 기회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핵심 변수로는 전력을 꼽았다. 김 실장은 "지금 AIDC 투자의 가장 큰 발목은 돈이 아니라 전력"이라며 기가와트(GW)급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데이터센터는 발전 설비와 가까운 비수도권에 들어서는 것이 유리하다고 봤다. 발전지 인근에 대규모 소비처가 생기면 송전망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확실한 전력 수요가 지역 발전·송배전 투자를 끌어오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김 실장은 데이터센터 건설 자체가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과정이라고도 했다. 대형 AI 데이터센터는 서버 공간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 시공, 운영, 냉각, 전력관리, 네트워크 장비, 운영 소프트웨어 등 연관 산업을 함께 키운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데이터센터 자체의 상주 인력은 많지 않지만 진짜 가치는 시설 안의 고용보다 그 주변에 형성되는 산업에서 나온다"며 "비수도권에 들어설수록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에 첨단 산업 기반을 심는 효과까지 생긴다"고 밝혔다.

세 번째 축인 피지컬 AI에 대해서는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실장은 1980년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선도국은 아니었지만 집중 투자와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공급망이 굳기 전에 핵심 플레이어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지컬 AI도 지금이 그 시점으로 보인다"며 "시장이 다 익은 다음에 들어가면 추격자로 남을 뿐이고, 공급망이 짜이는 동안 핵심 공급자로 들어가야 선도자가 된다"고 했다.

피지컬 AI는 로봇, 자율제조, 물류 자동화, 돌봄 기술 등 현실 공간에서 작동하는 AI를 포괄한다. 김 실장은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선진국 대부분에서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는 만큼 자동화와 로봇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자동차 공장, 반도체 라인, 조선소, 물류센터, 첨단 제조시설을 갖춘 한국은 피지컬 AI를 대규모로 실증하고 학습시킬 수 있는 현장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제시했다.

김 실장이 제시한 트리니티 구상의 핵심은 세 산업을 각각 육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순환 구조로 묶는 데 있다. 데이터센터가 모델을 학습시키고, 반도체가 모델을 효율적으로 돌리며, 피지컬 AI가 산업 현장에서 이를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로봇 작업 데이터, 공장 생산 데이터, 물류 운영 데이터, 설비 센서 데이터가 다시 데이터센터로 돌아와 모델을 고도화한다. 김 실장은 이를 '국가 단위 AI 플랫폼'이자 '플라이휠(회전 에너지 저장 장치)'이라고 규정했다.

김 실장은 "생산 능력은 따라잡을 수 있고 기술도 언젠가는 비슷해질 수 있지만 데이터와 운영 경험이 쌓인 공급망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는 대한민국이 이미 가진 강점이고, AI 데이터센터는 지금 잡을 수 있는 떠오르는 인프라이며, 피지컬 AI는 늦지 않게 선점해야 할 미래"라고 밝혔다.

이번 제안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AI 대전환 전략을 산업정책 차원에서 구체화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AI 경쟁의 중심이 모델 개발을 넘어 전력, 메모리, 데이터센터, 제조 현장, 로봇 등 실물 기반으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기존 산업 역량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엮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김 실장은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짜이고 있는 지금, 한국에는 그 중심에 설 기회가 있다"며 "프로젝트 트리니티는 흩어진 강점들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엮어내기 위한 개념지도"라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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