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왜 맨날 일만 해" 세종 농성장에서 만난 배달라이더의 하루

김지수 2026. 6. 1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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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노동자의 최저임금 ②] 단가 삭감 3년, 누군가의 저녁이 사라졌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배달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교사가 직접 펜을 들었습니다. 세종시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농성 중인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자말>

[김지수]

세종시. 세련된 건물들이 줄지어 선 이 깔끔한 도시 한복판에, 허름한 천막 하나가 있다. 나는 지금 그 안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8만 공무원의 도시, 밤 10시면 주유소마저 불을 끄는 거리. 그 한편에 우리의 농성장이 있다.

기자회견을 열어 목소리를 내는 날도 있고, 볕 아래 묵묵히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날도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지금 내가 선 자리다. 그리고 말하고 싶다. 이 깔끔한 도시에도, 배달라이더가 있다.
 정돈된 도시의 한편, 우리의 천막이 있다" 세종 정부청사 건물과 그 앞 허름한 농성 천막
ⓒ 라이더유니온
캔커피 한 박스를 들고 온 동료

농성 첫날, 기자회견장에서 한 라이더와 잠깐 스쳤다. 세종에서만 10년을 배달해온 동료였다. 그때 그는 배민의 하청 구조인 배민플러스 소속이었다. 바로 다음 날, 마침 그는 그 일을 그만두고 배민커넥터로 옮겼다. 일반 배달로 오면 콜 타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조정할 수 있어서였다. 그러고는 농성장에 들렀다. 캔커피와 생수 한 박스를 들고서.

그가 집에서 들었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아빠, 왜 맨날 일만 해?"

일곱 살, 열한 살. 두 아이의 아버지다. 그는 그 말을, 슬픈 기색 없이 담담하게 전했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무겁게 다가왔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이라고 해서 특별히 배달콜이 많은 것도 아니다. 배민플러스 같은 하청 구조에 묶여 있지 않으면 콜이 꾸준히 들어온다는 보장조차 없다. 그런 도시에서, 가장으로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벌어야 할 돈은 정해져 있는데, 그걸 달성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단가가 깎일 때마다, 누군가의 저녁이 사라졌다

왜 어려워졌나. 2024년 이후 배달 단가 삭감은 반복됐다. 2023년 7월, 배달의민족은 기본배달료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25년 4월, 수도권 기본배달료는 3,000원에서 2,500원으로 깎였다. 라이더유니온은 이것을 약속 위반으로 보고 소송 중이다. 올해 초에는 쿠팡이츠에서도 건당 기본배달료가 2,100원으로 낮아진 콜이 등장했다. 바닥을 향한 경쟁이다. 삭감은 반복됐고, 현장은 매번 통보만 받았다.

단가가 낮아질수록, 이전 수입을 유지하려면 더 길게 더 많이 달려야 한다. 그 동료의 노동시간은 2024년만 해도 하루 7~8시간이었다. 그것이 2026년 오늘, 14~16시간이 됐다. 곱절이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오토바이 위에서 보내야 겨우 생활비를 맞춘다. 그러는 사이 누군가와 함께할 시간, 돌봄의 시간, 삶의 시간이 사라진다. "아빠 왜 맨날 일만 해"라는 아이의 물음은, 단가 삭감이 한 가정의 저녁을 어떻게 지워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증언이다. 집에서는 그렇게, 아버지라는 한 사람의 존재가 일에 밀려 지워지고 있다.
 '바닥을 향한 경쟁' 단가 삭감 계단 그래프 (3,000원 → 2,500원 → 2,100원)
ⓒ 라이더유니온
집에서도, 회의장에서도 — 같은 지워짐

그리고 회의장에서는, 배달라이더라는 존재 자체가 지워지려 하고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 권고에 따라 정부는 도급제 노동자 실태조사와 최저임금 적용 연구용역을 시행했다. 그런데 그 결과보고서를 최임위원 내부만 회람하고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870만 노동자의 최저 기준을 정하기 위한 심의 기초자료가 기밀이라는 것이다. 보고서 공개가 심의에 방해된다는, 어처구니없는 핑계까지 따라붙었다.

시급을 어떻게 매기느냐는 말로 플랫폼 독식 구조를 자영업자와 라이더 사이의 문제로 바꿔치기하는 동안, 정작 우리의 현실을 담은 자료는 밀봉되고 있다. 집에서 지워지는 아버지와, 회의장에서 지워지는 라이더. 같은 지워짐이 두 공간에서 나란히 벌어지고 있다.

그 지워짐이 어떤 것인지, 나는 어렴풋이 안다. 지금은 노조 활동과 배달을 병행하지만, 내 20대를 돌아보면 그렇다. 부양할 가족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사정상 일찍 독립해, 혼자 생계를 꾸려가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런데도 일만 하느라, 정작 내 꿈이 무엇인지, 내가 나다운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시간조차 없었다. 나라는 사람의 자리가 통째로 비워지는 것 — 그것이 나에게는 존재가 지워지는 일이었다.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배달을 하고, 저녁에는 술집에서 알바를 하고, 새벽이면 햄버거 가게에서 설거지를 했다. 그 반복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조금씩 지워졌다. 처음 배달을 시작했던 20대의 어느 날부터다. 하루에 세 가지 일을 해야 했던, 그 시절의 기억.
 세종시 배달라이더가 농성장에 전달한 캔커피와 생수
ⓒ 라이더유니온
같은 구조 안에서, 같은 방식으로

그래서 농성 이튿날 캔커피를 들고 찾아온 그의 마음을, 나는 다 알지는 못해도 일부는 알 것 같다. 세대가 다르고 짊어진 무게도 다르지만, 사람을 갈아 넣어 존재를 지워내는 구조는 똑같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그도, 그 구조 안에서 같은 방식으로 지워졌다.

이 농성장에는 나 혼자가 아니다. 라이더와 대리운전 노동자가 한 지붕 천막 아래서 함께 잠을 청한다. 학습지 교사도, 방문점검 노동자도 있다. 콜을 타지 않으면 그날 수입이 한 푼도 없는, 나와 똑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사활을 걸고 이 자리에 나와 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분명하다. 기본단가를 올려라. 건당 최저임금을 도입하라. 배달라이더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할 보수 기준을 세워라.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존재가 지워진 수많은 라이더를 대신해 세종에 온 이상, 나는 이 자리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일을 마치고 아이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시간, 내가 누구인지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여백, 한 사람 몫의 삶. 그 평범한 자리를 지켜달라는 것이다. 유려하게 지어 올린 이 도시의 건물들 안에서, 누군가의 저녁과 누군가의 이름은 언제까지 가장 먼저 지워져도 되는 것인가.

※ 이 글에 담긴 동료 라이더의 사연은 본인의 동의를 얻어 실었으며, 신원이 특정되지 않도록 익명으로 처리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지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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