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6명 “대형마트 의무휴업, 완화하거나 없애야”

국민 10명 중 6명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유통학회는 최근 일반 시민(만 18세 이상) 2000명을 대상으로 유통산업 인식조사를 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4.6%는 온라인 플랫폼(이커머스)의 급성장이 대형마트 업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대형마트가 받는 가장 큰 영향은 점포 폐점 및 축소(44.2%)라고 했다.
현재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배송을 포함한 영업도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는 할 수 없다.
대형마트 점포 폐점·축소가 이어질 시 우려되는 점으로는 지역 생활 인프라 축소(66.6%)를 1위로 꼽았다.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 쇼핑 공간이 아닌 지역 인프라로 여기는 국민이 많다는 의미다. 응답자들은 ▶소비자의 장보기 접근성(53.9%) ▶지역경제·상권(47.7%) ▶지역 고용(38.0%) 영역도 영향을 받거나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완화’(30.8%)하거나 ‘폐지’(28.7%)해야 한다는 응답은 총 59.5%로, ‘현행 유지’(30.4%)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도 ‘완화’(32.0%)와 ‘폐지’(26.8%)를 합친 응답이 58.8%로 과반을 차지했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한국유통학회 소속 장명균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은 대형마트를 규제해야 할 부정적 경제주체가 아닌, 소비자 생활 및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이어져 온 대형마트 규제를 재검토하고 향후 관련 정책 방향을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등 기존 대형마트의 영업환경을 규제해 온 법안에 대해 재점검해야 한다는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10일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의무휴업 제도는 선의로 도입됐지만, 정책은 선의만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다”며 “시장은 변했고 소비자의 행동 방식은 진화했으며, 유통 환경은 10여 년 전과 전혀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부위원장은 “대형마트 주말 영업을 제한하면서 새벽 배송 플랫폼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지역에서 전통시장 매출이 줄었다는 증거는 없었다. 오프라인(대형마트 매장)의 문을 열어두는 게 지역 상권 전체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짚었다.
박 부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은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따른 것이다. KDI의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시사하는 유통정책의 전환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에 의무 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한 지역의 대형마트는 매출이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대구 4.7%, 서울 2.8%, 부산 6.2~7.9%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해당 지역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매출이 일관되게 감소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노유림 기자 noh.yu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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