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월드컵” 비싸서 못보는 멕시코, 대통령도 직관 거부했다

피주영 2026. 6. 1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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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가격에 문제 없다고 항변한 인판티노 FIFA 회장. AP=연합뉴스


“40년 만에 멕시코에서 월드컵이 열리면 뭐합니까.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서 언감생심 직관은 꿈도 못 꿔요. ‘바가지 월드컵’ 아닌가요?”

멕시코시티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호르헤 씨는 월드컵을 관전하기 위해 멕시코를 찾은 외국인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멕시코, 미국, 캐나다 3국이 공동 개최하는 북중미 월드컵이 12일(한국시간)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맞대결로 개막한다.

문제는 티켓 가격이다. 멕시코 서민 수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관례를 깨고 개막전 불참을 선언했다. 대신 티켓을 21세 소녀에게 양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통령은 자국에서 열리는 13경기 중 단 한 경기도 관람하지 않을 예정이다. 호르헤 씨는 “멕시코는 축구의 미친 나라인데,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한다는 현실이 슬프다”며 아쉬워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멕시코인들은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인류 역사상 가장 포용적이고 위대한 행사’라고 표현한 이번 월드컵의 들러리 정도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월드컵 입장권 가격은 최저 140달러(약 21만원)이이다. 수요에 따라 입장권 가격을 변동하는 유동 가격제가 도입돼 결승전 입장권 가격은 가장 낮은 것이 4000달러를 넘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멕시코는 축구의 나라다. 하지만 비싼 티켓 가격에 정작 자국민은 월드컵 직관이 쉽지 않다. 뉴스1

미국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이번 대회 95경기의 티켓 값이 초기 판매가보다 평균 35%가량 올랐다. 결승전 최고등급 좌석의 티켓은 4년 전 카타르 월드컵의 20배가 넘는 3만2970달러(약 5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입장권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FIFA는 각국 축구협회에 60달러(약 9만원)짜리 입장권을 새로 발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판티노 회장은 11일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잘못된 것이라면, 북미의 모든 사람이 잘못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60달러는 미국 모든 스포츠의 플레이오프 단계 경기 중 가장 낮다. (월드컵) 평균 입장료 또한 500달러 미만으로, 미국 스포츠 경기 중 가장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600만 장의 티켓 판매를 언급하며 “축구로 벌어들인 모든 수익은 211개 참가국에 재투자된다”고도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이 입장을 전하던 시간 경기장 밖에선 청소팀이 주변을 돌며 담벼락에 적힌 월드컵 비판 낙서를 제거 중이었다.

반면 ‘스포츠 천국’인 공동 개최국 미국에선 월드컵보단 미국프로농구(NBA)가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인기 구단 뉴욕 닉스가 27년 만에 안방인 뉴욕에서 파이널(챔피언결정전) 무대를 치르면서다. 미국인들은 닉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웃돈을 주고 입장권을 사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FIFA의 공식 입장권 재판매 사이트에는 조별리그 경기 티켓 17만6000장이 매물로 올라와 있다. 특히 미국의 첫 경기인 파라과이전 입장권은 재판매 사이트에 4400장 가량이 남아 있다.

멕시코시티=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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