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용선·파키스탄행’이 방패?…호르무즈서 국적선 또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됐던 국적선 1척이 추가로 해협을 탈출했다. 지난달 20일 HMM 소속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호가 해협을 빠져나온 지 약 20일 만에 이뤄진 두 번째 국적선 통항이다.
외교부는 11일 오전 “우리 선박 1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항행 중”이라며 “이번 통항 관련 협의는 타국적 용선사 측에서 주도해 이뤄졌고 이 선박은 최종 목적지인 제3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한국 선사가 운영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으로, 현재 한국인 선원 8명이 승선하고 있다고 한다. 선박을 빌려 쓰는 용선사는 카타르 국영기업인 ‘카타르에너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종 행선지는 파키스탄이다.
정부가 이란 정부와 직접 교섭해 해협을 빠져나온 유니버설 위너호 때와 달리 용선사가 의사결정을 주도했단 게 이번 탈출의 특이점이다. 정부는 막판에야 관련 사실을 전달 받았다고 한다.
외교가에선 선박을 빌린 주체인 카타르와 목적지인 파키스탄이 모두 이란과 가까운 분쟁 중재국이란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카타르와 파키스탄 정부 주도하에 지난달에만 최소 3척의 카타르발 파키스탄행 LNG 선박이 이란 측이 허가한 라락 섬 인근 항로를 통해 해협을 빠져나왔다. 특히 가스 수급 차질로 대규모 정전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은 정부 차원에서 선박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란 역시 이들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 통항을 재차 허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통항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장한 ‘비밀 작전’과는 관련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지난달 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및 기타 상선을 지원하는 비밀 작전을 수행하라고 우리의 위대한 미군에 지시했다”며 “200척 이상의 상선이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소식통은 “미군의 군사적 호위 없이 빠져 나온 상황”이라며 “통항을 위해 이란에 별도의 대가도 지불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탈출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전면 봉쇄 선언 직전에 성사됐다. 이란은 11일(현지시간) 이틀 간 이어진 미국의 공습에 대응해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이날 이란군이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시도한 선박 두 척을 향해 발포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번 탈출로 현지 해역에 고립된 한국 선박은 기존 25척에서 24척으로 줄었다. 남은 한국인 선원 수도 147명에서 139명으로 감소했다. 여권 관계자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타이밍과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었던 유니버설 위너호는 전날 울산항에 입항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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