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줄이기 시동 건 교육부… ‘통합 모델’ 대구 군위중 가보니
교육 재정 3배 투입해도 ‘밑빠진 독’ “학생 위해 합쳐야”
교육부 11년만 종합 대책 “학교 통합 시 최대 400억원”

10일 오후 대구 군위군에 위치한 군위중학교. 이 학교에서 열린 소규모학교 정책 간담회에서 김진열 군위군 군수가 “군위군에서 거점학교(로 소규모학교 학생들을 모아 가르치자고) 했을 때 학부모 반발이 많았어요”라고 운을 띄우자 건너편 자리의 강은희 대구교육감이 끼어들었다. 강 교육감이 옆 자리에 학부모 대표로 참석한 문기환 군위초 운영위원장을 지긋이 바라보며 “네! 정말로요”라고 하자 주변에서 폭소가 터졌다. 강 교육감보다 덩치가 배가량 커 보이는 문 위원장도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둘 사이에 사연이 있어 보였다.
간담회 뒤 인터뷰한 문 위원장은 2024년부터 얘기를 풀어갔다. 당시 문 위원장의 자녀들은 집앞 효령초를 다니고 있었다. 군위군이 경북에서 대구로 행정구역이 바뀌면서 군위군 학교들은 대구교육청 관할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어느 날 문 위원장은 학교가 없어져 자녀가 집에서 10㎞ 가량 떨어진 군위초로 가야 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문 위원장은 20명 남짓의 작은 학교였지만 학교에 큰 불만은 없었다.
얼마 뒤 이를 저지하기 위한 학부모 모임이 구성됐고 지역의 교원·시민단체와 강 교육감에 반대하는 지역 정치권이 힘을 실어줬다. 문 위원장은 학부모 모임에 들어가 선봉에 섰다. 강 교육감이 군위군에 방문해 정책 설명회를 열었을 때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문 위원장은 피켓을 들고 설명회 내내 발언권을 요구하며 오른손을 들고 있었다. 설명회가 끝나갈 무렵 마이크를 받은 문 위원장은 15분 동안 강 교육감과 설전을 벌였다. 그는 “사실 ‘왜 멀쩡한 학교 없애려 하는가’라며 제가 일방적으로 강 교육감을 몰아붙였던 자리였다”며 웃었다.
그는 강 교육감이 미래 학교의 모델로 제시한 한 초등학교를 가보고 생각을 바꿨다. 해당 초등학교에 방문한 것도 통합 반대 시위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자녀가 다니는 학교와 차이가 컸다. 널찍하고 안전한 놀이터,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는 큰 도서관, 거울 달린 댄스실과 동아리실에서 많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수업은 토론·참여형이었다. 작은 학교에서 자녀가 많은 걸 놓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외부 손님에게 밝게 인사하는 모습에 매료됐다. 마음을 바꾼 뒤에는 주변 학부모들을 설득하며 통합에 앞장섰다.

1군 1교… 군위군 전체가 학교 하나로
학부모 반대가 잠잠해지자 통합 작업은 탄력을 받았다. 군위 지역의 소규모학교 정리 작업은 일반적인 학교 통폐합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됐다. 통상 학교 통폐합은 3~4개 학교를 하나로 합치는 방식이다. 3곳이 통폐합 대상이면 2곳을 폐교해 학생을 1곳으로 모으는 방식이다.
군위군은 지역 전체를 하나의 통학구역으로 설정한 뒤 거점학교인 군위초와 군위중으로 학생을 집중시키는 방식을 활용했다. 군위군이 대구시로 편입된 직후인 2024년 3월 초등학교는 8곳, 중학교는 5곳, 고교는 1곳이었는데 현재는 초등학교 4곳, 중학교 3곳, 고교 1곳이 됐다. 중학교는 조만간 군위중으로 통합이 완료된다. 의흥중과 군위중 우보캠퍼스 두 곳의 경우 휴교하고 조만간 폐교할 예정이다.
동시에 거점학교에 지원을 집중해 교육 환경을 개선해 통학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다니고 싶은 학교’가 되도록 했다.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고 영어캠프, 영어페스티벌 등 영어 경험을 확대했다. 1학생 1예술 활동과 특기적성 및 교과심화프로그램, 글로벌탐구체험학습(올해 9월 일본 예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토론·발표 수업과 서·논술형 평가를 하는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도 이뤄지고 있다.
통학거리가 지나치게 먼 학생을 위해 기숙사를 짓고 통학이 가능한 학생의 경우 통학버스와 통학 택시를 제공했다. 이로 인해 2024년 187명, 지난해 209명, 올해 192명으로 다른 인구소멸지역 학교들과 달리 ‘학생 절벽’ 위기에서 빗겨나 있다.

<자료: 교육부>
교육 사각지대 놓인 소규모학교 학생들
전국의 소규모학교들은 현재 고사되고 있다. 소규모학교 기준은 도서벽지와 면 지역은 60명 이하, 읍 지역은 초등 120명 이하 및 중등 180명 이하다. 도시 지역은 초등 240명 이하 및 중등 300명 이하다. 이 기준을 밑도는 학교가 전체 학교의 31.3%인 3720개교로 집계됐다. 지난 10년 동안 약 40%(1055개교) 증가한 수치다.
신입생을 1명도 받지 못한 학교는 2021년 58개교에서 지난해 148개교로 2.5배 증가했다. 교직원이 학생보다 많아진 학교는 전국적으로 392곳으로 2021년 172곳에서 4년 새 128% 증가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초·중·고 학생 수는 현재 500만명 수준에서 2031년 300만명대로 떨어지기 때문에 상황은 점차 악화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된 이유는 학교 통폐합 권한을 가진 교육감과 교육청들의 소극적 태도가 꼽힌다. 교육감은 4년 마다 선거를 치러야 한다. 경쟁 후보에게 ‘학교를 없앤 교육감’으로 공격받기 쉽다. 선거철에 학부모와 지역주민, 동문의 ‘공적’으로 몰릴 수 있는 부담감이 있다. 대구처럼 교육감이 직접 학교 통폐합에 팔을 걷어붙이는 일은 흔한 경우가 아니다. 교육청 직원들 입장에서도 교장 자리가 줄어드는 일이 달갑지 않다. 한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감도 싫어하는데 학부모와 지역주민을 설득하고 다닐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교육 재정 낭비는 심각하다. 지난 2024년 기준으로 학생 1인당 투입되는 학교 운영비는 소규모학교의 경우 평균 3000만원, 일반학교의 경우 1000만원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재정을 투자해도 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교사 1인당 학생은 적지만 행정업무를 나눌 교사가 적어 학생 지도에 에너지를 쓰기 어려운 실정이다. 초등학생은 또래가 적어 사회성을 키우기 어렵고, 중·고교는 순회 교사를 활용해야 해서 밀도 있는 수업을 듣기 어렵다. 교육의 질 저하가 학생 유출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규제 풀고 인센티브… 작은학교 대책 성공할까
이날 군위중 간담회는 교육부 주관 행사였다. 교육부는 이 자리에서 인구소멸지역의 자발적인 학교 통폐합을 촉진하는 ‘소규모학교 혁신을 통한 지역 교육력 제고 방안’ 등을 발표했다. 최교진 장관이 통폐합 모델 중 하나인 군위중에서 정책 발표와 의견수렴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한 것이다. 교육부가 소규모학교 종합 대책을 내놓은 것은 2015년 이후 11년만이다.
먼저 학교 통폐합은 ‘교육혁신 선도지역’(선도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인구감소지역을 1유형, 비수도권 기초지방자치단체 및 수도권 접경지역을 2유형으로 구분해 1유형은 30곳 내외, 2유형은 10곳을 지정키로 했다. 두 유형 모두 연간 20억원씩 5년 동안 10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교육 혁신 선도 지역에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면 최대 400억원의 인센티브를 패키지로 지원한다. 인센티브는 ‘기금’으로 조성해 소규모학교의 교육과정과 교육 여건 개선에 투입된다. 예컨대 기금 수익을 모아 해외 수학여행 경비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또한 교육부에서 2015년 수립한 학교 규모 기준인 ‘적정규모학교 육성 및 분교장 개편 권고기준’을 폐지키로 했다. 대신 교육청이 지역 여건과 교육 환경을 반영해 학교 규모 기준과 통합 절차를 자체적으로 수립한다. 통폐합 시 학부모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한 기준도 폐지하기로 했다.
다양한 학교 형태가 시도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학교 통합형’과 ‘소규모학교 연계형’을 통합 모델로 제시했다. 학교 통합형은 통합 학교로 학생을 모으고 나머지는 폐교하는 방시이다. 폐교는 지역 주민과 학생이 함께 활용하는 학교 복합시설로 활용한다. 초등학교는 초등학교, 중학교는 중학교끼리 통합할 수도 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중학교와 고교가 통합될 수 있다.

<자료: 교육부>
소규모학교 연계형은 인접한 소규모학교를 하나의 교육권역으로 묶어 학교는 유지하되 중심이 되는 학교를 기준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공동 활용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공동으로 할 수 있다. 학년을 분리하는 방식도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1~4학년은 집에서 가까운 기존 학교를 다니다가 공부가 어려워지고 또래 관계 형성 중요한 5~6학년은 한 학교로 모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소규모학교를 그간 방치해왔는데 한 반에 2~3명 짜리 학교를 유지하는 일은 오히려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는 일이었다”며 “교육감과 지자체장, 시도의회 등이 지역별로 이해관계가 걸린 통폐합을 조정할 리더십과 의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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