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25조 메가시티 밑그림 그린다, 민형배 앞에 놓인 과제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이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인수위) 출범을 통해 광주특별시의 밑그림 그리기에 나섰다. 4년간 20조원의 정부 지원이 예정된 광주특별시는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어 출범 직후부터 전방위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전남광주기획위는 지난 8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복합문화체육센터에서 민형배 당선인과 정은승 위원장을 비롯해 7개 분과, 위원 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통합특별시 출범 초기의 시정 운영방향과 핵심공약 실행계획 등을 만들게 된다.

전남광주기획위에는 고문에 이광재 의원(경기 하남시갑), 특별고문에 허석 전 순천시장(자치분권), 주은기 전 삼성전자 부사장(경제), 이병택 전남대 명예교수(산업), 양인상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과학), 김승휘 전 광주지법 부장판사(법률) 등이 참여했다. 자문위원장은 주정민 전남대 교수와 김준하 광주과기원 교수가 맡았다.
오는 7월 1일 취임하는 민 당선인은 40년 만의 광주·전남 행정체계 통합과 정부의 재정 지원방안 마련, 통합특별시주청사 문제, 광주 군공항 이전, 국립의과대학 설립 등 각종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연간 예산 25조원대의 통합 지방정부가 가장 먼저 마주할 과제는 대대적인 행정체계 개편이다. 광주 5개 자치구와 전남 22개 시·군이 하나의 체계로 운영되는 만큼 광주시·전남도 조직 통합과 권한 배분, 인사·정책 분야 등을 새로 디자인해야 한다. 광주특별시의 예산은 기존의 광주시 7조6809억원, 전남 11조6942억원을 합쳐 19조3751억원에 달하며, 여기에 정부의 광역통합 인센티브 5조원(연간)을 포함하면 24조3750억원을 넘게 된다.

전남광주는 1986년 광주광역시 승격에 따른 광주 분리 이후 40년 만에 하나의 행정체계로 합쳐진다. 광역의회도 재적 의원 91명의 특별시의회로 재탄생하고, 27개 시·구·군 기초의회도 320명 규모로 재편된다.
광주특별시는 도시 지역인 광주부터 전남 농어촌, 섬 지역 등을 아우르는 행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광주와 전남 간, 도시와 농어촌 간 불균형 등이 나타날 경우 혼란과 갈등이 우려된다. 민 당선인이 광역의회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원 91명 중 63명(69%)에 달하는 전남권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낼지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4년간 최대 20조원의 통합 인센티브를 안정적으로 받는 것도 과제다. 정부가 광역통합 지역에 약속한 ‘매년 5조원, 4년간 총 20조원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행정통합 인센티브는 전남광주 통합의 핵심 동력으로 꼽혀왔다. 만약 지원금이 선심성 예산이나 시·군별 ‘나눠먹기식’ 예산으로 낭비될 경우 통합에 대한 회의론마저 나올 수 있다. 민 당선인은 이른바 ‘20조원 특위’를 구성해 재정 지원을 받는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할 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도 풀어야 할 과제다. 광주 군공항은 광주특별시가 공항 이전·조성 비용을 현재 부지를 개발한 이익으로 충당하는 ‘기부 대 양여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군공항과 함께 이전할 탄약고까지 합치면 총 16.5㎢(약 500만평)의 유휴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남광주 통합 과정에서 전남 서부권과 동부권의 갈등 문제로 비화한 국립의대 신설 문제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국립의대 신설을 목표로 2027년 3월까지 대학 통합을 추진해온 목포대와 순천대가 의대 소재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민 당선인은 “국립의대는 순천대와 목포대의 이해관계를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전남의 의료공백 해소라는 본질에 집중해 동부도 살고 서부도 사는 ‘통합형 분산 모델’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입장차가 갈리는 주청사 위치를 둘러싼 논란도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전남광주통합특별법에는 ‘통합 특별시 청사는 순천에 있는 전남도 동부청사, 무안청사(기존 전남도청), 광주청사(기존 광주시청)를 균형 있게 운영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주청사를 놓고 광주권과 전남 서부권, 동부권의 입장차가 커 시민 전체의 뜻을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청사 위치는 자칫 전남의 지역 간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는 뇌관이기도 하다.
민 당선인은 당선 직후 “주청사는 없다. 모든 시청(광주·무안·순천청사)에서 누구든 동일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조정할 것”이라며 “통합 취지에 가장 잘 맞는 곳이 어느 곳인지를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 이내에 순환 근무를 하면서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과 광주를 하나로 묶을 광역교통망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문제 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도로와 철도 등을 건설하는데 통합 인센티브와 별개로 국비를 확보해 추진하는 게 관건이다.
전남도는 행정통합을 앞두고 광주를 중심으로 한 광역교통망 건설을 위한 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 반영을 정부에 건의해왔다. 2조6000억원이 투입될 광주~영암 초(超)고속도로는 광주 승촌에서 영암 서호까지 47㎞ 구간을 20분 거리로 줄이게 된다. 최대 시속 140㎞까지 주행할 수 있는 초고속도로가 완공되면 해남에 들어설 국가 AI컴퓨팅센터에서 광주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다.

전남도는 2단계 사업으로 영암~진도(57㎞) 고속도로 건설도 추진 중이다. 광주에서 진도까지 소요시간을 1시간으로 줄이는 사업이다. 여기에 완도~광주, 고흥~광주, 여수~광주를 잇는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전남과 광주는 1시간권으로 재편된다.
광주 인접도시인 나주와 화순을 잇는 광역철도도 추진된다. 광주~나주 광역철도(28㎞) 사업에는 1조7000억원이 투입되며, 광주~화순선(11.6㎞)에는 46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민 당선인은 “전남과 광주를 하나의 경제권, 하나의 생활권으로 다시 그리겠다”며 “정부와 20조원 규모의 통합 인센티브, 2차 공공기관 이전, 반도체·에너지·인공지능(AI) 관련 국책 사업 연계를 핵심 의제로 협의해가겠다”고 했다.
나주=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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