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5명 몫하는 ‘월100만원’ 일꾼에…“백수된 변호사 배달 뛴다”

김보름 2026. 6. 1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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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일자리 지각변동]
정혁주 대한변협 대변인이 4월 6일 법무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변호사 수 감축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대한변협 제공


10년 차 김민규(42) 변호사는 올해 초 개인 사무실 문을 닫고, 다른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었다. 생성 인공지능(AI) 때문에 개인 변호사의 경쟁력이 더 이상 없다고 봐서다. 그는 “회계사, 통번역사에 이어 변호사도 일이 끊기고 있다. 백수 기간이 길어지면서 배달 일을 하는 변호사도 봤다”고 했다.

김 변호사 같은 중견 변호사는 이력을 살려 전직 기회라도 있지만, 로스쿨을 갓 졸업한 신입 변호사들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과거에는 ‘어쏘’(Associate Lawyer)라고 하는 3년차 안팎의 저연차 변호사들이 사실관계 요약, 판례 조사, 서면 초안 작성 같은 기초 작업을 한 뒤 중견 변호사가 재검토하는 식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나 AI가 등장하면서 어쏘 변호사의 역할이 사라지고, 중견 변호사가 AI로 작성된 법률 문서 검토에 바로 들어가는 식으로 업무 패턴이 바뀌었다. 로펌, 기업, 공공기관 등의 신입 변호사 채용 공고(대한변협 홈페이지 기준) 역시 2021년 3895건에서 2025년 3167건으로 18.7%(728건)나 떨어졌다. 서울 서초동의 7년 차 변호사는 “어쏘를 뽑으면 수습이라 해도 세후 월 500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며 “월 100만원(한 달 AI 구독료)으로 월 2500만원(어쏘 5명 분 월급)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계획된 어쏘 변호사 채용이 뒤집어지는 건 익숙한 풍경이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올해 2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했다가 전면 중단했다”며 “할루시네이션(환각 효과)이 크게 줄면서 AI 하나가 수습 변호사 5명 몫을 한다”고 말했다.


중소형 법률사무소 경쟁력은 강화

AI의 그림자가 있다면, 빛도 있다. 중소형 로펌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 대전 소재 법률사무소 대표인 전희정(41) 변호사는 “그동안 대형 로펌과 중소형 로펌은 전문 지식을 갖춘 법조인 파워와 자료 수집 등 시스템 자체가 엄청 차이가 났기 때문에 비교가 안 됐다”며 “자료 조사 같은 건 AI가 5~10명의 역할을 해 격차를 줄일 수 있고 전문 지식에 대한 진입 장벽이 굉장히 낮아졌다”고 했다.

1인 변호사들의 사정도 나아졌다. 6년차 변호사인 윤세환(37) 변호사는 올해 첫 채용 공고를 올리려다가 그만뒀다. 윤씨는 “올해 초에 클로드 코드가 새로운 모델이 나온 걸 보고, 좀 더 버텨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AI 구독에) 한 달에 많으면 100만원도 쓰지만 원래 수임 못했던 사건을 AI 덕에 수임하니 이미 1년치 비용은 다 회수한 셈”이라고 말했다.

“변호사의 업무의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도 있다. 한때 ‘서면 쓰는 기계’로 비유됐던 변호사가 서면 작성을 AI에 맡기고, AI가 할 수 없는 의뢰인 상담, 사건 증거 수집, 법정 변론처럼 인간 변호사가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업무에 매진한다는 얘기다. 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이혜인 변호사는 “긴급한 상황에 빠진 의뢰인에 대한 전화 응대, 수사기관의 조사나 긴급체포시 변호사 입회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변호사만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 AI 시대에 인간과 인간의 대면은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난해 어쏘 변호사 2명과 수습 변호사 1명을 채용했다고 한다.

중형 로펌의 수원 지역 사무소를 운영하는 조정현 변호사는 “AI로 서면 쓰는 시간을 줄인 대신 영업, 고객 관리 등 외부 활동을 더 하는 쪽으로 업무가 변화하고 있다”며 “변호사에게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필수가 된 시대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김주현 대한변호사협회 정책이사는 “대한변협 역시 변호사들이 생성형 AI를 보조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교육을 제공 중”이라며 “법률인공지능TF도 구성해 대응방안 모색과 함께 적정한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름·최서인·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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