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에선 못 탄다, 아는 사람만 타는 ‘비밀의 열차’ 여행

지난달, 정선 가는 열차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2년 3개월 만이다. 사북·고한 같은 정선의 탄광촌을 가는 열차는 멈춘 적이 없는데 무슨 소리냐고? 맞다. 강원도 내륙을 관통해 동해까지 가는 태백선 열차는 탈 없이 운행했다. 그러나 태백선 열차는 정선의 아랫자락만 훑을 뿐이다. 정선오일장을 구경하고 정선아리랑의 숨결을 만나려면, 정선선 철로를 달리는 정선아리랑열차를 타야 한다. 이 열차가 사고 탓에 한참 운행을 쉬었다. 지난 2일 정선선 기차에 올라탔다.
청량리 말고 제천에서 출발

정선아리랑열차는 2015년 출범했다. 기존의 정선선 완행 열차와 달리 천장 높이까지 창을 내고 전망 보기에 좋은 의자를 배치한 관광열차여서 인기가 높았다. 서울 청량리역을 출발해 제천, 영월을 지나 정선 아우라지역까지 운행했다.
그러나 곡절이 많았다. 코로나 탓에 운행이 들쭉날쭉하더니 주 5회에서 3회로 축소됐다. 2024년 2월에는 민둥산역과 벌어곡역 중간 철로에 승용차보다 큰 바위가 떨어졌다. 코레일은 민둥산역~아우라지역 구간의 운행을 중단했고, 철로 정비와 낙석 예방 공사를 벌였다. 지난달 22일에서야 정선아리랑열차가 운행을 재개했다.

돌아온 열차는 노선이 확 바뀌었다. 종점(아우라지역)은 그대로인데, 출발지가 충북 제천역으로 달라졌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청량리역에서 제천역까지 이동한 뒤 정선아리랑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이동 시간이 길어졌고 번거로워졌다.

정선아리랑열차는 정선오일장이 서는 날(2·7일)과 주말에만 하루 한 번 왕복 운행한다. 일정이 바특해 오일장과 아우라지 중 하나를 포기하는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기차가 오전 11시께 오일장 인근 정선역에서 승객을 떨군 뒤 바로 아우라지로 향한다.
오일장과 아우라지 둘 다 즐기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오전 11시 20분 정선역을 출발하는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된다. 관광버스가 반나절 동안 정선오일장·화암동굴·아우라지 등 여러 명소를 들른다.
정선아리랑이 탄생한 곳

정선오일장은 활기가 넘친다. 지난해만 102만명이 찾았다. 고사리·곤드레 등 봄나물이 제철인 4~6월이 제일 붐빈다. 메밀전병·콧등치기국수 같은 향토 먹거리와 정선아리랑 공연도 시장의 명물이다.
기차 여행의 낭만을 기대한다면 종점까지 가보길 권한다. 편도 30분 정도 걸리는 정선역~아우라지역 구간이 정선선 기차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박근덕 정선역 역무팀장의 말마따나 시야가 확 트였고, 산과 강이 어우러진 수묵화 같은 풍경이 계속 스쳤다. 느릿느릿 달리는 기차를 향해 손 흔드는 주민을 보고 한 승객이 말했다.
“기차가 자주 안 오니까 반가운가 봐.”

기차는 나전역을 지나 오전 11시 35분께 아우라지역에 멈췄다. 승객 30~40명이 하차했다. 자전거를 가져온 이들도 있었다. 열차는 자전거를 8대 싣는 거치대도 갖췄다.


아우라지에서는 뭘 할까? 걷고 먹고 쉬면서 반나절의 여유를 누리면 된다. 아우라지는 송천과 골지천이 합류하는 한강 상류 지점으로,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불어난 강물 탓에 생이별한 연인의 심정을 노래한 ‘정선아리랑 애정편’이 아우라지를 배경으로 삼는다.
정선 레일바이크도 아우라지역이 종점이다. 구절리역에서 폐선로를 따라 7.2㎞를 내려오면 아우라지역이다. 아우라지의 유서 깊은 식당 ‘옥산장’의 곤드레 밥상(2만원)도 빼먹으면 서운하다.
■ 여행정보
「

정선아리랑열차는 코레일 웹사이트나 앱에서 예약한다. 제천~아우라지 편도 1만200원. 오전 9시 2분 제천역에서 정선행 열차가 출발하고, 오후 5시 20분 아우라지역에서 제천행 열차가 출발한다. 정선역에서 출발하는 시티투어 버스는 3개 코스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정선군 또는 여행사 ‘여행공방’ 홈페이지 참고. 어른 기준 1만~1만5000원. 레일바이크 2인승 3만원, 4인승 4만원.
」
정선=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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