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뽑을 수 없었을 뿐” 강력한 與지지층 이대녀도 돌아설 준비 [앵그리 2030]

분노한 2030, ‘앵그리 영’ 세대는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SNS)를 벗어나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들을 행동하게 한 가장 큰 동력은 기성세대가 만든 ‘불공정 사회’에 대한 반발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을 모두 한 집단으로 뭉뚱그려 이해하려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개개인은 물론 성별에 따라서도 분노를 쌓아온 맥락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결과에서도 성별 차이가 두드러졌다. 과거 선거와 달리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젠더 이슈가 별로 부각되지 않은 선거였음에도, 2030 여성과 남성의 정치적 선택 사이 간극은 여전히 컸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하 남성의 55.8%, 30대 남성 응답자의 48.6%가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반면, 여성은 20대 이하 66.4%, 30대 63.5%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전문가들은 성별에 따라 다른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정당을 ‘비토(veto, 거부권)’하는 식으로 선택이 이뤄졌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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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 충족 못한 정당에 ‘거부권’ 행사 투표
2030 남성의 경우 ‘페미니즘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발심, 조국 사태 등으로 발화한 ‘내로남불 행태’에 대한 반감, 부동산 정책이나 현금성 지원 정책 등에 대한 거부감 등이 모여 형성된 반(反)민주당 정서를 갈수록 키워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1년 지방선거에서도 72.5%가, 이번 6·3 지방선거에선 75.3%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뽑았다고 답했다.
『20대 남자』의 저자인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민주당이 젊은 남성을 적대시한다는 인식이 공고화하면서 지금의 2030 세대 전반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계엄 이후 20대 남성을 극우로 묶어 비판하는 민주당을 향한 비토 심리가 더욱 강해졌다고 본다”고 했다. 20대 남성 사이에선 ‘롤대남(‘리그오브레전드’ 등 게임에만 몰두하는 정치 저관여층 20대 남성)’과 같이 정치권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자신들을 스스로 조롱하는 말도 흔히 쓰인다. 정치권의 외면이 소외감과 분노로 발현되고, 다시 반감을 키우는 방식으로 순환되는 것이다. 정 원장도 “군 입대 문제 등 남성들의 관심사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은 채 방치된 영향도 크다”고 진단했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시위를 견인했던 2030 여성들은 ‘윤어게인’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국민의힘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선 2030 여성 역시 “더이상 민주당 집토끼가 아니다. 돌아설 준비가 된 것”(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이라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선거 직전인 지난달 26~27일 리서치뷰에서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40.3%, 44.1%로 출구조사 답변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낮았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은 도저히 지지할 수 없으니 민주당을 뽑은 것에 가깝다”고 짚었다. 아직 국민의힘을 다수가 지지하는 수준까진 아니지만 젊은 여성들의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 역시 적지 않으며, 민주당 주 지지층인 4050세대와는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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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민주당의 집토끼 아냐”
이재명 대통령 집권 후 민주당이 과거보다 소수자·여성 이슈를 상대적으로 덜 언급하고, 보수 확장을 노리는 행보를 보이는 것 역시 젊은 여성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젠더 이슈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민주당 후보가 없었다”며 “특히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의 패인은 보수 진영과의 차별성 없는 공약에 실망한 여성들이 이탈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 20대 여성 중 정 후보를 뽑았다는 응답자는 48.5%로 4년 전 송영길 후보(67.0%)보다 18.5%포인트 줄어들었다. 대신 권영국 진보당 후보가 1.03%(5만4315표), 유지혜 여성의당 후보가 0.84%(4만3967표)를 얻었다.
전문가들은 ‘앵그리 영’의 분노를 해소하고 세대 갈등이나 사회 혼란으로까지 번지지 않도록 하려면 궁극적으론 기저의 분노 원인을 파악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국 청년들의 적체된 좌절감이 집단 행동으로 번진 것”이라며 “성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잘 들으면서 그들의 기저에 있는 불안을 소통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장의 정치권이 청년세대 목소리를 받아낼 여력이 안된다”며 “청년 정치인의 입성을 통해 아젠다가 제도권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경제성장률이 가장 낮은 대구에서 2030의 김부겸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성별을 불문하고 서울보다 높았다”며 “생존을 위해선 남녀 불문하고 함께 움직인단 건데, 여기서 봉합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오소영 기자 oh.s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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