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 ‘10경’ 아닌 볼거리… 밤하늘 은하수 아래 연초록 꼬마전구 ‘별 천지 반딧불이 천지’

충남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 수도다. 부여에 내로라하는 백제의 유적지가 즐비하다. 이들을 포함한 ‘부여 10경’이 있다. 부여군 16개 읍면 가운데 부여읍과 규암면에 7개가 집중돼 있다. 하지만 나머지 면에도 볼거리가 적지 않다. 10경을 제외한 나머지 경치를 보러 떠나 보자.
요즘 부여에서 관심을 끄는 곳이 장암면 점상리에 있는 ‘덕림병사(德林丙舍)’다. 고려 말 문신 조신의 재실로, 충남도 문화재자료다. 창건 연대는 명확하지 않으나 고려 후기인 것으로 전한다.
조신은 고려 말 권력의 한가운데를 장악했던 풍양 조씨 사람이다. 고려의 개국 공신이자 문하시중과 평장사를 역임한 조맹의 후손이다. 조신은 고려 공민왕 때 회양부사를 지냈다. 1368년(공민왕 17) 형 조사공이 신돈을 살해하려고 모의하다 발각돼 죽임을 당하자 이름을 조사렴에서 조신으로 바꾸고 부여 임천면에 은거했다. 재실 옆에는 조신의 묘가 조성돼 있다. 조선 태종이 무학대사에게 부탁해 잡은 터라고 전한다. 조신은 태종의 어릴 적 스승이었으며, 태종은 왕위에 오른 뒤 조신의 자손들에게 벼슬을 주며 후대했다고 한다.
덕림병사 일대는 반딧불이 군락지다. 5월 말부터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이 시기에만 잠시 ‘팝업’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땅에는 깊은 어둠이 내려앉고 밤하늘에는 별이 초롱초롱하다. 수풀이 우거진 숲속에서 크리스마스트리의 꼬마전구 같은 연초록 불빛이 하나둘 반짝인다. 어렴풋한 실루엣으로 보이는 기와 건물을 환상적인 군무로 수놓는다. 봄철 화사한 꽃을 자랑했던 건물 앞 수양벚나무도, 조신의 묘 앞 산돌배나무도 반딧불로 치장한다. 그 위로 밤하늘엔 은하수가 드리워진다. 별 천지에 반딧불이 천지다. 반딧불이 군무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에 절정을 이룬다.

장암이라는 이름은 정암리 백마강(금강)변에 있는 마당바위(맛바위)에서 유래했다. 인근 주민들은 ‘땅정바위’라고도 부른다. 바위에는 조선 명종 때 영의정 상진이 지은 범허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다고 한다. 실제 정자의 기둥이 있던 자국이 여럿 남아 있다.

세도면 동사리의 동곡서원은 조신을 배향한다. 인근 대흥산 덕고개 아래 물맛 좋기로 유명한 천연 암반 약수인 ‘등경수’(登慶水·남경생물)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겨울이나 여름철에도 수온이 일정해 냉경수(冷慶水)라 불리기도 한다. 조선시대 송사가 있을 때나 과거를 보러 갈 때 이 물을 마시고 가면 승소나 급제를 했다는 전설과 소화불량, 고질병, 습진, 피부병 등도 낫는다는 얘기가 내려오고 있다. 등경수 맞은편 덕고개 동남쪽에 낙송수(落訟水)라는 샘물이 있었는데 재앙수라 하여 주민들이 묻었다고 한다.
세도면에는 나당연합군과 관련 있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마을이 ‘반조원리’다. 백제 사비성으로 쳐들어가던 당나라 수군이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이곳에 진을 치고 소정방이 당나라 왕의 조서를 반포했다고 해 반조원(頒詔院)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지형이 곶으로 돼 있어 고다지 또는 고지라고 했다. 고려 때는 고다지소라고 불렸고 나루터가 있어 고다진이라고도 했다. 조선 때는 고다진원 또는 반조원이라고 불렸다.

반조원리는 겸재 정선과도 관련이 있다. 정선의 그림 ‘임천고암(林川鼓岩)’의 배경이 된 곳이다. 당시 이곳에서 은거하던 정선이 삼종질 정오규를 찾았다가 그린 것이다.
그림에 삼의당 터가 나온다. 삼의당은 조선 후기 문신 윤광안(1757~1815)이 말년에 금강변에 지어 후진을 양성한 곳이다. 정면 8칸에 측면 3칸 규모이며 1909년 소실돼 현재 8기의 초석만 남아 있다. 삼의당 터 앞 강변 200m가량이 버드나무 80~90그루와 느티나무, 팽나무, 물푸레나무 등으로 제방림을 이루고 있다.

간대2리 다근이 마을은 금강가 마을로 물가에 바위가 많이 있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다근진 나루는 익산 용안면으로 건너가는 나루로, 옛날에는 전라도와 충청도가 교류하는 뜻있는 나루였다. 이곳에 구경정이 있다. 1931년 뜻있는 아홉 사람이 돈을 내 정자를 지었다. 오래되고 낡아 2009년 7월 새로 만들었다.
반딧불이 관람 시 불빛·모기약 등 금지
유해 성분 없고 물맛 좋은 ‘등경수’
덕림병사는 충남 부여군 장암면 성주산 자락에 자리한 덕림동에 있다. 충화면행정복지센터에서 동쪽 임천 방면으로 향하다 북쪽으로 빠지는 작은 도로를 따라가면 덕림고개가 나온다. 덕림고개 못 미쳐 서쪽으로 약 200m 떨어진 산 서북쪽 사면에 있다.
입구에 차량 10대가량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주차장에서 덕림병사로 향하는 길에는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한 말뚝 2개가 박혀 있다. 약 300m 오르막길을 걸으면 닿는다. 주변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없다.
반딧불이는 청정 지역에 서식하며 환경에 예민해서 주의가 필요하다. 반딧불이를 관람할 때는 큰 소리를 내거나 밝은 빛을 내지 말아야 한다. 쫓아다니거나 잡아서도 안 된다. 모기약과 향수도 사용 금지다.
등경수는 2002년 환경생명기술연구원 수질 검사에서 대장균, 세균 등 47개 항목에 대해 100% 합격 판정을 받았다. 유해 성분이 없고 20일간 담아 둬도 이끼가 끼지 않고 물맛이 그대로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세도면 일대에는 비옥한 금강변을 중심으로 시설원예단지가 조성돼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방울토마토 고장이다. 금강물이 끊임없이 둑에 부딪히면서 쌓인 힘 있고 기름진 토양에서 자라 품질이 뛰어나다.
부여=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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