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투자설’ 군불… 정치권은 재촉·기업은 신중
李대통령 “조만간 대규모 프로젝트”
김민석 “한국서 되도록 노력해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투자론’이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붙고 있다. 두 기업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달 말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 회동 때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 나온다.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기조, 반도체 분야 투자를 유치하려는 지역 정치권의 여론전 등이 맞물리며 반도체 ‘투톱’의 지방 투자를 사실상 압박 내지 유인하는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남 지역 반도체 공장 건설 가능성에 직접적으로 불을 당긴 건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의 발언이다. 민 당선인은 지난 8일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인수위) 출범식에서 “머지않아 반도체 산업 관련 정부와 기업의 발표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장을 지낸 정은승 전 사장을 인수위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이 대통령도 같은 날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이뤄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국민 앞에 공개할 것”이라며 이런 기류에 힘을 실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는 지방선거 이후 지방·청년·주식 세 가지 이슈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초호황을 맞은 반도체 산업이 지역균형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구상이 첫 케이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지난 2월 이 대통령과의 간담회 이후 총 300조원 규모의 지방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이후 기자들과 만나 차기 공장 입지에 관한 질문에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어딘가로 가지 않을 수는 없고 준비가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우리나라에서 안 되면 해외라도 줘야 하는 상황 아니냐. ‘무조건 한국에만 짓겠다’ 이것도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김민석 국무총리는 소셜 미디어에 “한국에서 안 되면이 아니라 어떻게 한국에서 되게 할 것인가를 가지고 기업과 정부, 정치가 성심성의껏 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삼성전자가 경기도 용인 일대에 반도체 생산라인 6기를 짓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현재 토지 보상 및 행정절차 마무리 단계로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상태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내년 5월 가동을 목표로 1기 반도체 생산라인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반도체 공정은 회로 설계(팹리스)와 전공정(제조), 후공정(패키징)으로 나뉘는데 용인에는 전공정 라인이 들어선다. 광주가 첨단 패키징 허브로 지정돼 있고 후공정 기업인 엠코 등이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광주·전남에 후공정인 패키징 공장이 들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반도체 설비 투자는 부지뿐 아니라 전력·용수·인력 등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하고 산업간 시너지 등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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