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사이에 낀 한국·EU, 국방·공급망 연대해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10일 연 한·유럽 심포지엄. [사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1/joongang/20260611000340241pzgs.jpg)
“그 어떠한 국가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고조된)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홀로 해결할 수는 없다.”(유홍림 서울대 총장)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과 유럽의 석학 및 전·현직 관료들이 모여 전략적 생존 공간을 모색했다. 10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원장 강원택)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국제 심포지엄이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 한국과 유럽의 협력’을 주제로 열렸다.
강원택 원장은 개회사에서 “러·우 전쟁은 유럽의 안보 이슈에 그칠 것 같았지만, 북한은 파병을 했고 한국은 유럽의 재무장을 돕고 있다”며 양측이 처한 현실의 유사점과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래주의적동맹관은 유럽과 한국 모두에 안보적 고민을 안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카드를 지렛대 삼아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으로부터 3500억 달러(약 531조 2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국방비 증액 등 막대한 안보 대가를 받아냈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 독일대사는 ‘고래들 사이에 낀 중견국’을 화두로 던졌다. 그는 현재 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약화 위협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중국의 ‘제조 2025’ 전략에 따른 산업 공세 등 ‘자이텐벤데(Zeitenwende·시대적 전환)’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안보 우산이 축소되면서 유럽이 더 많은 안보 책임을 떠안게 됐다. 러·우 전쟁 종전 시 우크라이나 재건은 유럽과 한국에 기회로 주어질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과거 중국에 의존하던 많은 독일 기업들이 이제는 예측 가능성과 안전성을 찾아 한국과의 공급망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있다”며 양측이 연대할 수 있는 접점을 짚었다.
엘리자베스 요한슨 노게스 브뤼셀 자유대 교수도 “트럼프 행정부가 다자주의 체제를 약화하고 있다. 유럽은 독자적인 안보를 조직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이어 “EU의 자산인 조정과 조율을 바탕으로 한국, 캐나다, 호주 등 유사한 입장을 가진 나라들끼리 국방·사이버 보안 협력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대북정책’을 놓고 머리를 맞댄 자리에선 한·미·일이 기존 비핵화 목표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란 틀을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안토니오 피오리 이탈리아 볼로냐대 부교수는 “핵 보유를 헌법에 명시한 북한에 즉각적 비핵화만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상시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군비 통제 협상 등 위기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런 구상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CVID가 현재 선언적 목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북한의 전략적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 자체를 폐기해서는 안 되며, 양보 없는 억지력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상윤 가톨릭대 교수도 “북한과의 거래적 관계 하에서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 안보적 대가를 요구할 경우 한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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