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선거, 내란세력에 빌미 제공" 연대 시국선언 중 극우단체 항의 소동

전선정 2026. 6. 1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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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00여 명 학생들, 이한열 열사 그림 앞 연세인 시국선언 "국가에 의한 참정권 침해 규탄"

[전선정, 유성호 기자]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와 단과대학 학생회장단 등 학생들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부실 선거와 관련해 10일 연세대학교 학생 시국선언 중 극우단체 자유대학 대표가 한 학생의 자유발언에 끼어들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부실한 선거 관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에게 반등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극우들은 이번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허위 주장에 맞서야 할 기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 오히려 그들에게 정치적 빌미를 제공한 셈입니다." - 김민수(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4학번)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시국선언에서 김씨가 이렇게 말하자, 전기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박준영(자유대학 대표)씨가 "김민수는 시국선언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지 마라"고 외쳤다.

이한열 열사 그림 앞 선 연세대 학생들 "민주주의 지키고자"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와 단과대학 학생회장단 등 학생들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 연세대 총학생회 시국선언 "참정권 침해 규탄한다"ⓒ 유성호

이날 시국선언은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진행됐다. 시국선언 발표자로 나선 5명의 학생은 한목소리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 "특정 정당의 유불리에 관한 문제가 아닌, 국민의 권리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함께 한 학생들은 '국가에 의한 참정권 침해 규탄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기도 했고, 핸드폰을 들어 시국선언을 촬영하기도 했다.

황인서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산업공학과 22학번)은 "이한열 열사가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 앞에서, 국민이 투표소에서 자신의 권리를 보장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청년들이 다시 광장에 서서 '한 표를 지켜라'라고 외쳐야 한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으냐"라며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우리가 침묵하면 민주주의 후퇴는 별일 아닌 일로 덮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어느 후보에게 유리했느냐, 어느 정당에게 불리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권리·헌법·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 남을 수 있는가에에 관한 문제다"라며 "청년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 이한열의 이름으로, 6월의 정신으로 참정권을 지키겠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박민아 글로벌인재대학 부학생회장도 "국민이 투표소를 찾았음에도 투표용지가 없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이 상황을,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기본적인 절차가 작동하지 못한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라고 토로했다.

이승찬 상경·경영대학 학생회장은 "열사여! 당신이 피워낸 백양로의 봄이, 오늘 다시 차가운 바람 앞에 서 있다"라며 "민주주의의 최전선에 서 있어야 할 기관은 이번 사태를 통해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국가기관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라고 일침했다.

자유발언 중 한바탕 소동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와 단과대학 학생회장단 등 학생들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와 단과대학 학생회장단 등 학생들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문제의 장면은 이후 자유발언에서 나왔다.

"지난해 계엄을 옹호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던 세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금 자신들의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했던 자들이 오히려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전면에 등장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역시 예외가 아니다.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하고, 이후 집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 현재는 참정권을 되찾겠다며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김민수)

두 번째 자유발언자로 나선 김민수씨의 발언에 일부 학생들이 "맞다"고 호응을 보내던 중 자유대학 대표 박씨가 "시국선언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지 마라"라고 크게 외치며 끼어든 것. 이로 인해 학생들과 취재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잠시 시국선언이 중단되기도 했다.

다른 학생의 자유발언이 이어지던 중에도 학생회관 인근에서 계속 말을 이어간 박씨는 취재진에 "투표 용지 부족해서 유권자의 참정권이 보장되지 못한 것을 보고 개표 중단을 가장 먼저 외쳤다"라며 "이 사안에서는 극우적인 발언한 것이 없어서 항의하려고 소리쳤다"라고 해명했다.

박씨 측은 이후에도 연세대 총학 측에 "내란세력·극우와 같은 단어가 나왔다면 제지했어야 연세대 학생들이 모인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 것 아니냐. 직무유기다"라며 "공식적으로 연세대 학생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황 비상대책위원장은 "발언자는 어떠한 규제 없이 선착순으로 선발됐다. 본 자유 발언은 총학생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무관하나, 사안에 공감하는 개인의 자발적이고 정당한 의견 표현임을 인지해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학생회관 곳곳 '부실 선거 규탄' 대자보
 10일 찾은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곳곳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선거'는 규탄하면서도 "부정선거"와는 선을 긋는 대자보가 게재돼 있다.
ⓒ 소중한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교정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비판하면서도 '부정선거' 주장과는 거리를 두는 내용의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 유성호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교정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비판하면서도 '부정선거' 주장과는 거리를 두는 내용의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 유성호
이날 찾은 연세대 학생회관 곳곳에는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를 규탄하면서도 "부정선거"와 같은 주장에는 선을 긋는 대자보가 게재돼 있었다.

이날 자유발언에 나선 김도현(경영학과 25학번)씨도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요구해야 한다"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정당한 문제제기가 증거 없는 단정으로, 또 다른 불신과 혐오로 흘러가도록 놔둘 수 없다"라고 짚었다. 그는 "생각하지 않는 분노는 너무 쉽게 빗나가 우리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라며 "우리는 더 어려운 길을 택해야 한다. 단정하지 않고, 분노하되 휩쓸리지 않고, 책임을 요구하되 진실을 앞질러 나가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차민형(언더우드국제대학 학생회장, 23학번)씨도 "부족한 투표용지의 숫자가 결과를 뒤집을 만한 게 아니었을지라도 제대로 된 투표를 다시 실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이를 부정선거와 직결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라고 말했다. 박아무개(문화미디어학과 24학번)씨도 "부정선거와 재선거를 요구하는 건 객관적인 관점이 아닐 수 있다"라며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는 사실에 집중해서 규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민수씨도 '선관위에 대한 정당한 불만을 이용하려 드는 민주주의의 적, 극우를 막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재한 바 있다. 이 대자보에서 그는 "선거 관리 부실과 부정선거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국가기관이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는 식의 부정선거 주장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한편, 이날 시국선언에는 연세대 외 건국대·경희대·고려대·부산대·서강대·서울과기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전남대·전북대·충북대·한국외대·한양대·홍익대(18개교)가 참여했다. 이 대학들은 ▲국정조사·특검 등을 통한 진상조사 ▲정부와 국회의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선관위 구조 개혁 ▲시민 전체가 참여하는 독립적 개혁 감시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와 단과대학 학생회장단 등 학생들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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