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의 이면] 지역 상생보다 '수도권 역차별' 논란

김현우 기자 2026. 6.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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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균형 발전' 의지 녹아
수도권 살리고 지방도 키워가야

산업부, 법 취지 제대로 설명 無
'반도체 생태계' 공존 방안 없어
▲ 경기도 첨단 산업 기업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모습./전광현 기자 maggie@incheonilbo.com

'국가균형발전'을 향한 대통령의 큰 그림이 정부 부처의 미숙한 행정으로 불필요한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성장하는 전략에 힘 쏟고 있지만, 산업통상부는 관련법을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취지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지역 상생'이라는 국정 철학보다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갈등 문제만 도드라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1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은 이달 말쯤 윤곽이 공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이 법령을 낼 때 최소 40일 전에 입법예고를 해야 하는데, 상위법이 8월 11일부터 시행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반도체법의 이면] '수도권 제외' 독소조항…경기 반도체 '먹구름'

이미 지역사회에선 반도체 산업의 지방 분산 배치가 현실화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충청·호남 정치권은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공개적으로 환영하고 있으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충청북도 등 지방자치단체는 연구용역까지 추진하며 선제대응에 나섰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비수도권 반도체 거점 구축 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수도권 집중 해소를 국정과제로 제시해 왔다. 지역이 살아야 국가가 지속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전국을 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권역으로 육성하는 '5극 3특'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이를 실현하는 핵심 수단이었다.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부 역시 내부 계획을 수립해둔 상태였다. 지난해 12월 산업부가 작성한 대통령실 업무보고 자료를 보면, 수도권 경제력 집중에 따른 지역 활력 저하와 산업 불균형에 대해 명시됐다.

수도권 1극 체제가 지역 산업 기반을 약화하고 국가 성장 잠재력마저 떨어뜨리고 있다는 진단도 있었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생태계를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는 방안이 담겼다.

비슷한 시기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마련한 반도체 산업 전략에도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는 비수도권 중심으로 조성하고, 수도권에서 멀수록 재정·인프라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결국 반도체특별법 시행령 내 '수도권 제외'는 갑자기 등장한 방향성이 아니었던 셈이다. 대통령의 지방 발전 의지와 정부의 중장기 계획이 녹아든 결과물에 가까웠다.

▲ 반도체 사수 이천시 범시민단체가 지난달 28일 삭발식을 하고, 수도권 배제 조항 철회를 촉구하는 모습. /송석준 국회의원 SNS

문제는 5월 초 산업부가 시행령 초안이 외부에 알려진 이후에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식으로 간단한 해명만 내면서 무수한 오해와 왜곡을 낳았다는 점이다. 정책의 본래 취지, 수도권과 지방의 반도체 생태계 공존 방안 등의 자세한 설명은 사실상 실종됐다. 주민과 정치권의 찬·반 다툼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산업부는 일부 국회의원 사무실의 접촉에도 소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수도권의 강점을 살리고, 동시에 지방을 키워 국가 성장을 주도하는 게 이재명 정부 플랜인데 산업부가 허술하게 대처해 찬물 끼얹는 격이 됐다"며 "산업부가 워낙 불소통이라 추진 배경을 잘 모르는 의원들도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산업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담당부서 연락이 끊긴 상황에 대해 묻자 "해당 부서 전화가 안 되면 대변인실도 어떻게 할 수 없다. 조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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