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의 이면] '수도권 제외' 독소조항…경기 반도체 '먹구름'
수정법 규제로 개발 불가능
가장 큰 혜택 재정·특례 차단
단체장 공약 사실상 빈수레
맞춤 인재 육성 뿌리째 흔들
팹리스 산업 성장 계획 차질


산업통상부의 반도체특별법 시행령 초안이 통과되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마저 정주 여건 개선과 관련된 각종 지원이 끊기고, 다른 지역은 규제특례 등이 원천 차단될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거점 중에는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이라는 족쇄 탓에 발전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곳도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을 비롯한 남부 지역 단체장들의 공약이나 계획은 사실상 외형만 남게 될 전망이다.
1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반도체산업은 기술 수명주기가 짧고 초기 설비투자가 막대해 정부의 전폭적인 각종 지원이 필수적이다.
전체 투자 동향을 보면 41조원(2021년 기준) 중 연구개발 비중이 6.7% 수준이고, 나머지는 신제품 생산과 설비확장 등에 쓰인다. 이처럼 대규모 설비투자를 요구하는 산업이기에 신규 기업 진입이 어려운 게 특징이다. 산업부의 연구용역 자료에도 이 같은 의견이 담겨 있다.
현재 한국은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후발주자로서 아직은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경기도의회가 2024년 낸 자료를 보면 경기도에는 팹리스 등과 같은 기업의 약 60%가 소재하고 있지만, 자금 부족, 전문 인력 부족, 기술 경쟁 심화 등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 문제 외에도 대규모 산단을 유치하려 해도 SK하이닉스가 있는 이천은 수정법이라는 규제에 가로막혀 인프라 확장이 불가능하다. 경기도와 지자체들이 그동안 반도체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이유였다. 도 역시 과거부터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부 등을 찾아 "기존 첨단산업특별법이나 소부장특별법만으로는 경기 지역 반도체를 키우기에 역부족"이라는 의견을 지속해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법상 가장 큰 혜택은 정부가 특정 지역을 반도체클러스터로 지정해 재정 지원과 인허가 특례를 몰아주는 것이다. 문제는 시행령안은 클러스터 지정 대상을 '수도권 외의 지역'으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용인·화성·평택·이천을 묶어 완결형 벨트를 만들려던 추 지사의 구상은 시작부터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
시행령에는 클러스터 내 주거, 교육, 의료, 문화 등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지원책이 담겨 있다. 이 혜택 역시 비수도권 클러스터에만 제공되도록 명시돼 있다. 경기남부 벨트의 핵심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이 같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클러스터 내 입주기업에 대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도 비수도권을 먼저 우대하도록 해놨기에 추후 경기도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수석 이천시장 당선자의 부발읍 일대 49만㎡ 규모(15만평)의 반도체 설계 연구단지 조성 구상 역시 이대로라면 불가능에 가까워 진다. 이천시는 현재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에 묶여 공업단지 등의 조성 규모가 기본 6만㎡ 아래로 제한된다. 다만 연접시 30만㎡까지 가능하다. 현행법상 일반 산업단지는 국비 지원이 없다. 특별법에 따른 규제 특례가 필수적이다. 특별법 지원마저 수도권 배제 원칙에 가로막히면 사실상 반도체 업체들을 유인하고 투자할 명분이 줄어들게 된다. 이천시 내부에서도 '특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우려했었다.
또 시행령안은 해외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지원을 비수도권 클러스터와 사업장에만 집중하도록 명시했다. 지역 대학과 고교를 연계해 맞춤형 인재를 기르겠다는 공약도 뿌리째 흔들린다. 추미애 당선인 등은 전문인력 양성과 산학협력 체계 구축한다는 공약을 내놨었다. 그런데 시행령안은 반도체 특성화대나 고등학교를 지정할 때 수도권 외 소재 지역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돼 있다.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 지원까지 비수도권을 우대하게 되면서 도는 인재 육성 주도권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도와 지자체, 정부가 육성하려는 팹리스 산업 등도 성장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AI와 반도체 팹리스, 미래전략산업과 글로벌 연구개발 거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반도체 도시를 만든다는 공약을 강조했었다. 도 등은 '성남 판교 제3테크노밸리'에 팹리스 특화단지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되는 곳이다. 수도권 제외가 확실하다면 클러스터와 관련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도는 앞서 법 제정 과정에서 판교 제3테크노밸리 개발 계획을 내세우면서 특별법 통과의 필요성을 정부에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에만 인재 육성이나 지원 등이 한정되면 반도체 업계가 고질적으로 겪는 인력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인천일보가 확보한 자료(2021년 8월~2022년 2월 50개 대학 반도체 관련학과 졸업생 전수조사)에 따르면 반도체 관련 전공자 33.1%만이 해당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6.9%는 비반도체 분야 취업했다.
경기남부지역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경기지역이 특별법 지원에서 배제되면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의 시행령안은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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