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간판 바꾼 끝에 ‘공중분해’ 영욕의 방첩사…방첩 수사 약화 우려도

이유정 2026. 6. 1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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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의 주축으로 지목된 군 방첩 기관인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이르면 7월 공중분해 된다. 방첩사의 핵심 기능인 방첩·보안·수사 활동을 각각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방방첩본부·국방보안지원단·국방조사본부로 흩어 힘을 빼는 게 핵심이다. 방첩 조직의 문민 통제를 강화한다는 차원인데,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 폐지에 이어 군 방첩 기관의 수사 기능까지 크게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3000여명 중 1000명 인원 감축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해체 및 기능 개편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0일 오후 ‘방첩사 해체 및 기능 개편안’을 발표하며 “방첩사가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변화 과정을 거쳤지만 그때 그때 이름만 바뀌었을 뿐 주요 업무는 그대로 계속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는 균형과 견제·감독·문민통제를 강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골자는 방첩사의 방첩 정보 수집·보안 감사·안보 수사 기능을 세 개의 국방부 직할부대로 분산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1977년 국군보안사령부로 출범한 뒤 세 차례 간판 바꿔 단 방첩사는 이르면 7월 말 부대 폐지령을 통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50년 육군 특무부대를 모태로 77년 출범한 방첩사는 국군기무사령부(1991년)→국군안보지원사(2018년)→방첩사(2022년) 등 세 차례 이름을 바꾼 끝에 결국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개편안에는 구체적으로 현재 3000여 명 수준의 방첩사 정원을 약 1000명을 감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중에서 약 1500명은 국방부 산하 소장(2성 장군)을 본부장으로 하는 방첩본부에, 200여 명은 임기제 2급 군무원을 단장으로 하는 보안지원단, 200여 명의 수사 인력은 조사본부로 재배치한다. 방첩본부는 방첩·사이버보안·방산 관련 정보 수집만 하고, 현재 사단급에서 운영해 온 산하 부대를 군단급으로 올려 부대 수를 대폭 줄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원 가운데 12·3 비상계엄에 연루된 인원은 원천 배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현역·군무원의 방첩 특기 해제 및 재배치가 이뤄지고, 대체 인력을 새로 선발한다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군 인사 좌우 세평 수집 기능 폐지


방첩사의 최대 권한으로 꼽혔던 군 내부 세평 수집 기능도 전면 폐지한다. 세평 자료는 청와대의 장성 인사 평가 자료로 활용돼 온 측면이 있었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등으로 기무사를 안보지원사로 해편할 때도 세평 수집 기능은 존치했다. 이번엔 이 기능까지 완전히 없앤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방첩사의 세평 수집 기능에 대해선 군 내부에서도 시선이 엇갈려 왔다. 방첩사가 군 인사를 쥐락펴락하는 도구라는 비판적 시선과 군 지휘관들의 비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등 방첩 본연의 업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임무라는 시각이 공존하면서다. 앞으로 군 지휘관들의 인사 검증과 신원 조회를 위한 기초 자료 조사와 중앙보안감사는 새로 생기는 보안지원단이 맡는다. 해당 조직은 대부분 군무원 및 공무원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문민 통제 강화했지만…방첩 수사 약화 우려


국군방첩사령부 홈페이지 캡처
분산되는 방첩 기관들에 대한 문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국방부에 정보보안정책관 등 별도의 국장급 조직도 신설한다. 또 방첩 요원들이 직무 수행 절차를 어겼을 때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칭 ‘방첩기관 직무 집행법’ 제정도 추진한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다만 방첩·보안·수사 기능이 흩어지는 것에 대해 군 안팎에선 군의 방첩 수사 기능이 약화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계엄 여파로 묻혔지만, 방첩사는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군 정보기관의 한국군 기밀 수집 시도를 잡아내기도 했다. 방첩 수사 요원이 장기간 익명의 채팅방에 잠입해 국내외를 오가는 내사·수사 단계를 거쳐 중국군 정보 요원 의심자를 검거했다. 이렇듯 정보 수집과 내사·수사 단계를 무 자르듯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방첩본부는 향후 단순 정보 수집밖에 할 수 없게 됐다. 국정원의 경우에는 대공 수사 기능 폐지 이후 관련 법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사안에 한해 행정 조사 기능을 명시했는데, 방첩본부는 이런 권한도 불명확하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정보 수집·수사 기능이 완벽하게 분리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안보 수사 관련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현재 방첩사의 안보 수사 기능 전체를 조사본부로 이관해 1년 후 종합 진단을 통해 병력을 효율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방첩본부와 경찰, 조사본부 등의 군 안보수사협의체를 꾸려 상시로 정보 공유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방첩사는 12·3 비상계엄을 주도한 조직으로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9월 국정과제로 방첩사 해체를 내세웠다. 국방부는 민관군 합동 자문위원회와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개편안을 검토한 결과 최종안을 도출했다.

해편 논의 과정에서도 잡음이 심했다. 방첩사 내부의 ‘부대 개편 TF’는 “해편을 막으려는 로비 조직”이란 여권의 비판에 폐지됐다. 방첩사 내부에선 10년 차 미만 현역 군인들과 군무원들의 심적 동요도 상당한 상황이다. “상부에서 잘못한 일을 조직원 전체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해편이 진행된 측면도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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