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 모인 아시아 지도자들, “패권국보다 지역 연대가 중요”

유성운 2026. 6. 1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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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오른쪽)가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31회 닛케이 포럼 '아시아의 미래'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시아 각국의 정치인, 경제인, 학자들이 모여 아시아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닛케이 포럼 ‘아시아의 미래’가 10일 도쿄 임페리얼호텔에서 개막했다.

이날 첫 기조연설자로 나선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기존의 국제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 위기감을 드러내며 “개방성과 투명성에 기반을 둔 틀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을 겨냥해 “수십 년에 걸쳐 성장과 발전을 떠받쳐 온 국제 시스템이 이제 큰 압력에 노출되어 있다”며 각국의 산업 정책이 “지정학적 대립의 영향을 갈수록 강하게 받게 됐다”고 우려했다.

중견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등 강대국이 분단을 가속하는 현 상황에 대해 “중견국에 압도적인 힘은 없지만, 분단을 잇는 가교를 놓을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나 인도·태평양 지역 등 광역 차원에서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시하삭 푸앙겟게오 태국 부총리는 미·중 대립과 남중국해의 긴장 고조 등을 언급하며 “아시아에 유일한 패권국은 필요하지 않다. 강고한 경제를 구축하는 데 있어 아시아 지역의 통합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협력의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식량·에너지 안보, 디지털 인프라, 공급망(서플라이체인) 등의 협력을 예로 들었다.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관해서는 “당초에는 일부 단체의 반대로 가입이 어려웠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며“지역 간 무역협정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마리아 테레사 라자로 필리핀 외무장관도 중동 분쟁과 기후변화로 세계가 흔들리는 가운데 “일국주의가 아니라 지역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자위대의 퇴역함 인수 등 일본과의 군사 협력이 강화되는 것과 관련해 “(자위대와 필리핀군 사이에서 연료나 탄약 등을 주고받는) 물품·역무 상호제공협정(ACSA) 등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양자 간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밧체첵 밧문흐 몽골 외무장관은 방대한 태양광·풍력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아시아의 그린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독자적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몽골은 현재 에너지 연료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몽골에서는) 연간 300일 이상이 맑고 바람이 분다”고 말하며,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능력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로 31회째를 맞는 ‘아시아의 미래’는 ‘협력과 연계가 이끄는, 보다 회복력 있고 풍요로운 아시아’를 주제로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아시아의 정부 정상·각료·전문가·기업 경영자 등이 나와 연설과 패널 토론을 진행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11일에는 조제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 손사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 순 찬톨 캄보디아 부총리 등이 강연한다.

도쿄=유성운 특파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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