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뒤 그늘…‘이자도 못 내는 기업’ 40% 역대 최대

김원 2026. 6. 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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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뉴스1


지난해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번 돈으로 이자 내기도 벅찬 상태였다. 전체 기업의 평균 수익성은 좋아졌지만, 이런 한계기업 비중은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반도체 대기업과 일부 호황 업종이 평균 지표를 끌어올리는 사이 중소기업과 부진 업종은 뒤로 밀리는 ‘K자형 양극화’가 기업 실적에서 드러났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5년 기업경영분석 결과’다. 지난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3만4456곳 가운데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한계기업 비중은 39.9%로 전년(38.5%)보다 1.4%포인트 확대됐다. 2013년 통계 편제 이후 최고치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100% 미만은 1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다 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비율 0% 미만인 영업적자 기업 비중도 26.2%에서 28.2%로 2.0%포인트 늘었다. 반면 500% 이상 우량기업 비중은 33.1%에서 32.6%로 줄었다. 덕분에 전체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305.8%에서 369.8%로 64.0%포인트 올랐지만, 실제로는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이 더 많아졌다.

이런 엇갈림은 수익성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전체 기업의 평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2%로 전년(5.4%)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도 5.2%에서 6.3%로 높아졌다. 제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5%에서 6.9%로 상승했다. 전자·영상·통신장비업종의 영업이익률은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와 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8.8%에서 15.0%로 급등했다. 조선·기타운수도 11.7%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자보상비율 구간별


반면 전기장비 업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0.6%였다.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는 의미다. 석유정제·코크스와 화학물질·제품은 매출 증가율이 각각 -7.4%, -2.4%로 돌아섰고, 건설업 매출액증가율도 -9.6%로 악화했다. 기업 규모별로도 차이가 뚜렷했다.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6%에서 6.6%로 올랐지만, 중소기업은 4.8%에서 4.6%로 하락했다.

이미주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전체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 상승은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 많이 판매되고 반도체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반도체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높아진 데에 기인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전체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24년과 2025년 모두 4.9%로 동일했는데, 이 2개 기업의 실적 개선 효과가 전체 지표 개선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고(高)’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와 대기업 중심으로 자금과 실적이 쏠리면서 산업 현장의 부실 압력은 커지고 있다. 매출 회복이 더딘 중소기업은 이자 부담과 비용 상승을 동시에 떠안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국내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81%로 전년 동월(0.76%)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중소법인 연체율도 0.80%에서 0.88%로 올랐다. 법원 통계월보 기준 4월까지 법인 파산 신청은 859건으로 전년 동기(718건)보다 19.6% 증가했다.

금리 변수도 있다. 고환율과 물가 불안으로 한은이 오는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차입 여력이 약한 중소기업과 취약 기업부터 이자 부담에 눌릴 수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계기업 증가는 지난해 경기 부진만의 결과라기보다 과거 퇴출당했어야 할 기업들이 구조조정되지 않고 버틴 누적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둔화하면 양극화가 아니라 아래쪽으로 함께 내려가는 경제가 될 수 있다”며 “반도체 호황이 벌어준 시간을 활용해 부진 업종을 끌어올리고 새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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