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거리로 전락한 프랑스 대표팀, 월드컵에서 무슨 일 있었길래?

김형욱 2026. 6. 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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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더 버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반란 사건>

[김형욱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은 1998년 월드컵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하며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2000년 유로에서도 우승하며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에서 충격의 본선 탈락을 맛보고 2004년 유로에서도 8강에서 떨어지며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이후 레몽 도메네크가 감독으로 부임해 2006년 월드컵에서 준우승의 쾌거를 이룩했다.

하지만 2008년 유로에서 치욕스러운 본선 탈락으로 자존심을 구겼고, 2010년 월드컵도 겨우 본선에 진출했다. 도메네크를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으나 그는 유임되어 대표팀을 계속 이끌었다. 프랑스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 그렇게 싹을 틔우고 있었다. 총체적인 막장 드라마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더 버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반란 사건〉(이하 〈더 버스〉)는 2010년 월드컵 당시 도메네크 감독과 대표팀 사이의 끔찍한 반목 끝에 벌어진 훈련 파업 사태의 막전막후를 들여다본다. 도메네크 감독을 비롯해 당시 대표팀의 에브라(주장), 갈라스, 사냐, 그리고 스태프들이 직접 출연해 저마다의 시선으로 당시를 증언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더 버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반란 사건>의 한 장면.
ⓒ 넷플릭스
감독과 선수, 돌이킬 수 없는 균열

우선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금도 그렇지만 15년 전 당시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 해도 본선은 가볍게 뚫고 토너먼트에서 강호들과 일합을 겨루리라, 프랑스 전 국민이 바라 마지않았다. 하지만 본선 첫 경기 우루과이전에서 허무하게 무승부에 그쳤고, 도메네크는 희생양이 필요했다.

선발 자원이던 구르퀴프가 벤치로 밀려난다. 선수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감독의 말 한마디에 동료가 한순간에 출전 정지 처분을 당해 버렸으니까. 그럼에도 선수들은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 멕시코를 반드시 이겨야 했다. 하지만 신은 그들을 구원하지 않았다.

전반전 무승부, 도메네크는 전술적으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아넬카를 하프타임에 전격 교체한다. 그 결과는 프랑스의 0:2 참패. 프랑스는 그야말로 뒤집어졌다. 거기에 기름을 부은 사건도 터졌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1면 톱에 아넬카가 도메네크에게 "꺼져, 개새끼야!"라고 했다는 설이 실린 것이다. 이후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는다.

당사자들이 보도가 거짓이라고 반박한다. 욕설은 누가 봐도 사실이 아닐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 이면에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이야기가 있으리라 확신할 수 있다. 도메네크가 언론을 파행적으로 대했다는 점과 대표팀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테고, 대표팀 선수들의 '싹수없는' 성향도 한몫했을 것이다. 물론 언론의 악랄한 보도 방식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더 버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반란 사건>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월드컵 역사에 남은 버스 안의 반란

이후 마지막 본선 경기, 남아공과의 일전을 앞두고 공개 훈련에서 결정적인 파국이 벌어진다. 에브라를 위시한 대표팀 전원이 도메네크와 축구협회의 파행에 대항하는 한편 부당하게 퇴출된 아넬카를 지지하는 일환으로 훈련을 거부하고 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수습할 요량이 없는 대표팀 스태프와 축구협회, 사태는 일파만파 퍼지지만 일단 경기를 펼쳐야 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선수들, 특히 주장 에브라는 얘기를 나누려 노력했지만 도메네크가 마음을 닫아 버렸다. 그렇게 펼친 경기가 잘될 리가 있을까? 마지막 본선 경기에서 남아공에 졌다.

이후 자연스러운 수순은 누굴 희생양으로 삼을 것인가 였다. 그때 도메네크는 어느 때보다 영민하게 또 빠르게 기자회견을 열더니 자신은 발을 빼고 선수에게 화살을 돌린다. 그렇게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사기꾼 소리를 들으며 '교만하고 배부른 백만장자들의 파업이 불러온 참극'으로 묘사됐다.

다시 들여다보니 피해자는 도메네크 감독도, 선수들도 아니었다. 그런 참극을 보고 또 처참한 경기도 봐야 했던 국민들이다. 그렇다면 가해자는 누구일까. 도메네크 감독과 선수들 모두다. 물론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피해자이고 상대가 또는 누군가가 가해자라고 주장한다. 억울한 면도 있겠으나 그들 각자 따로 또 같이 저지른 잘못들이 모여 참극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더 버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반란 사건> 포스터.
ⓒ 넷플릭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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