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들 대신 찾아온 7살 소년....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AI에 한 질문
[장혜령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상자 속의 양〉은 아이를 잃은 부부가 7세 아이로 설정된 휴머노이드를 만나면서 상실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영화다. 영화 속 대사처럼, 쉽게 결론에 이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듯 고민과 걱정으로 가득한 인간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끌어안는다.
〈어느 가족〉 이후 8년 만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직접 집필한 오리지널 각본으로,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가족'이라는 소재를 또 다른 결로 그려 냈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 낸 이 거장이 다음번엔 또 어떤 이야기를 꺼내 보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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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상자 속의 양> 스틸컷 |
| ⓒ ㈜미디어캐슬 |
영화 속 부부는 2년 전 아들을 잃었다. 이들은 씻을 수 없는 잘못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으려 애쓴다. 오토네는 갑자기 찾아온 친정엄마를 원망하고, 켄스케는 납치범을 반드시 잡아 죄를 씻고 싶어 한다.
시간이 지나도 상처는 아물지 않고, 가슴은 썩어 문드러진다. 부부는 아들을 놓아주지 못한 채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도한다. 여전히 아들을 그리워하는 건축가 엄마 오토네(아야세 하루카)는 휴머노이드에게서 위안과 안도감을 얻지만, 나무 장인이자 건축회사 사장인 아빠 켄스케(다이고)는 다마고치니, 로봇 청소기니 하며 비꼰다. 켄스케 역시 카케루와 함께하는 시간이 싫지 않으면서도, 어딘지 모를 위화감에 경계 태세를 보인다.
그래서일까. 감독의 전작에 대한 기시감이 짙다. 죽음을 다룬 면에서는 소년을 구하다 죽은 장남의 기일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걸어도 걸어도〉, 남편을 잃고 산산조각 난 아내의 인생을 다룬 〈환상의 빛〉이 떠오른다. 전반적으로는 사후 세계를 그린 〈원더풀 라이프〉, 인형에 생명이 깃드는 〈공기 인형〉, 버려진 아이들을 담은 〈아무도 모른다〉를 묘하게 잇는 서정적 정서가 짙다.
두 사람의 어긋난 케미는 의도된 캐스팅의 결과다. 아야세 하루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바닷마을 다이어리〉 이후 11년 만에 재회해 세심한 감정 연기를 펼친다. 반면 남편 역은 개그맨 출신인 다이고가 맡아, 정형화되지 않은 말투와 표정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데 한몫한다.
아역을 발탁하는 안목이 뛰어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에도 첫인상에 끌려 쿠와키 리무를 카케루로 낙점했다. 200 대 1의 경쟁을 뚫은 10세 쿠와키 리무는 아이의 순수함과 휴머노이드의 서늘함이 공존하는 이중성을 탁월하게 표현하며, '고레에다 키즈' 계보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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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상자 속의 양> 스틸컷 |
| ⓒ ㈜미디어캐슬 |
영화는 동화 〈어린 왕자〉의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문구를 작품 전반에 깔며 휴머니즘을 전한다. 주인공을 건축가 부부로 설정해 집과 정원, 아이와 어른, 기계와 인간의 연결을 담아낸다.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의 책을 참고해 이질적인 존재가 공존하는 방식, 보이지 않는 곳까지 아우르는 상상력을 풀어낸다.
작품 속에서는 오래된 거목을 허브 삼아 정보가 공유되는데, 이는 카케루와 버려진 아이들의 연결을 상징한다. 영화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로봇의 씁쓸한 모험담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A.I.〉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이들만의 세상 〈피터 팬〉 속 네버랜드와도 같은 공간을 만들어 낸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전형적인 동화가 아니라, 〈프랑켄슈타인〉 같은 우화에 가깝다.
다만, 이 감성적 SF는 현실과 가까워 보이면서도 어딘지 이질감이 들게 한다. 여러 주제가 하나로 묶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열심히 뿌려 놓은 이야기의 씨앗들이 제대로 싹을 틔우지 못했다. 예산의 한계도 있었겠지만, 슬픔과 기쁨을 지나치게 절제한 탓에 여운이 길게 남지 않는다. 자극적인 쇼츠에 중독된 관객의 입맛을 어느 정도 충족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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