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2분 만에 수능 만점,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요?"
[이영광 기자]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던 KBS <다큐 인사이트> '인재 전쟁'이 지난 5월 시즌 2로 돌아왔다. 보통 '속편은 원작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인재 전쟁' 시즌 2는 10개월 만에 다시 찾은 중국 현장에서 새로운 볼거리와 더 명확해진 인재 육성 메시지를 담아냈다.
|
|
| ▲ <다큐안사이트>의 한 장면 |
| ⓒ KBS |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걱정이 많았어요. 작년 '인재 전쟁'이 큰 반향을 일으켰던 터라 후속작에 대한 부담이 컸거든요. 1보다 나은 2는 없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런데 할 이야기가 많았고 기교 부리지 않고 충실히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그 결과 시즌 1보다 더 빠른 속도로 조회수도 오르고 댓글도 많이 달리고 화제도 되는 걸 보면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 작년 시즌 1을 제작할 때부터 시즌2에 대한 계획이 있었나요?
"처음부터 시즌제를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작년 방송의 반향이 워낙 컸거든요. 그걸 보면서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공영방송의 역할을 계속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작년 말쯤 시즌 2를 기획했어요. 원래 2편으로 계획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최태원 회장을 섭외해 3부작이 된 거예요."
- 무슨 이야기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공대에 올인하는 중국과 의대에 올인하는 한국 이야기는 작년에 충분히 했다고 판단했어요. 그다음 스텝은 '국가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과 속도로 인재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줘야 하는가'라고 생각했죠. 중국의 에너지·데이터센터 같은 첨단 인프라 건설이나 규제를 풀어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법적 테두리를 만드는 것처럼 국가가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요. 지금 모두가 수능에 빠져 있지만, AI가 수능을 2분 만에 만점으로 풀어내는 시대에 전국의 인재들이 수능 하나에 쩔쩔매는 게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여전히 유효한 전략인지 묻고 싶었어요. 미국에서는 대학 학위 없는 사람만 뽑는 실험적인 시도가 성과를 내고 있고요. AI가 전문직을 대체하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잖아요. 그런 새로운 실험들을 통해 우리 교육이 이대로 괜찮은지, 무엇이 변해야 하는지를 담아냈어요."
- 작년에 이어 중국에 올해 또 가셨잖아요. 많이 달라졌나요?
"작년 6월에 갔을 때 엄청 놀랐는데, 올 4월에 10개월 만에 다시 갔더니 또 엄청 바뀌어 있더라고요. 로봇들이 사람보다 빠르고 오래 뛰고, 운동 성능이 괄목할 만큼 발전했어요. 스타트업도 그사이에 많이 늘었고, 섭외하고 싶은 젊은 엔지니어나 기업들도 훨씬 많아졌고요. 작년 다큐가 있다 보니 이번엔 섭외와 현지 취재가 그나마 좀 더 수월했어요."
- 중국 항저우의 승리 초등학교로 방송을 시작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 구성안 짤 때는 베이징 휴먼 마라톤으로 시작하려고 했어요. 가장 센 그림이고 재밌잖아요. 근데 그러면 뒤에 갈수록 계속 로봇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제목이 '인재 전쟁'인데 너무 기술 산업 다큐처럼 흘러가는 것 같아서 안 되겠다 싶었어요. 모든 것이 결국 인재로부터 출발하는 거니까 초등학교 이야기로 시작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해서 제일 앞에 배치했어요."
|
|
| ▲ <다큐안사이트>의 한 장면 |
| ⓒ KBS |
"맞아요. 학교 전반에 AI 기술이 깔려 있어요. 편집에서 빠진 것도 있는데 AI 줄넘기 교실도 있었고, AI가 채점과 평가도 하고 수업에서 선생님을 돕기도 해요. 본질은 아주 어릴 때부터 AI 원주민으로 만들어주는 거예요. AI라는 툴을 어색해하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하고, 공학자가 아닌 소설가를 꿈꾸더라도 AI를 활용해 도움받을 수 있도록요. AI를 잘 활용하는 전인적인 인재로 키우는 거죠."
"작년에는 20대만 출전했고 그중 6대만 완주했대요. 출발선에서 넘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조롱도 많이 받았고요. 그래서 이번에 촬영하러 갔을 때도 뭐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싶었어요. 초청받아서 갔는데 자리 싸움이 엄청 치열하거든요. 저는 삼각대 들고 카메라 감독님이랑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뛰어서 제일 앞자리를 잡았어요. 그런데 막상 달리기 시작하니까 너무 빠른 거예요. 맨 앞자리를 잡았더니 오히려 훅 지나가 버리는 거예요. 오래 찍으려면 뒤에 자리를 잡아야 했던 거죠. 1년 사이에 그 정도로 빨라졌다는 게 확 체감됐어요."
|
|
| ▲ <다큐안사이트>의 한 장면 |
| ⓒ KBS |
"제가 먼저 직접 뛰어봤거든요. 저도 달리기에 나름 자신 있어요. 최근에 하프 마라톤도 뛴 적 있고요. 전속력으로 뛰는데 스스로 엄청 빠르게 뛰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러다 제가 로봇보다 빠르면 다큐 그림상 별로겠다 싶을 정도로요. 근데 측정해보니 시속 7km대더라고요. 그다음에 로봇이 뛰었는데 10, 12km가 나오는 거예요. 제가 직접 뛰고 나서 그 숫자를 보니까 얼마나 빠른 건지 너무 체감됐어요. 정말 믿기 어려웠어요."
- 중국에서 AI관련 기술 발전이 빠른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중국에서는 실패했다고 실패자로 낙인찍는 경우가 드물고, 유의미한 실패는 오히려 취업할 때 가산점이 되기도 해요.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게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거죠. 과학기술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실험은 100번 하면 마지막에 한 번 성공하는 게 본질이고, 매번 성공하면 그건 실험이 아닌 거잖아요."
- 둔황 태양열 발전소 크기가 상당하더라고요.
"정말 어마어마했어요. 사진으로 미리 찾아보고 갔는데 막상 안에 들어가니 제작진 모두 말을 잃었어요. 더 무서웠던 건 이런 태양열 발전소가 중국에 한두 개가 아니라는 거예요. 더 큰 것도 많고요. 그걸 민간이 아니라 국가가 주도했다는 게 굉장히 무서운 거죠. '우리나라는 뭐 하고 있지'란 생각도 들었어요."
|
|
| ▲ <다큐안사이트>의 한 장면 |
| ⓒ KBS |
"무섭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미 수십만 번 비행한 제품이라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어요. 다만 진동이 꽤 있었어요. 부드럽긴 하지만 막상 타보면 진동과 소음이 커서 상용화는 됐어도 상업화하려면 아직 고쳐야 할 것들이 많아 보였어요."
- 중국의 대학 교육 방식이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가요?
"대체로 비슷해요. 수능 같은 큰 시험 하나로 우열을 가리는 건 동아시아 문화인 것 같아요. 같은 시험을 풀고 점수대로 줄 세우면 모두가 공정하다고 느끼는 게 있거든요. 근데 그런 방식이 AI 시대에 통할 것이냐고 하면 아니라는 게 너무 자명해요. 중국도 가오카오(중국 대학 신입생 선발을 위한 전국 단위 표준화 시험)에 많은 학생이 목매는 건 맞아요. 하지만 학교마다 과학 중점 영재반을 거의 다 운영하고, 국·영·수·사·과를 다 잘하지 않아도 수학 하나만 특출나게 잘하면 베이징대나 칭화대 같은 명문대에 갈 수 있는 루트가 있어요. 그런 학생들을 모아 맞춤형 교육도 시켜주고요.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똑같은 수능 시험지를 풀지만 중국은 각 성마다 시험 문제가 달라요. 그런 점이 우리나라와 다르죠."
- 인재를 키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중국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소년반, 창신반처럼 인재를 발굴해 집중 육성하는 시스템이 지금의 중국을 만들었다고 해요.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건, 이런 엘리트 교육이 소수의 전유물이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중국은 특정 공간에서 실험하고 그걸 전국으로 퍼뜨리는 걸 항상 목표로 한다는 거예요. 이 교육 방식이 효과 있다는 게 확인되면 AI의 힘을 빌려 전국으로 보급하는 거죠. 전 국민에게 수월성 교육을 시키는게 최종 목표라는 게 좀 무섭죠"
- 취재하며 느낀 게 있다면.
"중국의 스피드를 보면서 우리 현실이 막막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지는 계기이기도 했어요. 이 다큐를 통해 많은 분들이 국제 인재 전쟁의 현실을 인지하고, 기업가든 정치인이든 사회를 실제로 바꿀 수 있는 분들이 '중국 잘하네, 우리나라 큰일 났네'로 끝내는 게 아니라 '그럼 어떻게 해야지'라는 변화로 바꾸셨으면 해요.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중국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항상 어려워요. 취재 비자 받기도 다른 나라보다 어렵고, 첨단 산업 분야다 보니 경계심도 있고요. 이번에도 해양 드론을 찍기로 돼 있었는데, 회사 대표는 찍고 싶어 했는데 촬영 전날 당에서 외신 촬영은 안 된다고 해서 결국 못 찍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민간 기업이 하겠다고 하면 끝인데, 거기서는 민간 업체 대표와 당 관계자 양쪽의 허락을 모두 받아야 하니까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부분이었죠."
-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내용 있나요?
"두 가지 정도 있었어요. 하나는 드론에 물 호스를 달아서 건물 외벽 청소를 하는 업체인데 꽤 잘 찍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빠졌고요. 또 하나는 지하철 안내·점검 로봇을 만드는 회사인데, 아직 상용화가 안 돼서 그림이 재미없어 빠지게 됐어요."
- 앞으로 계획이 있나요?
"10월 방송 예정으로 시즌 3를 준비 중이에요. 시즌 1, 2처럼 한 편을 통째로 중국으로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중국 얘기를 안 할 수는 없지만 비중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 같아요. 외신이 들어갈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가장 깊게 들어간 것 같거든요. 시즌 1 때는 BYD(중국의 전기자동차 및 에너지 생산 기업도 가보고 싶고 화웨이도 가보고 싶고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번엔 원 없이 취재했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안방극장 사로잡은 '참교육', 그 도파민의 정체
- 서울 울고 강원 웃었다, 지방선거 결과에 희비 엇갈린 영화제
- 7년 만에 돌아온 '토이스토리5'... 아이패드 시대, 장난감의 위기
- 입학 시 장학금, 전교생 해외 연수... 이 초등학교의 속사정
- 15년차 교사인 내가 넷플릭스 '참교육' 보고 불편했던 까닭
- 법적 분쟁 '불꽃야구2', 오승환 영입으로 반전 행보
-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사라진 그녀들, 10년 만에 날 울린 소식
- '군체', AI 시대 인간의 조건을 묻다
- "뮤직비디오 모델 찾아요"... 첫사랑 소녀 때문에 한 거짓말
- "하길 잘했다"...식상한 예능 우려 딛고 감동 준 유재석 캠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