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美 ADA서 차세대 비만·대사질환 신약 성과 부각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비만·대사 분야 최대 학술행사인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최신 연구 성과를 대거 공개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신개념 비만 신약 HM17321의 비임상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했다. HM17321은 기존 인크레틴 수용체가 아닌 코르티코트로핀 방출인자 수용체2(CRF2)를 겨냥하는 유로코르틴2 유사체다. 동물 모델에서 아밀린 유사체와 병용 투여한 결과, 투여 전 대비 체지방은 최대 56.5% 감소했고 제지방(근육량)은 최대 22.1% 증가했다. 감량 시 근육량이 줄어드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확인한 한미약품은 이를 비만 신약 파이프라인의 핵심으로 삼고 2031년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번 학회에 참여한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구두 발표를 진행한 프로티나는 장기 지속형 위억제폴리펩타이드 수용체(GIPR) 길항 항체 파이프라인 PRT-1309의 전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인간과 쥐에 모두 결합하는 교차 반응성 항체로 개발된 이 물질은 1회 투여로 용량 의존적인 감량 효과를 냈으며 4주간 효과가 유지됐다. 반감기는 20.3일에 달해 향후 3~6개월 투여 정례화가 가능한 유지제로 개발될 예정이다. 세마글루타이드 병용 투여 시에는 최대 26.8%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동아에스티는 SGLT-2 억제제 DA-2811의 임상 결과를 비롯해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및 글루카곤 이중 작용 비만치료제 DA-1726, MASH(대사이상 간질환) 치료제 바노글리펠의 연구 데이터를 공개하며 병용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HK이노엔은 중국 파트너사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에크노글루타이드가 세마글루타이드와의 비교 임상 2상에서 우월성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 약물은 신호 전달 선택성을 높여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펩트론은 월 1회 당뇨·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주사제 PT403의 연구 결과를 내놨다. 고지방식으로 비만을 유도한 마우스 모델에서 2주 및 3주 간격 투여군은 4주 시점에서 약 30% 수준의 체중 감소를 나타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비만·대사 질환 파이프라인에서 '체중 감량의 질 개선'과 '투약 편의성 극대화'에 집중했다. 기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탁월한 감량 효과에도 불구하고 근육량이 함께 손실되는 부작용과 짧은 투약 주기가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식욕을 억제하는 단일 기전을 넘어 근육을 보존하거나 오히려 늘리는 새로운 표적을 발굴하고, 병용 요법을 통해 치료 시너지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또한 약물 반감기를 늘려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개선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기존 GLP-1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된 근손실과 잦은 투여 주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다양한 병용요법과 차세대 기전을 제시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번 학회 발표를 기점으로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공동 연구 및 기술 수출 논의가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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