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태국 마약 창고 급습…사상 첫 해외 마약 기지 단속

국가정보원이 태국 현지 당국과 합동작전을 펼쳐 역대급 규모의 마약 원료물질을 압수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이 해외에 있는 마약 생산 기지를 직접 찾아가 단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원은 지난 9일 태국 마약통제청(ONCB)과 함께 방콕 등지에 숨겨진 마약 원료물질 보관 창고 10곳을 급습해 아세톤, 염산, 황산 등 화학물질 49.98t을 전량 압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에 압수한 원료는 필로폰 21t 또는 신종 합성마약인 ‘야바’ 11억 정을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만약 완제품으로 만들어져 시중에 유통됐다면 약 7억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로, 시가로는 8조40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급습 작전에는 태국 마약통제청과 군·경 등 5개 기관 100여 명의 인력이 대거 투입됐다. 국정원은 태국 측의 요청에 따라 현지에 마약 대응 전문요원들을 급파해 합동 작전을 이끌었다.
이번 작전의 발판이 된 것은 지난 4월 발생한 ‘태국인 마약왕’ 타파난의 검거 및 송환 사건이다. 타파난은 태국 내 마약 유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지난 10년간 50차례나 체포영장이 발부됐던 거물급 마약상이다.
그는 국내 병원에서 성형시술을 받기 위해 위장 신분으로 한국에 입국했다가 양국 정보당국의 공조로 서울의 한 호텔에서 붙잡혔다.
이후 국정원과 태국 ONCB는 타파난에 대한 공조 수사를 이어갔다.
수사 결과 그가 해외에서 원료물질을 산 뒤 미얀마·라오스·태국 접경지인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마약을 제조해 한국과 호주 등으로 유통해 온 구체적인 경로를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태국 내에 대규모 원료 창고가 은닉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면서 이번 작전이 성사됐다.

작전 성공 후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이번 수사는 대한민국 정부, 특히 국정원과의 긴밀한 협력 덕분에 가능했다”며 타파난 검거부터 창고 소탕까지 전 과정에 핵심 정보를 지원해 준 국정원에 깊은 사의를 표했다.
그동안 국정원은 해외 마약 공급책의 추적과 국내 송환에 주력해 왔다. 지난 3월에는 법무부, 외교부, 검·경 및 현지 당국과의 협력으로 필리핀 마약 유입의 총책이었던 박왕렬을 송환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기준 태국발 마약 유입량이 294kg으로 전체 밀수 마약의 약 39%를 차지하는 등 동남아발 마약 범죄가 심각해지자, 공급책 검거를 넘어 생산 기지 직접 타격이라는 선제적 대응 작전으로 전환했다.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는 “이번 작전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는 마약의 생산 원점을 원천 붕괴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주요 마약 생산·경유국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국제 마약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국제 마약 대응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9억대로 강남 3구 입성한다? 오세훈 힘 받을 재개발 6곳 | 중앙일보
- 여교사에 “일진 4명 다 끌고와”…탐정 푼 엄마의 ‘학폭 복수’ | 중앙일보
- “말기암, 이 운동 왜 안했을까” 맨날 러닝했던 의사의 경고 | 중앙일보
- 성매매 민원 터졌던 ‘박카스 할머니’…인천 만월산에 다시 떴다? | 중앙일보
- 꽁꽁 묶어 때리고, 옷 벗겨 조리돌림…‘불가촉천민’ 충격 군중재판 | 중앙일보
- 단순 가려움증인 줄 알았는데…암이었다, 이게 무슨 일? [Health&] | 중앙일보
- 별거 중에 유부남과 열애설…‘불륜 의혹’ 유명 스타 커플 결국 | 중앙일보
- ‘재혼’ 앞둔 서인영 “피해 주진 않을까 남친 끊어내려 했지만…” | 중앙일보
- “한국 반도체 주식 과열…젠슨 황 투자 조언 삼가야” 전문가 경고 | 중앙일보
- “집에 사람 와 기뻐”…안방 찾아온 치과에 활짝 웃은 노인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