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대필, 통역보조…6·25 전장 향했던 학도병 615명 찾았다

백경서 2026. 6. 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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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군'이라는 한자가 적힌 고교 학적부 기록. 사진 경북교육청

경북교육청이 6·25전쟁 당시 학업을 중단하고 전장으로 향했던 학도병 615명의 발자취를 찾았다. 이들은 전투에 나가거나 통역 보조, 편지 대필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총상·폭발 등으로 전쟁에서 희생된 기록도 남아있었다.

경북교육청은 10일 지역 32개 고교의 학적부 1만5132건을 조사한 결과 학도병 참전으로 추정되는 기록 615건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전쟁 속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했지만 이름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한 학도병들의 존재를 공식 기록으로 확인하고, 잊힌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추진됐다. 앞서 2022년부터 추진한 학적부 전산화 사업 과정에서 1950년 전후 제적생이 다수 확인되고 일부 제적부에서 ‘학병’이라는 기록이 발견되면서다.

실제 참전 사실이 기록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경북교육청은 지난 4월부터 개인의 기억에 의존해 왔던 학도병 역사의 공식 기록을 조사하고 재조명하기 위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1951년 이전 개교한 중학교와 1953년 이전 개교한 고등학교 등 121개교다.

이날 학적부 전수조사 중간 결과 발표에서는 학도병 615명의 기록이 나왔다. 이들은 당시 지역사회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이었기에 전투뿐 아니라 군 관련 문서 작성과 편지 대필, 연락 업무, 통역 보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쟁을 지원했다.

학도병에 관한 신문 기록들. 사진 행정안전부

실제 한 학적부에는 ‘미군 제7사단 31연대 소속 콜롬비아 통변’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통변은 통역 또는 의사소통 지원 역할로, 당시 학생들이 외국군과의 연락과 현장 의사소통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음을 보여준다.

전쟁의 참혹함도 드러났다. 포항고등학교 한 학생의 학적부에는 ‘출정 시 복부관통’이라는 문구가 남아 있어 전쟁터에서 총알이 복부를 관통하는 상처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부상 외에도 폭발물에 의한 사망 등 다수의 사망 사례가 확인돼 전쟁터에서 소년들이 감당해야 했던 희생을 짐작하게 한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이 군에 복무한 기록도 발견됐다. 김천여자중학교 학적부에는 ‘현역군인으로 복무’, ‘군에 입대’ 등의 내용이 기록돼 있었으며, 상주여자중학교 한 학생의 학적부에는 ‘종군’이라는 문구가 확인돼 여성 학도병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북교육청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름을 찾아내기 위해 기록 복원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향후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도병들의 삶과 활동을 보다 깊이 있게 연구하고 기록화할 계획이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학적부에 적힌 짧은 단어들은 75년여 전 멈춰버린 소년들의 시간을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이라며 “남겨진 이름들을 하나하나 다시 불러 잊혔던 소년들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고 후대에 전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안동=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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