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희토류·광물 딜레마, 자본 부족-기술은 중국에”-IISS

정재형 2026. 6. 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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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미국과의 무역갈등이나 일본 견제 등에 활용하면서 광물 자원이 많은 아세안 국가들이 핵심 광물 분야의 세계적 비교우위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새 광산과 가공시설 개발, 인프라와 공급망 구축 등에 필요한 자본이 부족하고, 정제 기술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세계 희토류 정제 역량의 90% 이상, 리튬과 코발트 정제 역량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아세안에는 기회와 제약이 동시에 있는 셈이다.

영국의 외교안보분야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 5일(현지시간) ‘아세안의 핵심 광물과 산업 고도화의 딜레마(ASEAN’s critical minerals and industrial-upgrade dilemma)’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아세안은 핵심 광물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제조 허브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적 제약과 외부 의존성은 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공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필리핀은 세계 최대 니켈 광석 수출국이며, 약 1700억달러 규모의 니켈 매장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석, 구리, 보크사이트, 희토류 원소까지 포함한 더 넓은 매장 자원을 고려하면, 동남아시아 국가들, 그중 상당수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인 이 지역은 첨단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아세안 국가들이 핵심 광물 분야의 세계적 비교우위를 활용하려는 가운데, 이 지역은 지경학적 경쟁, 산업정책, 공급망 재편, 그리고 투자 유치가 동시에 얽힌 복잡한 환경을 헤쳐 나가야 한다. 개별 국가는 경제적으로 경쟁하고 자국 산업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세안은 역내 공급망을 조정하고 경제통합을 촉진하며 외부 경제·지정학적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라는 압력도 점점 더 받고 있다.

아세안에 핵심 광물은 단순한 수출 상품이 아니라 산업 고도화와 신흥 기술 가치사슬로의 더 깊은 통합을 위한 기반이다. 그러나 광물 기반 경제성장에 대한 이 지역의 야망은 정제·가공 생태계가 특정 국가에 집중된 데 따른 외부 의존을 심화할 수도 있다. 여기에 아세안 내부의 경제 경쟁까지 결합되면서, 글로벌 지경학적 혼란이 심화하는 가운데 아세안의 핵심 광물 전략은 더 큰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복잡하지만 유망한 기회

세계 주요 광물과 금속 제품의 핵심 공급지 중 하나로서, 아세안은 핵심 광물을 산업 전환과 경제성장의 중요한 기회로 보고 있다. 2025년 9월 발표된 ‘아세안 광물 협력 행동계획 2026~2030’과 ‘아세안 광물 개발 비전’은 핵심 광물 공급망과 정제 산업에서 지역 통합을 강화하려는 아세안 회원국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회원국 간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경쟁, 산업 수준의 차이, 핵심 광물의 지정학적 성격, 관련 금융 수요를 고려할 때, 아세안이 이러한 광물 관련 전략을 공동으로 실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가능성이 크다.

핵심 광물은 아세안이 구조적 산업 고도화를 추진할 기회도 제공한다. 아세안은 주로 원자재를 수출하는 데서 벗어나 국내 정제, 가공, 제조 역량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려 한다. 목표는 저부가가치 원광 수출에서 벗어나 글로벌 핵심 광물 산업 내 더 높은 부가가치의 정제 가공과 제조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생산국에 더 큰 경제적 성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전략을 보완하기 위해 아세안은 광물 의존도가 높은 여러 고성장 부문을 경제 의제의 핵심으로 식별했다. 여기에는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태양광 발전, 반도체가 포함된다. 핵심 광물은 에너지 다변화에도 중요하다. 송전망에 필요한 구리부터 배터리 저장장치에 필요한 니켈까지, 다양한 재생에너지 기술이 핵심 광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에너지원 다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의 확산과 재무장 흐름까지 결합되면서 핵심 광물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아세안 회원국들에 핵심 광물은 자국 경제성장과 글로벌 시장으로의 더 깊은 통합을 위한 전략적 자산이다. 역내 경제·지정학적 차이가 있더라도, 더 큰 지역 협력은 외부 지정학·경제 충격을 완화하고 투자자 신뢰를 강화하는 등 더 넓은 글로벌 시장에서 개별 국가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중요한 전략적·경제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산업 고도화와 커지는 지경학적 위험

핵심 원자재의 맥락에서 오늘날 아세안은 대체로 핵심 원자재의 원광 수출국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아세안은 점점 더 높은 부가가치의 정제 산업으로 전환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야망은 구조적 취약성을 만든다. 가치사슬에서 위로 올라가려면 정제된 원료, 가공 기술, 중간 정제 산업 역량에 대한 더 큰 접근성이 필요한데, 이 모두는 여전히 중국이 크게 지배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정제 역량의 90% 이상, 리튬과 코발트 정제 역량의 60~70%를 차지한다. 아세안이 산업 고도화와 정제 제조 야망을 심화할수록, 특히 니켈과 희토류에서 중국의 거의 절대적인 정제 역량 통제에 더 의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아세안은 원자재 수출 의존을 줄이고 신흥 기술 산업 내에서 더 큰 가치를 창출하려 하지만, 현재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 구조는 아세안이 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제약할 수 있다.

공급망의 취약성은 단일 국가나 지역이 글로벌 공급을 교란할 수 있는 병목 지점을 만든다. 이러한 병목은 업스트림 채굴과 추출, 중간 정제 가공, 정제품 소비에 이르기까지 광물 공급망의 여러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아세안 내부에서는 니켈, 코발트, 구리 생산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집중돼 있는 것처럼 지리적 집중도와 의존도가 높아 시장 충격과 지정학적 교란에 크게 노출된다. 아세안이 역내 핵심 광물 전략과 산업을 조정하려 할수록, 회원국에서 이러한 광물에 영향을 미치는 교란은 블록 전체에 더 넓은 공급망, 시장, 산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재정적 제약

새 광산과 가공 시설을 개발하는 데는 긴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요 급증이나 공급 차질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 많은 신흥경제국처럼 아세안도 여전히 인프라와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장기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외부 금융 이니셔티브와 전략적 산업 파트너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2026년 5월 아시아개발은행은 아시아·태평양 경제권이 공급망 의존과 집중을 줄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새로운 금융 수단을 출범시켰다. 마찬가지로 일본은 2026년 4월 ‘아시아 제로 배출 공동체’와 ‘광범위한 에너지·자원 회복력 파트너십’ 같은 이니셔티브를 통해 동남아시아와의 전략 협력과 금융 지원을 확대했고, 이후 2026년 6월 세계은행도 이에 합류했다. 각국 정부와 다자개발은행이 이 지역의 인프라와 투자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민관협력을 촉진해 왔지만, 이러한 요구의 규모와 복잡성은 높은 진입 장벽을 만든다. 이는 광물 공급망과 시장이 역내외에서 통합되는 속도를 제약한다.

동시에 몇몇 핵심 중간 정제 가공 역량은 중국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주요 산업단지 투자를 포함해 국가 니켈 정제 역량의 약 75%를 통제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몇몇 아세안 국가에서 핵심 광물 투자를 늘리기 위한 협정을 체결했지만, 이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자본을 동원하고, 인프라와 공급망을 구축하며, 중국과 맞먹는 수준의 역내 영향력을 확립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는 인도네시아, 더 넓게는 아세안에 구조적 취약성을 만든다.

지역 경제성장과 경쟁

2025년 12월 ‘팍스 실리카’ 출범과 2026년 2월 미국 핵심광물 장관회의 이후, 전 세계 국가들은 핵심 광물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기술·금융 동맹에 더 명시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호주, 인도, 일본, 싱가포르, 한국 같은 여러 아시아 중견국은 이러한 미국 주도 신규 이니셔티브의 핵심 참여국이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과의 최근 미국 양자 핵심 광물 협정까지 결합되면서, 아세안은 투자, 산업 고도화, 더 다변화된 공급망으로의 통합 측면에서 새로운 경제 기회를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세안은 특히 첨단기술 부문에서 기술적으로 앞선 경제권들과의 파트너십을 계속 확대함으로써 역내 경제성장 목표를 뒷받침할 수 있다. 더구나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같은 다른 자원 부국 지역과 비교할 때, 아시아 파트너들에게 아세안은 아시아 제조 공급망과 성장하는 경제권에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장점을 제공한다.

반면 이러한 전개는 아세안 내부의 지경학적 분절화를 심화할 수도 있다. 일부 회원국은 미국 주도 공급망 프레임워크에 더 가까이 맞추려 할 수 있지만, 다른 회원국들은 중국과의 경제적 또는 이념적 관계를 계속 우선시할 수 있다. 국가별 산업화 수준, 정치적 지향, 전략적 우선순위의 차이는 아세안 내부에서 핵심 광물 거버넌스와 공급망 정렬에 대한 서로 다른 접근법을 만들어 낸다. 핵심 광물이 전 세계적으로 국가안보에 점점 더 중요해지는 가운데, 아세안은 경쟁하는 경제·전략 체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지역 결속을 유지하는 데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글로벌 긴장 속 아세안의 광물 산업

아세안의 풍부한 핵심 원자재 자원은 신흥 에너지, 첨단 제조, 전략 공급망에서 입지를 강화할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광물 보유만으로 장기적 산업 전환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가속화하고 지경학적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아세안은 금융과 공급망 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원광 추출을 넘어 더 큰 가치를 포착할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현대 핵심 광물 공급망의 구조는 기회와 제약을 동시에 제공한다. 외부 금융과 지역 통합 이니셔티브는 아세안의 산업 전환을 지원할 수 있지만, 외부가 지배하는 가공 생태계에 대한 의존과 지정학적 경쟁에 대한 취약성을 심화할 수도 있다. 아세안의 풍부한 광물이 장기적 산업 전환의 기반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의존이 될지는 결국 누가 이 지역을 차세대 전략 공급망에 금융적으로 지원하고, 가공하며, 통합하느냐에 달려 있을 수 있다.

정재형 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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